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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약관화(明若觀火)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明 : 밝을 명(曰/4)
若 : 같을 약(艹/5)
觀 : 볼 관(見/18)
火 : 불 화(火/0)
(유의어)
관화(觀火)
불문가지(不問可知)
불을 보듯 뻔하다란 말을 자주 쓴다.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너무도 뚜렷한 일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똑 같은 뜻의 성어가 그 밝기가 마치(明若) 불을 보듯 뻔하다(觀火)고 한 이 말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을 강조할 경우에는 명명백백(明明白白)이란 말도 자주 쓰는데 물론 같은 뜻이다.
뻔히 들통 날 일을 잡아떼거나 너무나 뚜렷한 증거가 있는데도 오리발 내는 뻔뻔한 사람에게 잘 들어맞는 일이다. 줄여서 약관화(若觀火)라고 하기도 하고 동약관화(洞若觀火)라고 써도 마찬가지 뜻이다.
이처럼 귀에 익은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도 기원은 아주 오래 됐다. 중국 고대의 요순(堯舜)과 하은주(殷周)시대의 기록 서경(書經)에 처음 나온다.
항상 숭상해야 한다고 상서(尙書)라고도 하는 책인데 삼경(三經)이라 할 때도, 오경(五經)이라 할 때도 꼭 들어갈 정도로 중요시했다.
서경(書經) 3편인 상서(商書)의 반경(盤庚) 상편에는 ‘나는 불을 보는 것처럼 잘 알고 있다(予若觀花/ 여약관화)’라고 표현한 것을 송(宋)나라 채심(蔡沈)이 쓴 주석인 집전(集傳)부터 바꿔 썼다고 한다.
반경(般庚)으로도 쓰는 반경은 폭군 주왕(紂王)을 쫓아내고 상(商)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의 9대손이다. 19대로 왕위에 오른 반경은 당시 국력이 쇠퇴해져 분쟁이 잦았고 자연재해까지 발생하여 백성들의 불안이 가중되었다. 여기에다 귀족들은 사치를 일삼았고 제후들이 입조하지도 않는 혼란상이 계속됐다.
반경은 통치기반을 굳건히 하기 위해 도읍을 은(殷)지방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대신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반경은 지금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하늘이 명을 끊을지 모르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설득한다.
予若觀火 予亦拙謀 作乃逸.
여약관화 여역졸모 작내일.
나는 불을 보듯 훤히 알고 있으나 졸렬하게 일을 처리하여 그대들을 안일하게 했소.
결국 반경은 설득에 성공하여 수도를 옮겼는데 이 이후 은(殷)나라로 국호를 바꿔 부르게 됐다. 수도를 바꾸고 부터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을 안정시킨 반경은 이후 200여 년 동안 번성을 이루었다.
한 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둘러댄다면 언젠가 들통 나고 신뢰는 깨어지고 만다. 개인 간의 관계도 믿음으로 이뤄지는데 나라의 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옳은 일을 밀고 나가는데 성공을 뒷받침할 신뢰가 바탕에 없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명약관화(明若觀火)
밝기가 불을 보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분명하다는 말이다.
明 : 밝을 명
若 : 같을 약
觀 : 볼 관
火 : 불 화
(유의의)
명명백백(明明白白)
동약관화(洞若觀火)
일목요연(一目瞭然)
명약(明若)은 밝게 보임의 뜻이고, 관화(觀火)는 불을 보다의 뜻으로, 불을 보듯이 분명히 알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밝기가 마치 불을 보는 것과 같이 아주 뚜렷해서 도무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너무도 뚜렷해서 삼척동자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자꾸 변명을 하거나 잡아 뗄 때 흔히 쓴다.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표현은, 원래의 표현인 여약관화(予若觀火)에 대한 채심집전(蔡沈集傳)의 주석(註釋)에서 유래하였다. 서경(書經) 제3편 상서(商書) 제9장 반경상편(盤庚上篇)에 있는 이야기이다.
기원전 14세기, 상(商)나라의 19번째 임금인 반경(盤庚)이 통치하던 시기, 분쟁이 격화되고 정치가 부패하였다. 게다가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동요와 불안이 가중되었다.
반경(盤庚)은 이 혼란한 상황을 벗어나 통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도읍을 종엄(從奄; 지금의 산동 곡부)에서 은(殷)지방(지금의 하남의 안양)으로 옮기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많은 대신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반경은 조정 대신들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차례 그들을 훈계하였다.
반경이 말하기를 “임금인 내가 와서 이미 이곳에 정착하고 있는데, 우리 백성들을 중히 여기어 모두 죽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서로 바로 잡아 주며 살 수 없게 되었소. 여러분들은 사사로운 마음을 물리치기에 힘쓰고, 오만하게 편함만을 따르지 마시오. 내가 스스로 이 덕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덕을 버리어 나 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소. 나는 불을 보는 것처럼 잘 알고 있으나(予若觀火), 나도 졸렬하게 일을 계획하여 그대들에게 허물이 되었소. 그물에 조리(笊籬)가 있어야 문란해지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이(若綱在綱, 有條而不紊), 농부가 밭에서 일하고 힘들여 농사를 지어야만 또한 풍성한 가을이 있게 되는것과 같은 일이오.”라고 훈계했다.
명약관화(明若觀火)와 같은 한자성어로는 명명백백(明明白白)이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명확하다는 뜻이다. 명약관화(명명백백)한 일을 가지고 발뺌을 하려 하다니 등의 형태로 쓰인다.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것을 가지고 자신만 알고 남은 모르려니 생각하여 남을 속인다는 뜻의 속담 ‘귀 막고 방울 도둑질한다’도 같은 말이다. 동약관화(洞若觀火)라고도 하며, 불을 보는 것처럼 분명함이라는 뜻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일목요연(一目瞭然)이라는 말이 있다.
書經 第三篇 商書 第九篇 盤庚上
서경 제삼편 상서 제구편 반경상
盤庚은 陽甲之弟라
반경(在位 BC1401~1373, 18대 임금)은 양갑의 아우라.
