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법정 스님, 두 스님의 말씀
인과(因果)에 관하여
성철 스님
만사가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어.
무슨 결과든지 그 원인에 정비례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우주의 원칙이다.
콩 심은 데 팥 나고 팥 심은 데 콩 나는 법 없나니
나의 모든 결과는 모두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를 맺는다.
가지 씨를 뿌려 놓고 인삼을 캐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미친 사람일 것이다.
인삼을 캐려면 반드시 인삼 씨를 심어야 한다.
불법도 그와 마찬가지로 천만 사가 다 인과 법을 떠나서는 없다.
세상의 허망한 영화에 끌리지 않고 오로지 불멸의 길을 닦는 사람만이 영원에 들어갈 수 있다.
허망한 세상길을 밟으면서 영생을 바라는 사람은
물거품 위에 마천루를 지으려는 사람과 같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생사 윤회 하는 근본 원칙이니 대도를 닦아서 불멸을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행동을 이 원칙에 비추어 일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을 위해서 나쁜 인과는 맺지 않아야 한다.
모든 일이 다 내 인과 아님이 없나니
추호라도 남을 원망하게 된다면 이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같이 못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내가 지어 내가 받는 것인데 누구를 원망한단 말인가.
만약 원망한다면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울면서 거울 속의 사람 보고는 웃지 않는다고 성내는 사람이다.
또 몸을 구부리고 서서 그림자 보고 바로 서지 않았다고 욕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어리석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천만 사가 전생이건 금생 이건 다 내 인과인 줄 깊이 믿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기가 더욱더 노력하여야 할 것이니 이래야 인과를 믿는 사람이라고 이름 할 것이다.
털끝만큼이라도 남을 해치면 반드시 내가 그 해를 받는다.
만약 금생(今生)이 아니면 내생(來生), 언제든지 받고 야 만다.
그러므로 나를 위하여 남을 해침은 곧 나를 해침이고
남을 위하여 나를 해침은 참으로 나를 살리는 길이다.
미움도 괴롭고 사랑도 괴롭다.
법정 스님
미워한다고 소중한 생명에 대하여 폭력을 쓰거나 괴롭히지 말며,
좋아한다고 너무 집착하여 곁에 두고자 애쓰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증오와 원망이 생기나니
사랑과 미움을 다 놓아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 데서 오며,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 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착 만은 놓아야 한다.
이것이 인연은 받아들이고 집착은 놓는 수행 자의 걸림 없는 삶이다.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수행 자의 길이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