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숲에 들면 ‘singin’ in the rain’의 한 장면, ‘사랑의 희열’을 상상케 하는 꽃을 만납니다. 올괴불나무! 생강나무와 더불어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2m 남짓 크기의 나무입니다. 3월 중순쯤 꽃을 피우는데 멀리서 보면 수천 개의 눈송이가 정지한 듯 빛을 발합니다. 꽃은 새끼손톱 크기이지만 색과 향은 은은하면서 강렬합니다. 꽃 색은 분홍 또는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며 6~8월경 꽃 진 자리에 붉은 열매를 맺습니다. 진초록 이파리 아래 쌍으로 붉게 익는 열매는 마치 농익은 사랑의 결실 같습니다. 올아귀꽃나무라고도 불리며 약재로 쓸 때는 금은인동(金銀忍冬)으로 표기합니다. 꽃이 피면 아래쪽으로 늘어진 5개의 수술이 보이는데 춤추기 직전의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지요. 바람이 불 때마다 꽃과 향기가 어우러지며 나무 주변은 삽시간에 무희들의 공연장이 됩니다. 햇볕 따스한 봄날,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공연을 어디에서 볼까요. 올괴불나무가 주는 감흥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찰나에 사라졌던 옛사랑의 추억을 불러내는 마력! 그 꽃이 집니다.
아리고 쓰린 새벽입니다. 자기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의 결과 입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산에서 만난 만물이 다 아름답습니다. 아스라이 추운 첫 봄에 만난 올괴불 꽃과 향기처럼
고고히 갑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겠습니까? 모든 것은 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음.
즉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못함). 塞翁之馬 ,轉禍爲福도 알고 보면 지금 상태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가지런히 마음을 가다듬고 그저 걸어가 봅시다.
아직, 우리의 봄은 멀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