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 알렉시아드 - 5

[Aronople]

아르슬란의 선전포고로 밤늦게 까지 불이켜진 콘스탄티노플 황제의 군막에 헐래벌떡 전령이 소식을 전하였다.

"폐하 쿠마니아의 시르칸이 3천 병마를 이끌고 우리를 돕기 위해 출진했다 하옵니다."

하지만 알렉시오스의 찌푸린 얼굴은 펴질줄 몰랐다.

"그래도 부족하다. 병력이 부족해 대장군 우리가 동원가능한 병력이 정녕 이것뿐이란 말인가?"

황제의 질문을 받은 프로토스트라토르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현재 모든 봉신들에게 국난을 알리고 병력을 쥐어짜고 있지만 그들에게 이끌어 낼수 있는

병력은 1만 4천, 여기에 폐하의 직할 징집군 6천과, 바랑기안 가드 3천, 중앙군 6천 허나 중앙군은...."

프로토스트라토의 말을 끊으며 황제는 한숨섞인 말을 이었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중앙군! 총원 1만이지만 시칠리아에서의 피해가 보전이 안되었지 또 그들은 용맹하나

아르메니아의 피난민 출신 고작 검한자루 방패하나의 경보병이 아르슬란의 기마병에 대항하기에는

무장이 열악할수 밖에...아니 그냥 칼받이일 뿐이지"

갑자기 군막이 열리며 잔혹해 보이는 얼굴에 화려한 갑주를 걸친 인물이 들어왔다.

"폐하 여기 조지아의 다비트 바그라티오니도 있소이다 나의 강군 3천이면

그딴 투르크 촌놈따위 3만도 상대할수 있소!"

황제는 억지 웃음을 띄우며 조지아의 왕 '잔혹한 다비트 4세' 를 맞이하였다.

"감사하오 정말 감사해 내 카프카스 용사들의 용맹함은 능히 잘 알고 있소이다. 참으로 기대가 크오"

마치 제국을 혼자 다 구원한 마냥 위세를 뽐내던 다비트 4세에 대한 억지 환영이 끝나고

황제는 돌연 결연한 표졍을 지으며 재무관을 돌아보았다

"재무관 최소 8천의 용병을 고용하시오 최소 8천이오 알겠오!"

갈라타 시장 출신의 사켈리오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답했다.

"폐하 우리의 현 재정으로 8천은 무리입니다. 4천 정도만이 겨우 감당할수 있는 수준입니다."

황제 알렉시오스는 더이상의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듯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필요하다면 유대인들에게 성소피아 성당의 성물을 저당잡혀도 좋소 최소 8천이오

그래야 아르슬란의 4만 3천 대군에 머릿수라도 맞출수 있지 않겠소..."

- 아미소스 공방전 -

최정예 굴람 용병단을 앞세운 2만 8천의 셀주크의 선봉군에 알렉시오스가 친히 이끄는 제국군 3만 7천이 돌격을 가했다.

3만을 상대하겠다던 다비트 4세의 군은 조지아의 국경을 넘지도 못한채 분쇄 되었고

쿠마니아의 지원군은 아직 카프카스 산맥에도 당도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제국의 영토가 유린되는것을 참지 못한 황제는 아미소스에서 적의 예봉을 꺾기로 마음먹은 것 이었다.

"참수자 알렉시오스가 여기있다. 아르슬란은 목을 내밀어라! 내 친히 너의 목을 콘스탄티노플 성벽에 걸리라!!"

대승!!

결과는 믿지못할 대승 이었다. 정예로 이름 높던 굴람 용병단은 가장 먼저 도주했고 셀주크의 패잔병들은

목숨을 구걸하기 바쁘기만 했다.

- 니코폴리스 회전 -

아미소스의 승전으로 자신감을 얻은 제국군은 곧바로 적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목표인 니코폴리스에 주둔중인 셀주크의 2진은 고작 1만!!

아미소스 전투의 피로도 풀지 못한 제국군 이었지만 때마침 도착한 쿠마니아군과 합세하여

2만 9천의 병력으로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 맹공을 가한것 이었다.

그러나

승리가 목전에 다달은 순간 제국군의 옆구리에 굴람 용병대를 앞세운 2만 1천의 셀주크 군이 들이 닥쳤다.

쿠마니아군이 도착했다면 조지아군을 분쇄한 셀주크 군이 재정비를 마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것

가장먼저 도주하였던 굴람용병대가 후방부대와 합류하기 위해 전략적 퇴각을 기했다는것을 계산치 못한

알렉시오스의 실책 이었다.

참패를 당하고 퇴각하는 제국군의 모든 수뇌부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머리속에 맴돌 뿐이었다.

"만지케르트"

이대로라면 아나톨리아 전역이 아르슬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것은 시간문제인듯 보였다.

기적이 일어났다.

둘째황자 세라피온의 탄생이 행운을 불러 온것이었을까?

대승을 거둔 셀주크군은 기세를 앞세워 진격하지 않고 오히려 군을 물리었다.

