“누구든 할 수 있다”
자신감 심어주면 창의력 쑥쑥
잘 놀고 잘 자야, 아이디어 잘 나와
창의성은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으나, 보너스 등 기존 인센티브 제도만으로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페라리처럼 창의적 동기부여를 촉진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테레사 아마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 몇 년간 여러 기업의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정상적인 지적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지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는 스스로를 별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는 직원들”이라며 “자신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고 믿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교수가 제안한 7가지 창의적 동기부여 전략을 요약했다.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9호(1월 15일자) 스페셜리포트 ‘동기부여의 비밀(Motivation Secrets)’ 코너에서 볼 수 있다. ○ 관련짓고, 멀리 떨어져 문제를 보라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관련짓기(associational thinking)가 창의성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관련짓기’는 겉보기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서로 연결해서 관계를 찾고 유사점을 파악하는 인지 활동이다. ‘등산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간다’거나 ‘바다에서 스케이트를 탄다’처럼 전혀 다른 개념을 관련지어 사고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페라리의 활동도 관련짓기를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이 목적이다.
기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면 라면과 향수, 미역과 로션, 자동차와 수영, 스케이트와 바다, 등산화와 수영 등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를 이용해 스토리를 만드는 훈련을 해보는 게 좋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오른 단어 일부를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 목록의 단어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검색어이기 때문에 무작위로 추출한 단어들보다 더 의미가 있다.
또 심리학의 ‘해석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에 따르면 해결하려는 문제 상황과 맥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좀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다.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문제를 더 단순하게 보기 때문이다. 실제 심리학 실험 결과 같은 문제라도 실험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정보를 줬을 때 더 창의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
따라서 직원들끼리 사무실을 떠나 지방에 가서 워크숍을 하거나, 현안과 별로 관계없는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함께 작업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 직접 보상과 시간 압박은 창의성의 적보너스나 포상금 같은 직접적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사고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과제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프린스턴대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를 제시하고, 실험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에는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면 20달러를, 상위 25% 안에 들면 5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B그룹에는 단순히 시간만 측정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문제 해결에 보상을 제공한 A그룹이 보상을 제공하지 않은 B그룹보다 문제를 푸는 데 3분 30초가 더 걸렸다.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과제에 보상을 전제로 시간을 측정하면 사고의 범위가 좁아진다. 따라서 과거에 알고 있던 그 사물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 현상이 발생한다.
시간적 압박도 창의성을 억누른다. 사람들은 멍하게 생각할 때 장기 기억을 정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활동을 한다. 이때 두뇌를 스캔해보니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이마엽(전두엽) 부분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빌 교수는 “멍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직원들이 전체 업무 시간의 20%, 즉 일주일에 하루는 현재 수행하는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연구개발(R&D)에 쓰도록 허용한다. 시간 압박을 받지 말고 창의적 사고를 하라는 배려다.○ 잘 놀고 잘 자야 창의적이 된다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더 창의적이 된다. 놀이 연구가 스튜어트 브라운은 주위 사람들의 기분과 의견에 신경을 쓰는 어른보다 주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직접 보상-시간 압박은 창의성의 적
직원들이 주변 사람의 기분이나 의견에 신경 쓰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무실 인테리어도 자유롭고 특이하고 재미있어야 한다.CEO가 핼러윈데이에 여장을 하고 회사에 나타날 정도로 ‘펀 경영’이 자리를 잡은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에 인수된 온라인쇼핑몰 자포스 등이 즐겁게 일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대표적인 조직이다.잠을 자는 것은 생산적인 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잠은 성과, 기억력,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은 여러 아이디어와 기억들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라이어스 하우는 꿈속에 등장한 괴물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적 기계를 발명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잠잘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구글, 시스코, P&G 등은 사내에 숙면 시설을 설치했다. 숙면 시설에서 10∼15분간 눈을 감고 쉬는 행동이 산책이나 커피 마시기보다 문제 해결책을 찾는 데 더 효과적이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도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 ‘적’이다. 많은 사람이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도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한때 애플에서 해고를 당했던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 당한 것은) 인생 최악의 사건이었으나, 성공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일부 기업이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번지점프, 판소리나 해병대 체험 등의 교육 프로그램은 자신감을 높여주고 공포감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9호(2010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Harvard Business Review/ Breakthrough Ideas for 2010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10개의 참신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DBR는 HBR 1월호에 실린 ‘Breakthrough Ideas for 2010’을 전문 번역했다. 생산성 향상, 국가 건립, 건강관리, 해킹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신규 사업 발굴과 성장동력 탐색을 고민하고 있다면 HBR가 선정한 2010년 최고의 혁신 아이디어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 Knowledge @ Wharton/ 다양성의 해악과 미덕 고를 수 있는 제품의 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제품을 택한다. 일례로 하나의 과자와 하나의 과일을 주고 한 가지만 고르라고 했을 때보다 여러 개의 과자와 과일을 제시하고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했을 때 과일을 고르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 현상을 적절히 이용하면 건강 관련 제품이나 식품의 판매를 늘릴 수 있다.
▼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일사불란한 조직의 치명적 위험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이 거의 없는,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가진 조직이 더 좋은 성과를 낼까? 일사불란한 조직은 환경 변화가 심하지 않을 때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져 치명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경영자들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상관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란 인식을 바탕으로 반대 의견을 포용해야 한다.
▼ strategy+business/ 21세기 인재 경영 방식 확 바꿔라 21세기 기업의 인재 관리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현재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인재 관리 모델은 조직원들의 인구 구조 변화나 성별, 국적, 문화의 다양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타임워너 등은 인구 구조 변화, 조직 내 구성원들의 다양성,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인재 관리 모델을 개발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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