自祖乙로 都耿이러니 圮於河水어늘 盤庚이 欲遷于殷한대 而大家世族이 安土重遷하여 胥動浮言하니 小民은 雖蕩析離居나 亦惑於利害하여 不適有居하니 盤庚이 喩以遷都之利와 不遷之害라
조을로부터 도읍지가 경땅이었다가 하수에서 무너졌거늘 반경이 은땅으로 옮기려고 하였는데 대가와 세족들이 고향땅을 편안히 여기고 천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서로 거짓말을 퍼뜨려 선동하니, 일반 백성들은 서로 흩어져 떨어져 거처하나 또한 이해에 미혹되어 가지 않고 머물러 있으니, 반경이 옮길 때의 이로움과 옮기지 않았을 때의 해로움으로써 깨우쳤음이라.
上中二篇은 未遷時言이오 下篇은 旣遷後言이라
상편과 중편의 두 편의 아직 옮기지 않았을 때 말한 것이고, 하편은 이미 천도한 뒤에 말한 것이라.
王氏曰 上篇은 告羣臣이오 中篇은 告庶民이오 下篇은 告百官族姓이라
왕씨 가로대 상편은 여러 신하들에게 알린 것이고, 중편은 뭇 백성들에게 알린 것이고, 하편은 백관과 친척들에게 알린 것이라.
左傳에 謂盤庚之誥라하니 實誥體也라
춘추좌전(哀公 11년)에 반경지고(盤庚之誥)라 하니, 실제로 고체(誥體)라.
三篇은 今文古文에 皆有하되 但今文은 三篇合爲一이라
세 편은 금문과 고문에 있으나, 다만 금문에는 세 편이 합하여 하나로 하였음이라.
盤庚上1
盤庚遷于殷 民不適有居 率籲衆慼 出矢言.
반경천우은 민부적유거 율유중척 출시언.
반경이 은땅으로 옮기려고 할 때에 백성들이 거처할 곳으로 가지 않거늘 여러 근심하는 이들을 다 불러서 맹세하는 말을 내셨다.
(註)
殷은 在河南偃師라 適은 往이오 籲는 呼요 矢는 誓也라 史臣이 言盤庚欲遷于殷이나 民不肯往適有居어늘 盤庚率呼衆憂之人하여 出誓言以喩之하니 如下文所云也라 ○周氏曰 商人稱殷은 自盤庚始라 自此以前은 惟稱商이러니 自盤庚遷都之後로 於是에 殷商兼稱하고 或只稱殷也라
은(殷)은 하남의 언사에 있음이라. 적(適)은 감이고, 유(籲)는 부름이고, 시(矢)는 맹세라. 사신이 말하기를, 반경이 은땅으로 옮기려고 하였으나 백성들이 새 거처로 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거늘 반경이 여러 근심하는 사람들을 다 불러서 맹세하는 말을 내어서 깨우치니 아래 문장에 이른 바와 같음이라. ○주씨 가로대 상나라 사람들이 은을 일컬은 것은 반경으로부터 시작함이라. 이로부터 이전은 오직 상이라 일컫더니 반경이 천도한 후부터는 이에 은과 상을 아울러 칭하고, 혹은 다만 은이라고 칭하였음이라.
盤庚上2
曰我王來 旣爰宅于茲 重我民.
왈아왕내 기원택우자 중아민.
無盡劉 不能胥匡以生 卜稽 曰其如台.
무진류 부능서광이생 복계 왈기여태.
(반경) 가라사대, 우리 왕이 오셔서 이미 여기에 집터를 닦으신 것은 우리 백성들을 중히 여기심이라. 다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건마는 능히 서로 바로잡아 살지 못하기 때문에 거북점을 상고하니 가로대 그 내가 어쩌랴 하였다.
(註)
曰은 盤庚之言也라 劉는 殺也라 盤庚이 言我先王祖乙이 來都于耿은 固重我民之生이오 非欲盡致之死也나 民適不幸하여 蕩析離居하여 不能相救以生일새 稽之於卜하니 亦曰此地無若我何라하니 言耿不可居하니 決當遷也라
왈(曰)은 반경의 말이라. 유(劉)은 죽임이라. 반경이 말하기를 우리 선왕인 조을이 경땅에 와서 도읍함은 진실로 우리 백성을 삶을 중히 여김이고, 다 죽음에 이르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 백성들이 마침 불행하여 서로 흩어져 떨어져 거처하여 능히 서로 구하여 살지 못하기 때문에 거북점에게 상고하였으니, 또한 가로대 ‘이곳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하니, 경땅은 거처할 수 없으니 결단하여 마땅히 옮겨야 함을 말함이라.
盤庚上3
先王有服 恪謹天命 茲猶不常寧 不常厥邑 于今五邦,
선왕유복 각근천명 자유부상녕 부상궐읍 우금오방,
今不承于古 罔知天之斷命 矧曰其克從先王之烈.
금부승우고 망지천지단명 신왈기극종선왕지열.
선왕이 일이 있으시면 천명을 공경하고 삼가시되 이에 오히려 항상 편치 못하시어 그 읍을 떳떳이 못한 것이 지금 다섯 도읍을 옮겼으니, 이제 옛날을 잇지 못하면 하늘이 명을 끊을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 선왕의 위업을 따른다고 하랴.
