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 늦게 지인과 서로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를 하다가
섣부르게 무슨 일인가를 해내기에는 세월값이 만만치 않다는 한탄을 마구 해대었다.
이미 부식된 몸은 천근이요 반란을 일으키는 뼈마디가 장난이 아니어서도 그렇지만
여자들에게 찾아드는 봄날이라는 것이 또 심숭생숭이라 열 일 젖혀 놓고 밥 한끼 먹자는 청을 하였다.
와중에 무설재 쥔장의 딸내미가 또 다시 남의 나라로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전언에
그렇담 더더욱 바깥에서 먹는 것 보다는 함께 자신의 집에서 봄날의 여흥을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하므로
얼씨구나 싶어 이것 저것 그녀에게 나눠 줄 것을 챙겨 들고 딸내미와 쥔장이 안성에서 유일하게 찾아드는 "돌서지 농장"으로 발걸음을 내었다.
아니라도 그녀의 집밥과 반찬이 그리웠지만 요즘 그집에 한 가족이 더불어 동거하게 되어
그녀가 해내야 하는 일이 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연락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기에 더더욱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성찬을 준비한 그녀가 반갑게 맞으며 또 다른 후배까지 불러 야외 식탁 세팅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냥 조촐하게 그녀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염장 식품만으로도 족할 밥 한끼를
일일이 정성 들여 깁밥을 싸고 그것도 모자라 샐러드까지 준비한 마음 씀씀이와 애씀에 왈칵,
손가락 마디 마디가 아프고 어깨가 결려서 움직이질 못하겠다던 돌서지 농장 안주인이 마련한
단촐하지만 정성 가득한 김밥 성찬을 보면서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서로 바빠 자주 왕래하지는 못했어도
마음 하나만큼은 변함없이 건네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듯 괜히 흐뭇하고 뿌듯했다.
어쨋거나 서울보다도 더 늦게 벚꽃이 피는 안성일지라도 이 즈음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대낮
벚꽃 아래서 기꺼이 정을 나누며 누리는 성찬 김밥이 왜 그리 달콤하고도 맛있던지.
순식간에 호로록 이라는 말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폭풍 흡입을 하며 숨 돌릴 새 없이 맛잇게 먹.었.다
이제 딸내미가 지난 겨울 동안 추스린 몸과 마음을 다시 정비하여 남의 나라로 떠난다.
이미 2003년 대학생 일 때 부터 집 떠나 워낙 당차게 잘 살고 있던 아이라 걱정 할 일은 별로 없겠으나
그래도 내심 한 켠으로는 또 다시 낯선 다른 나라로 떠나는 딸내미의 호기심 천국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언제나 그랬듯이 쿨하게 떠나 보내면서 또 잠시동안 아쉬운 작별을 할지라도 딸내미 덕분에
가보았지만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볼 기회를 갖는것에 대한 즐거움도 넘칠 터이니
어쩌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쨋거나 괜시리 바빴던 쥔장을 대신해 먹방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 지인 돌서지 농장 안주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늘 끼니 예찬을 하게 하는 그녀의 음식 솜씨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다.
흩날리는 벚꽃이나 3일 천하 목련이나 그들도 한때 꽃 봉오리로 아름다울 때가 있었다.
우리도 한때 그러했다.
하지만 쥔장의 딸내미는 이제 그 꽃봉오리를 만개시키며 빛나게 될 터이다.
첫댓글 지영이가 떠나는 군요... 서운하시겠다.. 능력이 출중하여 그러한 것이니 기쁜일이어요~
ㅎㅎㅎㅎ 그렇게 위로 받으니 좋은 걸?
앞으로 점점 더 학생들과의 일거수 일투족이 많이 바쁘겠다는.
부디 잘 가서 자신의 일을 지금처럼 당차게 잘 해내기를~!
손가락 마디 마디가 아프다는 그말은 남의 일 같지 않고...
나도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그리 아프다는... 끙~!
아마도 잘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온 몸이 아프다 는 우리 또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 일 듯...다들 아우성이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