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드 메르* (외 1편)
김 완 수
내 고향은 눈부시게 젖은 모래밭
아프리카와 인도양의 이름이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로 가면
큰키나무에 달린 첫울음을 볼 수 있다
육지의 반대편
징검돌처럼 선 섬들 가슴을
어루만지고 가는 바다로 가기까지
여정은 멀고 험하나
나는 높다란 고향 집을 잊지 못한다
어머니의 집으로 가는 길
너울거리는 모래밭에 안기기까지
검푸른 바닷물을 만날 수 있고
가끔 커다란 지느러미에 놀랄 수 있어도
어부의 웃음같이 그물을 펼치면
바다 위로 떠다니는 울음들도 건질 것이다
나는 어느새 대양의 골반에 와 있고
잔잔한 바다에서 헤엄칠 때
파도가 나를 낳는다
어머니의 집 앞에서
물빛으로 영근 첫울음을 찾는다
내 삶의 씨앗이자 열매
울음을 쪼개면
어머니의 살내가 흘러나온다
훈풍이 내 감감한 귀갓길을 앞서갈 때
열대어들 뛰노는 기억 속으로
또 뚝 떨어지는
코코 드 메르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 일명 ‘바다야자’로써 세이셸에서만 자라는 야자나무의 씨앗이자 열매.
스모크 온 더 워터*
봄날의 유행가가 끝나고
매미들이 무대에 오르자
익숙한 기타 리프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도심의 공명통에서 울려 나오는 메시지
한데의 임시 무대라고는 하나
소리를 힘줘 되풀이할수록
관객들은 냉갈령으로 다음 무대를 쳐다본다
록 음악은 정말 죽어 버린 것일까
관객들은 좀처럼 머리를 끄덕일 줄 모른다
매미들은 침묵을 벗고
한낮의 증폭기에 디스토션*을 연결해
징징거리는 소리를 낸다
전자음 속주가 거리에 쩌렁쩌렁 울린다
풀 죽은 세상에 대한 저항일 테지
여름날에 기를 쓰고 매달린 절규
세상은 정말 록 정신에 귀를 닫은 것일까
한물간 판을 아예 산산조각 내려는지
하늘이 전자회로에 투두둑 찬물을 끼얹는다
플러그 빠진 저항이 축 늘어진다
무대에 난입해 불을 지른 하늘
도무지 열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리에
식은 말들만 헛헛하게 튀겨도
텅 빈 무대는
어느 배고픈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에게
한 시대의 소리 이끌 영감을 주겠지
잿더미 같은 물웅덩이 위에서
매미 울음이 연기처럼 아른거리듯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 : 영국의 하드록 밴드 ‘딥 퍼플(Deep Purple)’이 1971년에 음반 녹음 작업을 위해 스위스의 휴양지 몽트뢰의 ‘몽트뢰 카지노’를 찾았을 때, 한 흥분한 관객의 실수로 음악 공연 중이던 카지노가 불탄 것을 목격하고 발표한 노래
*디스토션(distortion) : 기타 음을 찌그러뜨려 격한 느낌을 내게 하는 이펙트 장치.
김완수 : 2008년 계간 [시에] 가을호 하반기 신인상 수필 당선,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4년 제10회 5·18문학상 시 당선,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5년 제2회 금샘문학상 대상 수상(동화), 2016년 푸른책들 ‘푸른 동시놀이터’ 추천 완료(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