(註)
服은 事也라 先王有事어든 恪謹天命하여 不敢違越하시되 先王이 猶不敢常安하여 不常其邑하여 于今五遷厥邦矣라 今不承先王而遷하면 且不知上天之斷絶我命이온 況謂其能從先王之大烈乎아 詳此言則先王遷徙에 亦必有稽卜之事한대 仲丁河亶甲篇이 逸하여 不可考矣라 五邦은 漢孔氏가 謂湯遷亳하고 仲丁遷囂하고 河亶甲居相하고 祖乙居耿하니 幷盤庚遷殷하여 爲五邦이라 然이나 以下文의 今不承于古文勢로 考之면 則盤庚之前에 當自有五遷이라 史記에 言祖乙遷邢이라하니 或祖乙兩遷也라
복(服)은 일이라. 선왕이 일이 있거든 천명을 공경하고 삼가 감히 어기거나 넘지 아니하셨는데, 선왕이 오히려 감히 떳떳하게 편치 못하여 그 읍을 항상 하지 못하여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그 도읍을 옮겼음이라. 이제 선왕을 이어서 옮기지 못하면 또한 상천이 우리의 명을 단절시킬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 능히 선왕의 큰 위업을 따른다고 이르랴? 이 말을 자세히 보면 선왕이 옮길 때에도 반드시 거북점을 상고한 일이 있는데, 중정편과 하단갑편이 없어져서 살필 수 없음이라. 다섯 고을은 한나라 공씨가 이르기를, 탕이 박땅으로 옮기고, 중정이 효땅으로 옮기고, 하단갑은 상땅에 자리하고, 조을은 경땅에 거처했으니 아울러 반경이 은땅으로 천도하여 오방이 된다고 하니라. 그러나 아래 글의 ‘이제 옛날을 잇지 못한다’는 문세로 살펴보면 반경이 앞에 마땅히 다섯 번 옮김이 있었을 것이라. 사기(史記)에 조을이 형땅으로 옮겼다 하니 혹 조을이 두 번 옮긴 듯하니라.
盤庚上4
若顚木之有由蘖. 天其永我命于茲新邑 紹復先王之大業 底綏四方.
야전목지유유얼. 천기영아명우자신읍 소복선왕지대업 저수사방.
쓰러진 나무에 움트는 싹이 있는 것과 같은지라. 하늘이 그 우리 명을 이 새로운 읍에 길이 하게 하시어, 선왕의 큰 업을 이어 회복하여 사방을 편안하게 이르게 하시니라.
(註)
顚은 仆也라 由는 古文作㽕니 木生條也라 顚木은 譬耿이오 由蘖은 譬殷也니 言今自耿遷殷이 若已仆之木而復生也라 天其將永我國家之命於殷하여 以繼復先王之大業하여 而致安四方乎인저
전(顚)은 쓰러짐이라. 유(由)는 고문에 㽕(움틀 유)로 지었으니 나무에 가지가 남이라. 쓰러진 나무는 경땅을 비유했고, 움트는 싹은 은땅을 비유했으니, 이제 경땅으로부터 은땅으로 옮김이 마치 이미 쓰러진 나무이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과 같은지라. 하늘이 그 장차 우리 국가의 명을 은땅에서 영원하게 하여 선왕의 대업을 이어 회복하여 사방을 편안하게 이르게 할 것인저.
盤庚上5
盤庚斅于民 由乃在位 以常舊服 正法度,
반경효우민 유내재위 이상구복 정법도,
曰無或敢伏小人之攸箴 王命衆 悉至于庭.
왈무혹감복소인지유잠 왕명중 실지우정.
반경이 백성들을 가르치셨는데 자리에 있는 이로부터 하여 떳떳한 옛일로써 법도를 바로잡고서 이르시기를, 혹 감히 소인들의 경계하는 바를 숨기지 말라 하시어 왕이 무리에게 명하셨는데 다 뜰에 이르렀느니라.
(註)
斅는 敎요 服은 事요 箴은 規也라 耿地 潟鹵墊隘이나 而有沃饒之利라 故로 小民이 苦於蕩析離居로되 而巨室則總于貨寶하니 惟不利於小民하고 而利於巨室이라 故로 巨室이 不悅而胥動浮言하고 小民은 眩於利害하여 亦相與咨怨이라 間有能審利害之實而欲遷者면 則又往往爲在位者之所排擊阻難하여 不能自達於上하니 盤庚知其然이라 故로 其敎民에 必自在位始요 而其所以敎在位者는 亦非作爲一切之法으로 以整齊之라 惟擧先王舊常遷都之事하여 以正其法度而已라 然이나 所以正法度者는 亦非有他焉이오 惟曰使在位之臣으로 無或敢伏小人之所箴規焉耳니 蓋小民이 患潟鹵墊隘하여 有欲遷而以言箴規其上者면 汝毋得遏絶而使不得自達也라 衆者는 臣民咸在也라 史氏將述下文盤庚之訓語라 故로 先發此하니라
효(斅)는 가르침이고, 복(服)은 일이고, 잠(箴)은 경계라. 경당은 갯벌이라 빠지고 막혔으나 비옥한 이로움이 있었으므로 소민이 흩어져 떨어져 거처하였으나 거실은 보화를 모았으니 오직 소민에게는 이롭지 않고 거실에게만 이로웠음이라. 그러므로 거실이 달갑게 여기지 않고 서로 뜬소문으로 선동하고, 소민은 이해에 현혹되어 또한 서로 더불어 원망하였음이라. 사이에 능히 이해의 실지를 살펴서 옮기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또한 왕왕 위에 있는 자가 배격하고 막는 바가 되어 능히 스스로 위에까지 이르지 못했으니 반경이 그러함을 알았음이라. 그러므로 그 백성을 가르침에 반드시 자리에 있는 자로부터 시작하였고, 그 지위에 있는 자를 가르치는 바는 또한 일체의 법을 만들어 가지런히 한 것이 아니라, 선왕이 옛날에 떳덧이 천도한 일을 들어서 그 법도를 바르게 하였을 뿐이라. 그러나 법도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또한 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자리에 있는 신하로 하여금 혹 감히 소인이 경계하는 바를 숨김이 없도록 하였으니, 대개 소민이 갯벌에 빠지고 막힘을 근심하여 옮기고자 하여도 말로써 그 윗사람을 경계한다면 너희들은 막고 끊어서 스스로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지 말라고 함이라. 무리라는 것은 신하와 백성이 모두 있음이라. 사씨가 장차 아래 문장에 반경의 가르치는 말을 기술하려고 하였으므로 먼저 이 말을 냄이라.
盤庚上6
王若曰格汝衆 予告汝訓 汝猷黜乃心 無傲從康.
왕야왈격여중 여고여훈 여유출내심 무오종강.
왕이 다음과 같이 가라사대, 이리오거나 그대 무리들이여, 내 그대들에게 가르침을 고하노니 그대들은 그대들의 마음(私心)을 내칠 것을 꾀하여 업신여기고 편안함을 따르지 말라.
