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옥
원제 : There Was a Crooked Man...
1970년 미국영화
감독 : 조셉 L 맨키위츠
출연 : 커크 더그러스, 헨리 폰다, 워렌 오츠
흄 크로닌, 버지스 메레디스, 존 랜돌프
마이클 블로젯, C.K 양, 아서 오코넬
알란 헤일 주니어, 리 그랜트
할리우드의 두 빅스타인 커크 더글러스, 헨리 폰다 주연의 '대탈옥'은 다소 비정한 듯한 제목과는 달리 범죄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배신과 음모, 폭동, 범죄 등이 벌어지기는 하는데 진지함 보다는 코믹함, 엉뚱함으로 구성한 코믹물 형식입니다.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 무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의 배경은 감옥입니다. 사방 50마일 반경이 황량한 광야로 되어 있는 교도소, 이곳에는 온갖 범죄자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그중 패리스 피트먼(커크 더글러스)은 얼마전 어느 가정을 털어서 거액의 돈을 훔친 혐의입니다. 그는 돈을 안전한 곳에 숨겨둔 채 붙잡혔고, 어떻게든 감옥을 탈옥할 생각에 가득 차 있습니다. 패리스와 같은 방을 쓰는 동료들도 각각의 사연으로 붙잡혀 온 범죄자 입니다. 종교 사기단이었던 사이러스(존 랜돌프)와 더들리(흄 크로닌), 술 취해서 보안관에게 총을 쏜 플로이드(워렌 오츠), 말 한마디 없는 괴력의 중국인, 그리고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수감중인 왕년의 은행털이 미조리 키드(버지스 메레디스)라는 노인 등..... 이 교도소에 플로이드와 악연이 있는 보안관 출신 로프맨(헨리 폰다)이 새로운 소장으로 부임해 옵니다. 새 소장은 열악한 교도소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여러가지 개선활동을 과감히 시행하고 영리한 패리스는 그런 소장의 신임을 얻어서 교도소내 십장 같은 위치에 오릅니다. 그런 와중에 패리스는 감옥 동료들을 꼬드겨서 탈출계획을 진행하는데.....
'이브의 모든 것' '줄리어스 시저' '맨발의 백작부인' 등 유명한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많이 연출한 조셉 L 맨키위츠 감독의 작품으로 그의 후기작품에 속합니다. 60년대 아메리칸 뉴시네마, 마카로니 웨스턴, 누벨바그 등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할리우드 토키영화 초기 스타들이 퇴조하고 세대교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젠 왕년의 감독, 배우들이 될 듯한 인물들이 모여서 아직 솜씨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과시한 영화입니다. 아마도 그 시대 관객들이 보면서 40-50년대의 향수에 젖었을 수도 있는 영화같은 느낌입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와 감독이 함께 한 작품이지만 형식은 다소 엉뚱한 내용이라서 코믹 마카로니 웨스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커크 더글러스가 아주 능청스럽고 교활하고 영리하기까지 한 사악한 인간으로 등장하는데 그런 캐릭터이면서도 밉지 않은 주인공입니다. 숨겨둔 돈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동료 죄수와 심지어 소장까지도 포섭하려는 인물입니다. 헨리 폰다는 청렴하고 용감하고 올곶은 보안관의 흉내를 내고 있기는 한데 영화의 분위기가 코믹하다 보니 커크 더글러스와 완전 대조되는 선역임에도 오히려 엉뚱하고 웃긴 캐릭터처럼 느껴집니다. 그 외에도 조연 배우들이 만만찮은 인물들로 포진되어 있는데, 우선 감옥에서 오랜기간 복역하면서 별 의욕없이 사는 전직 은행털이 노인으로 버지스 메레디스가 출연하고 종교 사기단 2인조로 TV출신 배우 존 랜돌프와 개성있는 조연으로 많이 활약했더 흄 크로닌이 등장합니다. 특히 흄 크로닌과 버지스 메레디스는 할리우드 고전에서 감초같은 조연을 많이 활약한 인물이면서 키가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이도 서로 비슷하고. 흄 크로닌은 이 영화에서 아주 재미난 역할입니다. 그리고 보안관을 쐈다가 잡힌 과묵한 악당 플로이드 역으로 워렌 오츠가 비중있게 출연하는데 '와일드 번치' '돌아온 황야의 7인' '가르시아' 등에서 개성있는 역할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무뚝뚝한 캐릭터로 커크 더글러스와 조합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원제인 'There was a crooked man...' 을 직역한다면 '사악한 인간이 살고 있었는데....' 뭐 이렇게 해석이 되는데 교활하고 사악한 인간인 주인공 커크 더글러스의 이야기로 전개되니 뭐 일리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영화제목 치고는 좀 엉뚱한 느낌입니다. 문장의 중간에서 끊어지는 제목이니. 제목이 엉뚱한 만큼 영화도 엉뚱합니다. 우리제목으로 직역 번역하기가 어려웠는지 '대탈옥'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뭐 실제로 나중에 탈옥하기는 하죠. 많이 난장판이 되기도 하고. 네이버 영화에서는 '크루키드 맨'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마지막에 다소 예기치 못한 반전이 두 가지 정도 일어나는데,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닙니다. 과거 영화음악 시간에 (김세원인지 한경애인지) 몰상식하게도 DJ가 이 마지막 반전을 이야기해주는 바람에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알게 되어 버렸습니다. 커크 더글러스의 후기 출연작 중에서 완성도가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50대 중반의 그가 과감한(?) 전라 연기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40-50년대의 고전 영화 감독, 배우 들이 만든 영화임임에도 70년대 시대를 반영해서인지 가슴노출 등 여배우들의 노출장면이 다소 있습니다. 커크 더글러스도 적나라한 노출을 보여주고.
아카데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화인데 1971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당시에는 마치 아카데미 상이라도 받은 듯 오스카 트로피를 신문광고에 함께 싣기도 했습니다. (특히 두 주연배우 커크 더그러스와 헨리 폰다는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던 인물인데. 물론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다른 영화지요) 그 당시만 해도 아카데미상을 팔면 흥행이 잘 되던 시절이었으니.
크게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오락물입니다. 영화의 70% 이상은 황야의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내용이고 초반부, 후반부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나름 재미있고, 교도소내에서의 엉뚱한 일들도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연 및 조연, 단역까지 각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재미난 개성을 부여하여 인물에 대한 재미를 높인 영화입니다. 커크 더글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매우 높아서 그가 나이가 든 70년대에도 여러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그레이트 씨맨' '재뉴어리' '빅맨' '안개속의 미행자' 같은 70년대 개봉작 중에서 아마도 '대탈옥'이 가장 작품의 수준이 높을 것 같습니다.
1971년 국내에 개봉되었지만 이후 방영도, 출시도 되지 않아서 희귀작의 반열에 올랐고, 이 영화뿐만 아니라 커크 더글러스의 70년대 개봉작들이 모두 희귀작이 되어 버린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무리 그의 전성기가 50년대였다고 하지만.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감옥영화라는 점과 그런 소재를 코믹하게 다루었다는 것이 특징인 재미난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흄 크로닌과 존 랜돌프가 벌이는 종교 사기극 장면은 마치 '할렐루야'에서 박중훈과 이경영이 벌이는 사기극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유사해 보입니다.
ps2 : 초반부에 각각의 인물들이 감옥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ps3 : 동양인, 흑인에 대한 비하 혹은 풍자가 슬쩍 등장하기도 합니다.
[출처] 대탈옥(There Was a Crooked Man... 70년) 코믹 서부 감옥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