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인 제공자는 돌팔이 의사이다. 자칭 명의라며 약으로도 치유될 병을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시술을 하고 있어 벌어진 일이다.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 난리가 난 것이다.
명색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공사가 끝나면 남한강은 어떤 모습일까?
남한강에 건설될 3개의 보 중 하나인 이포보 아래에는 팔당댐이 있다. 그리고 상류에는 충주댐과 조정지댐이 위치하고 있으니, 완공이 되면 남한강은 댐들을 잇달아 붙여 놓은 형태가 될 것이다.
거대한 수로 중간 중간에 칸막이를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보의 한 칸, 한 칸 이 모두 대형 댐이다. 강을 댐으로 도배를 한 셈이다. 자연의 강이그 모습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물장구치며 놀던 그런 강은 없다. 물에라도 한번 들어가고자 한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강이 아니라 댐이기 때문이다.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희망의 강, 공감의 강, 행복의 강이란다. 팥을 콩이라고 우기는 형국이다. 돌팔이의 허위 광고가 연상된다..
보 때문에 물길이 막혔으니 물고기는 보의 양 끝에 있는 어로라는 것을 통해서 통행을 해야 한다. 살렸다는 강에서 일어날 희한한 일이다. 어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난센스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댐 만들기’와 ‘강 살리기’는 전혀 다른 과제이다. 전자는 토목건설 분야의 과제이고 후자는 생태환경 분야의 과제이다. 댐을 만들면 강이 산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선진기법 운운하지만 그래도 댐은 댐이다. 다른 과제를 동일한 과제라고 우기는 것은 돌팔이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물빈곤지수(WPI)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147개국 중 43위로 양호한 편이다. 한국은 62.4, 일본 64.8이다. 2001년 현재 한국의 1일 1인당 생활용수는 374리터, 일본은 1990년대부터 372리터에 머물러 있다. 2006년 말 현재 광역상수도 가동률은 51.9%에 불과하다. 거의 절반이 남아돈다.
이변이 없는 한 인구도 크게 늘어날리 만무하다. 4대강 유역에서 농사를 짓지 못한다면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땅이 없어서이다. 강이 없는 섬에서도 대대로 농사를 짓는다. 4대강 본류에서는 홍수도 일어나지 않는다.
댐을 더 만들어야 할 특별하고도 절실한 이유가 없으니 ‘댐 만들기’는 분명 과잉진료이다. 실제보다 상황을 과장하여 겁을 주는 것또한 돌팔이가 즐겨 쓰는 수법이다.
과잉진료를 하는 것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벌이가 목적이다. 강 살리기와 관련도 없는 댐을, 그것도 16개나 만드는 것은 무슨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보도 자료에 이미 나와 있다. ‘남한강 유역 하천에 7m 폭의 제방이 모두 건설되면 제방 위로는 자전거길이 조성된다. 서울 한강에서 충주댐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파이낸셜뉴스, 2008-12-17)
이런저런 이유로 댐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러면 강 하나에 댐 하나만 만들어도 된다. 하나하나가 대형 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당장 16개의 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수상한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1개의 댐도 필요하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댐을 만들어야 수로의 제방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열린다. 강 하나에 댐 하나만 만들면 자전거길이 끊긴다. 16개의 댐을 다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보도 자료를 보면 친환경생태하천 운운도 믿을 수 없다. ‘남한강 공사 현장에 있는 도리섬은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을 비롯해 단양쑥부쟁이...등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발견되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그런데 이 도리섬은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명분 아래 섬 둘레를 깎아낸 뒤 콘크리트 제방을 주위에 두르고 목조 탐방로, 자전거 길과 조경으로 치장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인공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진짜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시민일보, 2010-05-06)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이런저런 목적 때문이라며 내세우는 것들이 실은 모두 들러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은 물 문제가 아니라, 풍광이 멋진 거대한 호수(댐)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의 짐작은 옳다. 이것이 과잉진료의 진짜 목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팔당의 난리도 자전거 도로가 원인이다.
항장무검(項莊舞劍)이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겉의 명분과 실제 속셈이 다르다는 뜻이다.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강이야 죽든 말든 겉보기만 그럴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살리기>는 거짓 명분이고 <보이기>가 실제 속셈이다.’ 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시효과가 노림수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왜 전시효과가 필요한 것일까? 왜 박수가 필요한 것일까? 단순한 공명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목적의 목적이 있다는 셈이다.
여하튼 앞의 추론이 맞는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수사업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토목사업이라고 해야 옳다.
4대강 사업은 규모나 정도로 볼 때 우리 역사상 최대, 최악의 환경 파괴임이 분명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것도 마지막에나 쓸 수 있는 극약 처방이다.
세종시, 백년대계(?)라면 4대강, 만만년대계이다. 현재 남한강 수질은 1급수이다. 얼마 전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 곳이다. 남한강을 보면 4대강이 보인다. 외형상의 불구는 둘째이다. 극약 처방의 후유증은 문답불요일 것이다. 살리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처방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남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하며 흘러온 젓줄이다. 우리의 후손들도 함께 해야 할 소중한 강이다.
- 남한강을 사랑하는 용인에 사는 사람 -
첫댓글 맞는 말씀입니다...돈벌이가 목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