(註)
若曰者는 非盡當時之言이오 大意若此也라 汝猷黜乃心者는 謀去汝之私心也라 無는 與毋同이니 毋得傲上之命하고 從己之安이라 蓋傲上則不肯遷이오 從康則不能遷이니 二者는 所當黜之私心也라 此雖盤庚對衆之辭나 實爲羣臣而發이니 以斅民이 由在位故也라
若曰(야왈)은 다 당시의 말이 아니고, 대의가 이와 같음이라. 그대들이 그대들의 마음을 내칠 것을 꾀한다는 것은 그대들의 사심을 버리도록 꾀함이라. 무(無)는 없을 무(毋)와 같으니 위의 명을 업신여기고 자기의 편안함을 따르지 말라. 대개 위를 업신여기면 천도를 달가워하지 않고, 편안함을 따른다면 옮길 수 없으니, 두 가지는 마땅히 내쳐야 할 사심인 바라. 이것은 비록 반경이 무리를 대하여 말한 것이나 실제는 여러 신하들을 위하여 발표했으니, 백성을 가르침이 자리에 있는 자로부터 말미암은 까닭이라.
盤庚上7
古我先王 亦惟圖任舊人 共政,
고아선왕 역유도임구인 공정,
王播告之脩 不匿厥指 王用丕欽 罔有逸言 民用丕變,
왕파고지수 부닉궐지 왕용비흠 망유일언 민용비변,
今汝聒聒 起信險膚 予不知乃所訟.
금여괄괄 기신험부 여부지내소송.
옛적에 우리 선왕이 또한 옛사람을 얻어서 맡겨(등용하여) 정사를 함께 하시니, 왕이 닦아야 할 일을 베풀어 고하시거든 그 가리킴을 숨기지 아니한들 왕이 이로써 크게 공경하셨으며 지나친 말을 두지 않은들 백성들이 이로써 크게 변하더니, 이제 그대들이 시끄럽게 하여 믿음이 일어남이 위태롭고 얕으니 내 그대들의 다투는 바를 알지 못하리로다.
(註)
逸은 過也라 盤庚이 言先王亦惟謀任舊人하여 共政하시니 王播告之脩면 則奉承于內하고 而能不隱匿其指意라 故로 王用大敬之하시며 宣化于外에 又無過言以惑衆聽이라 故로 民用大變하더니 今爾在內則伏小人之攸箴하고 在外則不和吉을 言于百姓하여 譊譊多言하여 凡起信於民者가 皆險陂膚淺之說이니 我不曉汝所言이 果何謂也니라 詳此所謂舊人者는 世臣舊家之人이오 非謂老成人也라 蓋沮遷都者는 皆世臣舊家之人이니 下文人惟求舊一章에 可見이라
일(逸)은 지나침이라. 반경이 말하기를 선왕이 또한 오직 옛사람을 등용하여 정사를 함께 하시니, 왕이 닦아야 할 일을 베풀어 고하시면 안에서 받들어 잇고, 능히 그 가리키는 뜻을 숨기지 않았으므로 왕이 이로써 크게 공경하시며, 밖에 교화를 베풂에 또한 지나친 말로써 무리들이 들음에 미혹됨이 없었으므로 백성들이 이로써 크게 변하더니, 이제 너희들이 안에 있으면 소인의 경계하는 바를 숨기고, 밖에 있으면 조화롭고 길하지 않은 것은 백성들에게 말하여 시끄럽게 말을 많이 하여 무릇 백성들에게 믿음을 일으키는 것이 다 위태롭고 기울어지고 얕은 말이니, 나는 너희들이 말하는 바가 과연 무엇을 이르는지를 알지 못하니라. 이에 자세히 보건대 이른바 구인(舊人)이라는 것은 세신(世臣)과 구가(舊家)의 사람들이고, 노성한(많은 경력을 쌓아 세상일에 노련하고 익숙함) 사람을 이름은 아니니라. 대개 천도를 막는 자들은 다 세신과 구가의 사람들이니 아래 글의 사람은 오직 옛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한 장(13장)에서 가히 볼 수 있느니라.
盤庚上8
非予自荒茲德 惟汝含德 不惕予一人 予若觀火 予亦拙謀 作乃逸.
비여자황자덕 유여함덕 부척여일인 여야관화 여역졸모 작내일.
내 스스로 이 덕을 황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덕을 싸두어 나 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나니 내 불을 보는 것 같건마는 내 또한 꾀함이 졸렬한지라, 그대들의 과실을 짓게 하였느니라.
(註)
荒은 廢也라 逸은 過失也라 盤庚이 言非我輕易遷徙하여 自荒廢此德이오 惟汝不宣布德意하여 不畏懼於我라 我視汝情이 明若觀火언마는 我亦拙謀라 不能制命하여 而成汝過失也라
황(荒)은 폐함이라. 일(逸)은 과실이라. 반경이 말하기를 내가 가벼이 옮겨서 스스로 이 덕을 황폐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직 그대들이 덕의 뜻을 선포하지 아니하여 나를 두려워하지 않음이라. 내가 보기에 그대들이 뜻이 명약관화하건마는 나 또한 꾀함이 졸렬한지라, 능히 명을 짓지 못하여 그대들의 과실을 이루었음이라.
盤庚上9
若網在綱 有條而不紊 若農服田力穡 乃亦有秋.
야망재강 유조이부문 야농복전력색 내역유추.
그물이 벼리가 있어야 조리가 있어 문란하지 아니함과 같으며, 농부가 밭에서 일하여 농사에 힘써야 이에 또한 가을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註)
紊은 亂也라 綱擧則目張은 喩下從上 小從大니 申前無傲之戒요 勤於田畝則有秋成之望은 喩今雖遷徙勞苦나 而有永建乃家之利니 申前從康之戒라
문(紊)은 어지러움이라. 벼리를 들면 그물눈이 베풀어짐은 아래가 위를 따르고,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따름을 비유함이니, 앞서 업신여기지 말라는 경계를 거듭한 것이고, 밭이랑에서 힘쓰면 가을에 이룸의 바람이 있음은 지금 비록 옮겨가서 노고가 있으나 길이 그대 집안을 세우는 이로움이 있으니, 앞서 편안함을 따른다는 경계를 거듭함이라.
