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즉 1945년도에 일본으로 부터 국권을 회복한 이후에 세워진 건물의 기둥 굵기와 최근(2014년 봄)에 세워진 기둥의 굵기를 사진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 기둥 하나는 11.4cm, 또 하나는 11.2cm입니다. 지금은 미터법이 통용화되어 있지만 당시로 봐서는 4치(寸)기둥이었을 것입니다. 대패로 매끈하게 깎다보니 저렇게 줄어들었는데 저 두께가 바로 벽 두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또 최근에 지은 한옥의 기둥 두께를 보시겠습니다.
▲ 기둥의 두께가 정확하게 30cm, 즉 1자(尺)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기둥 역시 벽의 두께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는데 적벽돌로 조적하는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벽돌의 두께는 약 10~12cm로 양쪽에 이중으로 붙이고 그 사이에는 약 5cm의 간격을 두어 황토나 숯가루 등 친환경 단열재를 쓰거나 스티로폼, 인슐레이션 등을 사이에 넣기도 합니다.
해방이 되고 70년, 그 사이에 우리 한옥의 기둥은 저렇게 두꺼워 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벽체의 단열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편인 것입니다. 불과 70년 사이에 4寸에서 5寸, 6寸로, 최근에는 7寸, 8寸가 성행하고 있고, 보시는 것처럼 드디어 1尺 두께의 기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더 있겠지만 건축주나 시공자나 또 제3자가 다같이 공감하는 분명한 사실은 단열을 위해서입니다.
4寸 기둥을 써서 과거에 5,000~6,000材의 목재로 집을 한 채 지을 수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15,000~20,000材의 목재로 집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오로지 화목에만 의존해야 하던 과거의 난방 방식을 더하여 전기나 석유 등 최고로 발달된 난방기술을 활용하는 현대에 와서 기둥 두께가 2.5배 이상 늘어나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파헤치고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 "한옥은 비싸다", "한옥은 춥다"는 이유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되는 원인은 이렇듯 목재 소요량이 터무니없이 늘어나고 거기에 따른 가공비 등이 덩달아 비싸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에 너도나도 손쉽게 지을 수 있었던 우리 한옥이 일부 계층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의장용(儀裝用) 건축물로 전락되고 있는 우려가 현실이 아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