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빙판 길에 고생들을 하겠지만 행복한 구정명절이 되고, 모두 탈 없이 귀환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은 2010. 10. 1일에 올린 글이어서 읽은 분도 많겠지만 못 본 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본문을 수정하여 다시 올리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 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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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와 차례의 유래>
제사(祭祀)는 망자(조상, 직계존속))에게 음식을 드리는 의례이고 차례(茶禮)는 자의 그대로 차를 드리는 의례였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좋고 귀하고 맛있는 음식은 먼저 조상에게 바치고 나서 생자들이 먹고, 생자는 어른들부터 들게 한 다음에 먹는 것이 한국인의 고유한 전통이었다.
차례도 그런 연유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옛날에는 차가 귀하고 값이 비싸서 절대 다수의 서민들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서민들은 차 대신에 술을 드리기도 하다가 차례가 명절(구정 추석) 의례로 바뀌면서 차례상에 햇곡식 등으로 준비한 음식과 송편 떡국 밥을 진설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차례로 정착되었던 것이다.
옛날 분들은 인간의 죽음은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나비가 되듯이 죽음으로 삶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망자들은 모두 영계(저승)로 가서 삶을 계속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사와 차례는 망자들의 영혼(신)에게 드리는 의례로 확대되었다.
망자가 영계에서 실재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제사와 차례는 생자를 위한 산교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제사와 차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기억에도 없는 분들에게 감사와 공경을 드리는 의식이다. 어려서부터 본 적도 없고 기억에도 없는 조상에게 감사와 공경을 드리는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부모를 섬길 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습관화가 되지 못하여 부모를 등한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제사와 차례를 드리지 않는 사람, 소흘하고 귀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을 평가할 때도 보이지 않는 성품 교양 능력에는 관심도 없이 눈으로 확인이 되는 재산 학력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부모가 힘이 있고 돈이 있을 때는 잘 섬기다가 돈이 없거나 병에 걸렸을 때는 푸대접하고 기피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 수 없다.
차례와 제사는 우상숭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상(偶像)은 돌이나 나무 쇠붙이 따위로 형상을 만들고, 숭배(崇拜)는 종교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영정(사진)과 지방(망자의 이름을 기재한 종이)이 우상일 수 없고, 망자에게 감사와 공경을 드리는 것도 숭배일 수 없다. “다른 신에게 절하지 말라.”는 여호와 계명이 거슬리는 사람은 절 대신에 호국선영 앞에서 묵념을 올리듯이 묵념을 드리는 것으로 그만일 것이다.
차례와 제사는 한국인이 자손 만대로 이어가고 세계에 전파해야 하는 문화와 전통으로 한국인 모두에게 효행심을 고취하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미풍양속임을 생각하여 소흘히 여기거나 거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진설법>
제사와 차례는 진설하는 방법이 있는데 조율시이, 홍동백서, 좌포우혜, 두동미서, 어동육서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진설법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고찰하기로 한다.
1. 조율시이(대추 밤 감 배)
조율시이는 과일을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진설하고, 조율이시는 감보다 배를 먼저 놓는 방법을 말한다.
4개의 과일 중에서 대추를 먼저 놓아야 하는 이유는 대추는 씨가 1개여서 임금, 밤은 씨가 3개여서 3정승, 씨가 6개인 감과 배는 6판서를 뜻하기 때문에 진설하는 순서가 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례의 법도였다.
충과 효를 덕목으로 강조한 유교의 세상에서는 효를 기리는 제사와 차례의 의례에서도 충을 빠뜨려는 안된다는 뜻에서 조율시이를 만들게 되었는데 감과 배가 같은 6쪽이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감과 배의 순서 문제로 옥신각신한 유교는 당파로 갈라지고 급기야는 상대방을 쳐 죽이는 사태로까지 비약하게 되었다. 문제는 지금도 조율시이와 조율이시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대추 밤 감 배가 없으면 제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먹을 것이 변변하지 못하고 문물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의 세상에서는 조율시이가 대표적인 과일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한 겨울에도 여름 과일이 나오고, 맛있는 세계의 과일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는 세상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대통령이 정치를 조금만 잘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을 퍼붓고 탄핵까지 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조율시이 내력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풍습도 시대에 따라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썩었던 유교의 법도에 목이 매어 조율시이를 고집하고 주장하는 것은 폐쇄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 홍동백서 좌포우혜 두동미서 어동육서
홍동백서 : 붉은색 과일은 동쪽, 흰색은 서쪽
좌포우혜 : 마른 음식은 좌측, 수분이 많은 음식은 우측
두동미서 : 생선 머리를 동쪽, 꼬리는 서쪽
어동육서 : 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
진설법은 5행에서 연유하게 되었다. 제례상은 북쪽을 향하여 진설하는데 북(水)은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방위는 제례를 받는 주체가 기준이 되고, 망자와 생자는 반대가 되기 때문에 과일과 음식을 진설할 때는 동과 서의 방위를 반대로 차린다는 것을 유의한다.
동 : 木, 靑, 春
서 : 金, 白, 秋
남 : 火, 赤, 夏
북 : 水, 黑, 冬
홍동백서는 동쪽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관련하여 붉은 색깔을 동쪽, 흰 색은 서쪽에 놓고, 좌포우혜는 동(春)은 생명이 탄생하는 방향으로 물과 관계가 있어서 식혜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은 동쪽인 우측, 서(秋)는 가을로 물이 마르기 때문에 명태포처럼 건조한 음식을 좌측(서쪽)에 놓고,
두동미서는 생선 머리는 생명의 중추라는 뜻에서 동쪽, 어동육서는 동양인은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에 동쪽, 서양인은 육식을 많이 먹는다는 뜻에서 서쪽에 놓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진설법이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제례의 진설법은 식자들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문제는 음식이 놓는 위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보기에 좋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약에 쓴다면 모를까 말라버려서 먹을 것도 없는 대추가 없으면 조상에 대한 예가 아니라고 고집하는 것은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목적과 실질적 내용에는 관심도 없이 형식과 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적당한 형식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형식에 목이 매어 제례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은 제례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과일은 후식이므로 영정 앞에서 가장 먼 쪽에 보기 좋게 진설하면 그만이고, 망자가 생전에 즐겨 먹거나 좋아한 음식, 신기하거나 특별한 음식이 있으면 영정 가까이에 진설하는 것으로 그만이다. 앞으로의 제례는 본질과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2013. 2. 9 김금산
첫댓글 자료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