盤庚上10
汝克黜乃心 施實德于民 至于婚友 丕乃敢大言汝有積德.
여극출내심 시실덕우민 지우혼우 비내감대언여유적덕.
그대들이 능히 그대들의 사심을 내쳐서 실질적인 덕을 백성들에게 베풀되 인척과 동료들에게 이르고서야, 받들어 이에 감히 큰소리로 그대들이 적덕을 두었노라고 하라.
(註)
蘇氏曰 商之世家大族造言以害遷者는 欲以苟悅小民爲德也라 故로 告之曰 是何德之有오 汝曷不去汝私心하고 施實德于民與汝婚姻僚友乎아 勞而有功이 此實德也니 汝能勞而有功이면 則汝乃敢大言曰我有積德이라하라 曰積德云者는 亦指世家大族而言이니 申前汝猷黜乃心之戒라
소씨 가로대 상나라의 세가와 대족이 천도를 해롭다고 하는 말을 지어낸 것은 구차히 소민들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써 덕을 삼고자 함이라. 그러므로 고하여 말하기를 이 무슨 덕이 있는고? 그대들이 어찌 그대들의 사심을 버리지 않고 실질적인 덕을 백성과 그대들의 인척과 동료들에게 베풀랴? 수고로우면서 공을 둠이 이 실질적인 덕이니, 그대들이 능히 수고로우면서 공이 있으면 그대들은 이에 감히 큰소리로 우리가 적덕을 두었노라고 하라. 적덕이라고 이른 것은 또한 세가 대족을 가리켜 말한 것이니, 앞서 그대들이 그대들의 마음을 내칠 것을 꾀하라는 경계를 거듭함이라.
盤庚上11
乃不畏戎毒于遠邇 惰農自安 不作勞 不服田畝 越其罔有黍稷.
내부외융독우원이 타농자안 부작노 부복전무 월기망유서직.
그대들이 멀고 가까운 데를 큰 해독에 빠지게 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게으른 농부가 스스로 편안하여 힘써 수고로움을 짓지 아니하여 밭두둑에서 일하지 아니하면 그 서직을 둠이 없게 될 것이라.
(註)
戎은 大요 昏은 强也라 汝不畏沉溺大害於遠近하여 而憚勞不遷하니 如怠惰之農이 不强力爲勞苦之事하여 不事田畝하니 安有黍稷之可望乎아 此章은 再以農喩하여 申言從康之害하니라
융(戎)은 큼이오, 혼(昏)은 힘씀이라. 그대들이 멀고 가까운 데를 큰 해독에 빠지게 함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여 수고로움을 꺼려 옮기지 아니하니, 마치 게으른 농부가 힘써서 수고로운 일을 하지 아니하여 밭두둑에서 일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어찌 서직을 바랄 수 있으랴. 이 장은 다시 농사에 비유하여 편안함을 따르는 해를 거듭 말함이라.
盤庚上12
汝不和吉言于百姓 惟汝自生毒.
여부화길언우백성 유여자생독.
乃敗禍姦宄 以自災于厥身 乃旣先惡于民 乃奉其恫 汝悔身 何及.
내패화간귀 이자재우궐신 내기선악우민 내봉기통 여회신 하급.
相時憸民 猶胥顧于箴言 其發有逸口 矧予制乃短長之命.
상시섬민 유서고우잠언 기발유일구 신여제내단장지명.
汝曷弗告朕 而胥動以浮言 恐沈于衆.
여갈불고짐 이서동이부언 공침우중.
若火之燎于原 不可嚮邇 其猶可撲滅 則惟爾衆自作弗靖 非予有咎.
야화지료우원 불가향이 기유가박멸 즉유이중자작불정 비여유구.
그대들이 화함과 길함을 백성들에게 말하지 아니했으니, 그대들 스스로 독을 낳았도다. 해치고 화를 일으키고 나쁜 짓을 하고 도둑질하는 것으로써 스스로 그 몸에 재앙을 일으켜 이미 백성들에 앞서 악한 짓을 하고, 그 고통을 받아서 그대들이 자신을 뉘우친들 어찌 미치리오. 이 소민들을 보건대 오히려 서로 경계하는 말을 돌아보니 그 발함에 지나친 말이 있으니 하물며 내가 그대들의 짧고 긴 목숨을 제어하고 있음이라. 그대들은 어찌 짐에게 고하지 않고 서로 뜬소문으로써 충동하여 무리들을 두렵게 하고 빠지게 하였는고? 불이 벌판에서 타올라 향하여 가까이 가지는 못하나 그 끌 수 있음과 같으니, 곧 그대 무리들이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게 만드는지라, 내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니라.
(註)
吉은 好也라 先惡은 爲惡之先也라 奉은 承이오 恫은 痛이오 相은 視也라 憸民은 小民也라 逸口는 過言也라 逸口尙可畏인대 況我制爾生殺之命일진대 可不畏乎아 恐은 謂恐動之以禍患이오 沈은 謂沈陷之於罪惡이라 不可嚮邇나 其猶可撲滅者는 言其勢焰雖盛이나 而殄滅之不難也라 靖은 安이오 咎는 過也니 則惟爾衆이 自爲不安이오 非我有過也라 此章은 反復辯論하여 申言傲上之害하니라
길(吉)은 좋음이라. 선악(先惡)은 악함의 먼저가 됨이라. 봉(奉)은 이음이고, 통(恫)은 고통이고, 상(相)은 봄이라. 섬민(憸民)은 소민이라. 일구(逸口)는 지나친 말이라. 지나친 말도 오히려 가히 두려운데 하물며 내가 그대들의 삶과 죽임의 명을 제어할진댄 가히 두려워하지 아니하랴? 공(恐)은 재앙과 근심으로써 두렵게 하여 충동함을 이르고, 침(沈)은 죄악에 깊이 빠짐을 이름이라. 향하여 가깝게 갈 수는 없으나 그 오히려 박멸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세력과 불꽃이 비록 성하나 다 없애기는 어렵지 않음이라. 정(靖)은 편안함이고, 구(咎)는 지나침이니 곧 너희 무리들이 스스로 불안을 만들었고 내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니라. 이 장은 반복하여 변론하여 거듭 위를 업신여기는 해를 말함이라.
