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은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시들을 발표했다. 「조광(朝光)」에 4편을 발표한 것 외에 역시 조선일보사 출판부에서 간행하던 「여성」지에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를 발표한다.
이 시는 백석이 1월에 쓴 시로 추정된다. 백석의 나타샤는 누구인가. 이 때 백석의 청혼 실패가 한 번 더 있었다.
란(蘭)을 그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중 백석은 새로운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바로 백석에게 가르침을 받던 제자의 친누이였다.
김진세의 누이로 상당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백석을 흠모하고 사랑한 그녀는 영흥 사람으로 집안도 상당히 부자였다.
" 백석 선생님은 우리 동기생 중 김진세의 누이한테 반했다.
아주 상당한 미인인 그녀의 집에 정식으로 청혼을 했으나 백석 선생에 대해서 내사해 본 뒤
진세네 집에서 퇴짜를 놓았다.
이유는 백석 선생이 몸이 약하고 또 돈이 없어서인 것 같았다."
이유필(李裕弼)은 당시 친구인 김진세로부터 이런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듣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당시 최고의 멋장이고 영생고보의 훌륭한 선생님인데…….
그 당시 상류층의 결혼 풍조는 중매인 경우 집안을 먼저 살피고 그 중에서도 상대편 집안의 재산을 첫 번째로 치는 풍조였으니 그런 상태에서는 백석 집안의 곤궁함은, 곱게 기른 부잣집 딸을 선뜻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백석이 기생집 출입을 자주 하여 어느 기생과 아주 가깝다는 소문이 나서 상대편 집안에서는 그의 이미지를 치명적으로 좋지 않게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백석이 제자인 김진세의 누이를 상당히 좋아했음을 이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당사자들간의 깊은 사랑도 현실의 벽앞에서는 무력했다. 이번에도 백석 자신이 직접 찾아가 청혼을 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으나 그는 또 한 번 좌절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런 와중에 태어난 시가 바로
아름다운 운율로 유명한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라는 시였다.
이 시는 백석의 고독감과 쓸쓸함이 나타샤를 통해 은연중에 내비치고있다.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연민과 미련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
나타샤를 사랑하나 이룰수 없는 사랑이라는 생각에 소주잔을 들이키며
눈과 나타샤와 당나귀를 생각한다.
그리고 당나귀를 타고 나타샤를 앞에 태우고 같이 산골로 가는 정경을 시로 나타낸 것이다.
이 시는 결구의 당나귀 소리가 더욱 처량하고 애뜻한 풍경을 자아내는 명시(名詩) 이다
이 아름다운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자야
[김자야 여사 대연각요정의 주인, 후에
그녀는 전 재산을 백석 시문학을 위해 기부한다.
오늘의 백석문학상도 모두 자야 여사의 기부에 의한것)는
자신을 그리는 시라고 주장했다.
..
37년 12월 말에 백석의 결혼으로 마음이 상한 자야가 훌쩍
함흥을 떠나 청진동 집에서 살았다.
그때 그녀를 백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백석이 이미 그쪽 세계에서 알려진
자야 여사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자야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 몇 달 뒤인 이듬해 봄, 어느 주말 오후였을 것이다.
그 대 나는 청진동에서 11간 짜리 아주 작은 집을 구해 살고 있었는데,
사동(使童:심부름하는아이)이 웬 쪽지를 드로 찾아왔다. 펴 보니 백석이 보낸 메모였다.
'몇 달만에 이렇게 찾아온 사람을 허물하지 마시고 나 있는데로 속히 와 주시오'.』
- <백석, 내가슴속에 지워지지않는 이름/이동순 >-
이 때 자야는 깜작 놀랐다고 한다.
자신의 거처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동을
보내어 연락을 전하며 찾아온 백석에 대하여 예전의 미움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고 한다.
『 사동에게 물어보니 그는 지금 우편국 앞 제일은행 부근의 한 오뎅집에 있다고 했다.
내 가슴은 사뭇 그리움으로 두근거려왔다.
부리나케 그의 앞에 가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노라니 그
는 다시금 지난 해의 사건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반갑고 기뻤지만,
그의 이 말을 듣고 나서는 그가 무작정 좋아지고,
또한 우쭐거려 오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다음날 백석은 학교 출근을 위해 함흥으로 떠났다.』 -
<백석, 내가슴속에 지워지지않는 이름 >-
이상 ☞ 시인 백석 일대기 2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송준 / 도서출판 지나 / PP. 170~173
그리고 흰 당나귀는 백석과 동주 모두 좋아하는 이미지 인데 프란시스 잠이 좋아하는 이미지라 한다.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신경림 / 우리교육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