황제는 군의 재정비를 위해 징집병들에게 휴식을 지시하고

용병단에게 셀주크 영내에서의 약탈을 명하는 유격전에 돌입했다.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콘스탄티노플의 군막에서 알렉시오스는 패전의 피폐함을 온몸으로 안은채 외쳤다.

-플라비오폴리스-

고작 반년

제국의 모든 역량을 쥐어짜낸 병력 3만에

셀주크의 3만 5천 대군이 들이닥치는데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야사에 따르면

황제 알렉시오스는 아미소스에서 당한 부상이 회복되지도 못한몸을 전장으로 향하며

자신의 장녀 안나 콤네나 에게 이리 전했다 한다.

"딸아 내 영명한 큰딸아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네가 쓰고있는 그 책에 혹시 내 이름이 들어간다면....

꼭 이리 적어다오 황제 알렉시오스는 제국을 구원치도 못하면서 힘을 키운답시고 형을 참살하고,

역모를 일으킨, 아일랜드에서 부터 케세이까지 악명 떨친 둔탱이 였다고..."

-플라비오폴리스 방어전-

단단히 방어준비를 마친 1만 6천의 제국군에 3만 5천의 셀주크군이 밀어 닥쳤다.

황제는 쉬어버린 목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했다.

"조금만 버텨라 이제 곧 제국 최강의 용장으로 이름높은 드라파논 백작 토드의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버텨라 나의 용사들아"

황제의 완강한 지휘에 절반의 병력임에도 제국군은 힘써 싸웠다.

오히려 2배의 병력차에도 불구하고 셀주크군의 중앙과 좌익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드라파논 백작 'The tormentor 토드' 가 이끄는 1만 4천의 지원군이 도착하자

이제 승리는 제국의 것이 확실시해 보였다.

지원군의 도착으로 지휘권을 토드에게 이양하고 물러난 황제는 믿지 못할 광경에

아연실색 할수 밖에 없었다.

1만 4천 대 8천 이었다.

난전의 혼란속에 남겨진 양군의 병력은 압도적으로 제국에 유리한 상태였던 것이다.

적의 중앙과 좌익은 분쇄 되었고 우익만이 홀로 남아 있는 상황

난폭하지만 공격적 지휘만은 제국 최강이라는, 자칭 타칭 '천재' 토드의 지휘는

제국군을 수렁에 몰아 넣었다.

그의 쉼없는 공격명령은 이미 지쳐있는 병사들에게 독이 되었고 제국군은 패퇴하기 시작했다.

황제는 하늘을 올려보며 울부짓었다.

"하늘이시어 나의 눈을 멀게 해주시오 제국의 최후를 내눈으로 보는 참상만은 피하게 해주시오!!"

-시노페의 군막-

알렉시오스는 패전하는 제국군을 최대한 수습하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그렇게 패잔병이 시노페에 다달을 무렵 셀주크의 전령이 도착하였다.

목적은 휴전 협정, 플라비오폴리스에서 셀주크는 비록 승리했으나

제국군 8천에 비해 두배에 달하는 1만 5천의 병력피해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였으리라.

전령이 오고 하루 뒤 알렉시오스는 지친몸으로 시노페의 군막에서 아르슬란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타난인물은 아르슬란이 아닌

그의 아들 '이교도 사냥꾼 말릭 샤' 

셀주크와의 평이한 휴전협정 조인이 끝나고

술탄 말릭샤는 알렉시오스에게 지켜지지 못할지도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대 알렉시오스여 나의 아버지 영웅적인 사자 아르슬란께서 살아 계셨다면 그대의 몸은

발가 벗겨진채로 이스파한의 광장에 내던져 졌을것이오, 그러니 기다리시오 나 셀주크의 술탄

말릭샤 가 형제들을 재압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테니"

1102년 9월 26일

콘스탄티노플 개선문에 웅장한 풍악이 울려퍼지고

용사들의 개선을 축하하는 소녀들의 꽃잎이 휘날렸다.

제국은 패하였지만 승리하였고, 만지케르트의 악마 아르슬란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오랜 전란으로 이미 파탄난 재정으로 웅대한 개선식을 행하는것에 재무관은 극렬 반대하였지만

황제는 이를 한마디로 일축 시켰다.

"제국의 용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지친 로마의 시민들에게 빵과 유흥을 배풀라

이를 위해서라면 황궁에 구리동전 한닢 남지 않더라도 좋다"

"제국은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치열한 전장의 증거를 나타내는 피묻은 갑주를 걸친채

콘스탄티노플 광장에 모인 군중들에게 황제 알렉시오스의 연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지금의 우리는 이 가도의 끝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쉬지마라 나의 병사들이여, 로마의 시민들이여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모이고 모여 아들, 딸.... 손자, 손녀의 시대가 되었을 때는

위대한 황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조차 우리의 위업에 경배를 올릴 지어니!"

연설이 끝나자 온 광장에 모인 모든 군중들은 한 목소리로 제국이 떠나갈것 같은 함성을 외쳤다.

그대는 들리지 않는가 이 (로마뽕 맞은) 함성소리가!