盤庚上13
遲任有言曰 人惟求舊 器非求舊 惟新.
지임유언왈 인유구구 기비구구 유신.
지임이 말을 두어 이르되, 사람은 오직 옛사람을 구하고, 그릇은 옛것을 구하지 않고 새 것을 구한다 하도다.
(註)
遲任은 古之賢人이라 蘇氏曰 人舊則習하고 器舊則敝하니 當常使舊人하고 用新器也라 今按盤庚所引하면 其意在人惟求舊一句하니 而所謂求舊者는 非謂老人이오 但謂求人於世臣舊家云耳라 詳下文意면 可見이니 若以舊人爲老人이면 又何侮老成人之有리오
지임은 옛날의 현인이라. 소씨 가로대, 사람이 오래되면 익숙하고, 그릇이 오래되면 해지니, 마땅히 항상 옛사람을 부리고 새 그릇을 써야 하니라. 이제 반경이 인용한 바를 살펴보면 그 뜻이 사람은 오직 옛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한 구절에 있으니, 이른바 옛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노인을 이름이 아니고 다만 세신구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이름이라. 아래 문장(15장)의 뜻을 자세히 살피면 가히 볼 수 있으니 만약 구인(舊人)을 노인이라고 한다면 또한 어찌 노성한 사람을 업신여긴다고 하였으리오.
盤庚上14
古我先王 曁乃祖乃父 胥及逸勤 予敢動用非罰.
고아선왕 기내조내부 서급일근 여감동용비벌.
世選爾勞 予不掩爾善.
세선이노 여부엄이선.
茲予大享于先王 爾祖其從與享之 作福作灾 予亦不敢動用非德.
자여대향우선왕 이조기종여향지 작복작재 여역부감동용비덕.
옛적 우리 선왕이 그대들의 할아버지와 그대들의 아버지로 서로 편안함과 수고로움을 함께 하셨으니, 내가 감히 잘못된 벌을 움직여 쓰랴. 세대로 그대들의 수고로움을 가려내나니, 내 그대들의 선함을 숨기지 아니하리라. 이에 내 선왕에게 크게 제사드릴 때에 그대들의 할아버지도 그 따라서 더불어 제사 올려(배향하여) 복을 짓고 재앙을 지으니, 나 또한 감히 덕이 아닌 것을 움직여 쓰지 않으리라.
(註)
胥는 相也라 敢은 不敢也라 非罰은 非所當罰也라 世는 非一世也라 勞는 勞于王家也라 掩은 蔽也라 言先王及乃祖乃父로 相與同其勞逸하시니 我豈敢動用非罰하여 以加汝乎아 世簡爾勞하니 不蔽爾善하리라 玆我大享于先王할새 爾祖도 亦以功而配食於廟하니라 先王이 與爾祖父로 臨之在上하시고 質之在旁하사 作福作灾에 皆簡在先王與爾祖父之心하니 我亦豈敢動用非德하여 以加汝乎아
서(胥)는 서로라. 감(敢)은 감히 하지 못함이라. 비벌(非罰)은 마땅히 벌하지 않는 바라. 세(世)는 한 세대가 아니라. 노(勞)는 왕가에 수고로움이라. 엄(掩)은 가림이라. 선왕이 그대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서로 더불어 그 수고로움과 편안함을 함께 하셨으니, 내 어찌 감히 잘못된 벌을 움직여 써서 그대들에게 더하랴. 세대로 그대들의 노고를 기록하니 그대들의 선함을 가림이 없으리라. 이에 내가 선왕에게 크게 제를 드릴 때에 그대들의 조상들도 또한 공으로써 사당에 배식[配享]하니라. 선왕이 그대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더불어 임하여 위에 계시고, 질정(質定)함에 옆에 계시어 복을 짓고 화를 지음에 다 기록함은 선왕과 그대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마음에 있으니, 나 또한 어찌 감히 잘못된 덕을 움직여 써서 그대들에게 더하랴?
盤庚上15
予告汝于難 若射之有志,
여고여우난 야사지유지,
汝無侮老成人 無弱孤有幼,
여무모노성인 무약고유유,
各長于厥居 勉出乃力 聽予一人之作猷.
각장우궐거 면출내력 청여일인지작유.
내 그대들에게 어려움을 고하노니 활 쏘는 자가 뜻이 있는 것과 같으니, 그대들이 늙고 경험있는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며 외로운 어린이를 얕보지 말고, 각각 그 거처하는 곳을 오래하게 하여 힘써 그대들의 힘을 내어 나 한 사람이 지은 계책을 들을 지어라.
(註)
難은 言謀遷徙之難也라 蓋遷都는 固非易事로되 而又當時臣民이 傲上從康하여 不肯遷徙라 然이나 我志決遷이 若射者之必於中하여 有不容但已者라 弱은 少之也라 意當時老成孤幼가 皆有言當遷者라 故로 戒其老成者 不可侮요 孤幼者 不可少之也라 爾臣은 各謀長遠其居하여 勉出汝力하여 以聽我一人遷徙之謀也라
난(難)은 옮기는 것을 꾀함의 어려움을 말함이라. 대개 천도는 진실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한 당시의 신민이 위를 업신여기고 편안함을 따라서 옮기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아니했음이라. 그러나 천도를 결정한 나의 뜻이 활 쏘는 자가 반드시 과녁을 맞혀야 하는 것처럼 단지 그만두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이 있음이라. 약(弱)은 하찮게 여김이라. 아마도 당시에 늙고 경험많은 이와 외로운 어린이가 다 마땅히 천도해야 한다는 말을 두었음이라. 그러므로 그 늙고 경험있는 이를 업신여길 수 없고, 외로운 어린이들을 가히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 경계함이라. 그대 신하들은 각각 그 거처를 오래할 것을 꾀하여 힘써 그대들의 힘을 내어서 나 한 사람이 천도하려는 계책을 들을 지어라.
