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의 사랑
허수경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느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이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 잎 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시 출처/ '혼자 가는 먼 집 '에서
허수경
1964년 진주 출생. 경상대학 졸업. 10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1992년 늦가을 독일로 갔다 , 허수경에게는 집이라는 개년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삶의 거쳐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 놓고
유랑하는 것처럼 독일에 살면서 독일에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떠나기도 했다.
폐허가 된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고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다시 시 쓰기로 돌아왔다. 그 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잠자는 시간'
'빌어 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 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 소설 '박하' '아틀린트야 잘 가.' '모래 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놀 때 이야기' '아로 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들린' '긑없는 이야기' '그림동화집'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등이 있다.
동서 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허수경 출처) /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