"제국만세!! 황제만세!! 위대한 로마의 영웅 알렉시오스 만세!!"

----------------------------------------------------------------------------

-후기-

찌질한 전투컨트롤을 글빨로 만회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ㄷㄷㄷ

정말 처음 승리했을때는 한타싸움에 모든게 결정나는 크킹 시스템상 다 이긴줄 알았죠

그래서 사기회복도 다 안된 부대를 밀어 넣었는데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전장 안개너머로 1만 짜리 부대 2개가 딱!

용병 돈나가는거 아까워서 빨리 빨리 끝내려다 아주 지옥을 봤습죠... ㅠㅠㅠㅠ

그리고 마지막 결전..

아놔 무력 22짜리가 무력 5짜리 한테 발릴때 기분이란...

앞으로 절때 네버 에버 무력 높다고 난폭&공격지휘관 있는 장군은 안쓸겁니다. 그냥 대장군이나 부려야지

어떻게 저걸 깨지는지... 사기치도 사실 비슷했어요 저 망할 '괴롭히는 사람 토드' 라는 놈이

내 심장을 괴롭힐 줄이야 ㅠㅠㅠㅠ 스웨덴놈 무력 높다고 일부러 스카웃 해서 땅도 준 놈인데 ........ ㄷㄷㄷ

참 저 정말 아르슬란 죽은지도 모르고 플래이 했습니다...

마지막 전투 지고 나서 평협 OK 됫을때 기분이란... 처음 대승했을때 승점 훨 높을때는 아무 반응 없다가

이제 끝장이야 연대기고 뭐고 둔탱이 알렉시오스는 망하는거야 라고 외치고 있는데

왠 젊은놈이 나타나서 OK 해주는 ㄷㄷㄷ

다음이 사실상 연대기 마지막이 되겠네요.. 좀 짧긴 하지만 몰입감 쩌는 플래이였던것 같습니다.

사실 알렉시오스에게 불멸자나 악마의 자식같은 이밴트가 일어나길 기대했었습니다만...

역시 공평한 역설신이신지 그런 깜찍한 이밴트는 없나봐요 ㅎㅎㅎ

[Aronople]

그게 알고는 있었지만 초반에 워낙 대승을 해놔서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

[DOMM]

저는 예전에 플랑드르가 신롬 권역일 때, 아청상태인 필리프 1세로 시작부터 게르만놈들한테 선전포고당하니까 오히려 vs침략자 보너스를 이용하게 되더라구요.
"빨리 또 쳐들어와라...!"
관계도 보너스 붙은 상태로 온갖 법, 음모 다 성공시키고 신롬군이 공성 시작하면, 땅 뺏기기 전에 병력들 그 근처에서 알짱대다가 미끼물고 따라오면 신롬군 보급제한 걸릴때까지 도망가고, 다시 돌아가는 거 보고 처음부터 반복하다 적당한 수로 빠지면 지형보너스 받고 살수대첩행 ㅋㅋㅋ

저는 선전포고 당하는게 너무 즐겁...

[Aronople]

저도 저 선전포고가 없었다면 연대기도 루즈해지고 게임도 현자타임으로 망할뻔했는데 아르슬란이 살려줬죠 ㅎㅎㅎ

[알렉시아드]

오히려 현실적인 영웅의 분투를 보는 듯합니다

[Aronople]

방어전에서 방어 성공하면 이긴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ㅎ 전투에선 졌지만 전쟁에선 승리하다 뭐 이런거 아닐까요?

[Aronople]

저 물러난게 아르슬란과 관련이 있긴 한거 같습니다. 마지막 말릭샤 스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놈 저와 휴전하고도 반군 2개 와 전투중이지요 셀주크가 워낙 다문화에 다종교 영토를 확보했는지
아르슬란 사후 우후죽순 반란이 터져서 그거 진압하겠다고 병력을 물린것 같더라고요

[Connection]

간밤에 깜짝 업로드 하셨네요ㅎㅎ
재밌게 보고갑니다.

[Aronople]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푸른숲]

알렉시오스는 패배한 전투들 와중에 알프 아르슬란을 쓰러뜨렸고 자신들의 군주를 잃어버린 셀주크는 이겼음에도 분루를 흘리며 전쟁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 떠오르는 재미있는 전개네요.

[Aronople]

나중에 확인해본결과 아르슬란은 전장으로 이동중에 사망했더라고요 어쩐지 첫전투에 셀주크 중앙에 지휘관이 없더라 했었어요.. 조금만 늦게 죽었으면 칼침 한방 놔줄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ㅎㅎ

[알렉시아드]

그러고 보니까
실제 역사에서도 알렉시우스와 로베르 기스칼의 대결이 이런 느낌이었죠

[Aronople]

그러네요 확실히 최후는 비슷한 느낌 입니다.

[검은모자]

재밌습니다! 몰아서 봤는데 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ㅜㅜ

[Aronople]

읽을만 한가요? 이번편 게임플래이가 워낙 막장이어서 좀 오래 쓰긴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