盤庚上16
無有遠邇 用罪 伐厥死 用德 彰厥善,
무유원이 용죄 벌궐사 용덕 창궐선,
邦之臧惟汝衆 邦之不臧 惟予一人有佚罰.
방지장유여중 방지부장 유여일인유일벌.
멀고 가까움이 없이 죄를 쓰는 것이란 그 죽임으로 벌주고, 덕을 쓰는 것이란 그 선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나라의 잘됨은 오직 그대 무리(들의 덕분)이고, 나라의 잘못됨은 오직 나 한 사람이 벌을 잘못 씀에 있느니라.
(註)
用罪는 猶言爲惡이오 用德은 猶言爲善也라 伐은 猶誅也라 言無有遠近親疎히 凡伐死彰善은 惟視汝爲惡爲善如何爾라 邦之善은 惟汝衆用德之故요 邦之不善은 惟我一人이 失罰其所當罰也일새라
용죄(用罪)는 악을 위한다는 말과 같고, 용덕(用德)은 선을 위한다는 말과 같음이라. 벌(伐)는 죄를 준다는 것과 같음이라. 원근과 친소(와 관계)없이 무릇 죽임으로 벌주고 선을 표창함은 오직 그대들이 악을 했는가 선을 했는가의 여하를 보는 것뿐이라. 나라가 잘됨은 오직 그대 무리들이 덕을 쓴 연고이고, 나라가 잘못됨은 오직 나 한 사람이 그 마땅히 벌해야 할 바를 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盤庚上17
凡爾衆 其惟致告 自今至于後日 各恭爾事 齊乃位 度乃口.
범이중 기유치고 자금지우후일 각공이사 제내위 도내구.
罰及爾身 弗可悔.
벌급이신 불가회.
무릇 그대 무리들은 그 오직 고함을 이르게 하여 지금부터 훗날에 이르기까지 각각 그대들의 일을 공손히 하여 그대들의 자리를 가지런히 하며 그대들의 입을 법도에 맞게 하라. 벌이 그대들의 몸에 미치면 가히 뉘우치지 못하리라.
(註)
致告者는 使各相告戒也라 自今以往으로 各敬汝事하여 整齊汝位하고 法度汝言하라 不然이면 罰及汝身하여 不可悔也리라
치고(致告)라는 것은 각각 서로 알려서 경계하게 함이라. 이제부터는 각각 그대들의 일을 공경하여 그대들의 자리를 가지런히 하고 그대들의 말을 법도있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벌이 그대들의 몸에 미쳐 뉘우칠 수 없으리라.
▶️ 明(밝을 명)은 회의문자로 날 일(日; 해)部와 月(월; 달)의 합해져서 밝다는 뜻이 되었다. 그래서 明(명)은 (1)번뇌(煩惱)의 어둠을 없앤다는 뜻에서 지혜 (2)진언(眞言)의 딴 이름 (3)사물의 이치를 판별하는 지력(智力)으로 이치가 분명하여 의심할 것이 없는 것 (4)성(姓)의 하나 (5)중국 원(元)나라에 뒤이어 세워진 왕조(王朝)로 태조(太祖)는 주 원장(朱元璋) 등의 뜻으로 ①밝다 ②밝히다 ③날새다 ④나타나다, 명료하게 드러나다 ⑤똑똑하다 ⑥깨끗하다, 결백하다 ⑦희다, 하얗다 ⑧질서가 서다 ⑨갖추어지다 ⑩높이다, 숭상하다, 존중하다 ⑪맹세하다 ⑫밝게, 환하게, 확실하게 ⑬이승, 현세(現世) ⑭나라의 이름 ⑮왕조(王朝)의 이름 ⑯낮, 주간(晝間) ⑰빛, 광채(光彩) ⑱밝은 곳, 양지(陽地) ⑲밝고 환한 모양 ⑳성(盛)한 모양 ㉑밝음 ㉒새벽 ㉓해, 달, 별 ㉔신령(神靈) ㉕시력(視力) ㉖밖, 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밝을 금(昑), 밝을 돈(旽), 밝을 방(昉), 밝을 오(旿), 밝을 소(昭), 밝을 앙(昻), 밝을 성(晟), 밝을 준(晙), 밝을 호(晧), 밝을 석(晳), 밝을 탁(晫), 밝을 장(暲), 밝을 료(瞭), 밝힐 천(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꺼질 멸(滅), 어두울 혼(昏), 어두울 암(暗)이다. 용례로는 명백하고 확실함을 명확(明確), 밝고 맑고 낙천적인 성미 또는 모습을 명랑(明朗), 분명히 드러내 보이거나 가리킴을 명시(明示),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명세(明細), 밝고 말끔함을 명쾌(明快), 밝음과 어두움을 명암(明暗), 명백하게 되어 있는 문구 또는 조문을 명문(明文), 밝은 달을 명월(明月), 분명하고 똑똑함을 명석(明晳), 세태나 사리에 밝음을 명철(明哲), 똑똑히 밝히어 적음을 명기(明記), 일정한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풀어 밝힘 또는 그 말을 설명(說明), 자세히 캐고 따져 사실을 밝힘을 규명(糾明), 사실이나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서 밝힘을 천명(闡明), 날씨가 맑고 밝음을 청명(淸明), 흐리지 않고 속까지 환히 트여 밝음을 투명(透明), 틀림없이 또는 확실하게를 분명(分明), 마음이 어질고 영리하여 사리에 밝음을 현명(賢明), 어떤 잘못에 대하여 구실을 그 까닭을 밝힘을 변명(辨明), 의심나는 곳을 잘 설명하여 분명히 함을 해명(解明), 의심할 것 없이 아주 뚜렷하고 환함을 명백(明白), 어떤 사실이나 문제에서 취하는 입장과 태도 등을 여러 사람에게 밝혀서 말함을 성명(聲明),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명약관화(明若觀火),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명경지수(明鏡止水), 새를 잡는 데 구슬을 쓴다는 명주탄작(明珠彈雀), 아주 명백함이나 아주 똑똑하게 나타나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명명백백(明明白白), 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명모호치(明眸皓齒) 등에 쓰인다.
▶️ 若(같을 약, 반야 야)은 회의문자로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右(우; 오른손, 손으로 물건을 잡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캐는 일의 뜻으로 만약의 뜻으로 쓰임은 가차(假借)의 뜻이다. 그래서 若(약, 야)은 ①같다 ②어리다 ③이와같다 ④좇다 ⑤너 ⑥만약(萬若) ⑦및 ⑧이에(及) ⑨바닷귀신 ⑩어조사(語助辭) ⑪성(姓)의 하나 그리고 ⓐ반야(般若;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야) ⓑ난야(蘭若; 사찰)(야) ⓒ성(姓)의 하나(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나 양 따위가 얼마 되지 아니함을 약간(若干), 어떠함을 약하(若何),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약혹(若或), 바둑에서 아직 어리석은 경지에 있다는 약우(若愚), 무덤이 집 모양과 같음 또는 그런 무덤을 약당(若堂), 자기의 몸이나 뜻이 더럽혀질 것과 같이 생각함을 약매(若浼), 갓난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 함을 약보(若保), 이와 같이를 약시(若是), 이렇게를 약차(若此), 만일이나 혹시를 만약(萬若), 과연이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를 과약(果若), 분별이나 망상을 떠나 깨달음과 참모습을 환히 아는 지혜를 반야(般若), 늙은이와 젊은이를 노약(老若), 가정하여 말하자면을 기약(假若), 큰 일을 당하여도 아무렇지 않고 침착함을 자약(自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약팽소선(若烹小鮮),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꼭 들어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약합부절(若合符節), 있는 둥 마는 둥을 약존약망(若存若亡), 이러 이러함을 약시약시(若是若是) 등에 쓰인다.
▶️ 觀(볼 관)은 형성문자로 覌(관)과 観(관)은 통자(通字), 观(관)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볼 견(見; 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雚(관)으로 이루어졌다. 자세히 본다는(見) 뜻이 합(合)하여 보다를 뜻한다. 늘어 놓아 보이다, 자랑스럽게 남에게 보이다, 잘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觀(관)은 (1)한자어로 된 어떤 명사 아래에 붙어 체계화된 견해를 뜻하는 말 (2)관괘(觀卦) (3)도교(道敎)의 사원(寺院) 등의 뜻으로 ①보다 ②보이게 하다 ③보게 하다 ④나타내다 ⑤점치다 ⑥모양 ⑦용모(容貌) ⑧생각 ⑨누각(樓閣; 문과 벽이 없이 다락처럼 높이 지은 집) ⑩황새 ⑪괘(卦)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필 찰(察), 살필 심(審), 조사할 사(査), 검사할 검(檢), 볼 시(視), 볼 감(監), 바라볼 조(眺), 보일 시(示), 볼 견(見), 볼 람/남(覽), 볼 열(閱),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명승이나 고적과 풍속 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관광(觀光), 자연 현상의 추이를 관측(觀測), 사물을 잘 살펴 봄을 관찰(觀察),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보거나 생각하는 각도를 관점(觀點),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 앉히고 깊이 생각하는 일을 관념(觀念), 영화나 연극이나 무용 등의 무대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을 관객(觀客), 연극이나 영화 따위를 구경함을 관람(觀覽), 사물을 꿰뚫어 봄을 관철(觀徹),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거나 음미함을 관조(觀照), 마음의 본성을 살핌을 관심(觀心), 구경하는 무리를 관중(觀衆), 사람의 상을 보고 재수나 운명을 판단하는 일을 관상(觀相), 인과 불인은 곧 알 수 있다는 말을 관과지인(觀過知仁),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얼굴빛을 자세히 살펴봄을 관형찰색(觀形察色), 풍속(風俗)을 자세히 살펴 봄을 관풍찰속(觀風察俗) 등에 쓰인다.
▶️ 火(불 화)는 상형문자로 灬(화)는 동자(同字)이다.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본떠 화산이 불을 뿜는 모양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나중에는 火(화)가 化(화)와 같은 음(音)이므로 물건의 모양을 변경시키거나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아주 옛날엔 毁(훼; 태워서 없애 버리다)와 음(音)이 비슷하였다. 그래서 火(화)는 (1)화기(火氣) (2)오행(五行)의 하나. 제2의 위치하며 방위로는 남쪽, 시절로는 여름, 색(色)으로는 적(赤)이 됨 (3)화요일(火曜日) (4)몹시 노염을 타거나 못마땅해서 또는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등의 뜻으로 ①불, 열과 빛 ②타는 불 ③화재(火災) ④화, 한의학 용어 ⑤양, 태양(太陽) ⑥화성(火星), 별의 이름 ⑦긴급함의 비유 ⑧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한패 동행자, 동반자 ⑩급하다 ⑪불사르다, 불에 태워 없애다, 태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난을 화재(火災), 땅속에 있는 가스체나 바윗물이 땅껍질의 터진 틈을 통하여 땅거죽으로 나와 쌓여서 이루어진 산을 화산(火山), 불꽃으로 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의 기운을 화염(火焰), 불의 힘을 화력(火力), 걷잡을 수 없이 타는 불과 같이 썩 급함을 화급(火急), 불을 때는 아궁이의 아가리를 화구(火口), 열을 이용하기 위하여 불을 담아 두는 그릇을 화로(火爐), 화재의 원인을 화인(火因), 죽은 사람을 불에 살라 장사 지냄을 화장(火葬), 불이나 뜨거운 열 따위에 데어서 상함 또는 그 상처를 화상(火傷), 불에 익혀 만든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화식(火食), 주로 산간 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질러 버리고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밭을 화전(火田), 불을 내뿜음을 분화(噴火), 화재가 꺼짐을 진화(鎭火), 번쩍이는 불을 섬화(閃火), 사람이 일부러 불을 지르는 것을 방화(放火), 불을 켬을 점화(點火), 불이 나는 것을 미리 막음을 방화(防火), 불이 일어나거나 타기 시작함을 발화(發火), 건물이나 물건 등에 붙은 불을 끔을 소화(消火), 불빛이 하늘이라도 찌를 듯이 그 형세가 맹렬함을 화광충천(火光衝天)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