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고요하고
공기의 흐름은,
봄향기를 듬뿍 머금고
산과 들로 흘러내린다.
이번 산행은
남쪽 끄트머리 해남의 달마산& 미황사를 귀착지로
귀밑머리 흩날리도록 달려갔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
공룡의 등줄기처럼,
기암과 기봉이 7km걸쳐지고, 수려한 풍광과
장엄한 기상을 자랑한다.
필부의 산행거리는 대략10km 거리로,
짧지도 길지도 않은 5시간 정도의 안성맞춤 산행이다.
미황사 주차장- 송촌마을저수지- 정골 - 바람재-억새능선- 달마봉- 대밭삼거리- 부도밭-미황사
산행도는 포털에서 가져옴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리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 밑에 자잡은 전원마을과 밭자락은
파릇한 봄동과 한겨울을 이겨낸 봄부추가 검푸른 녹빛을 자랑하고,
논둑과 밭두렁에 웃자란 봄냉이가 신선하다.
미황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흔하디흔한 점방(기념품 파는 가계)과 시끌벅적한 나래비 음식점들도 없다.
오전 9시
주차장엔 평일임에도 승용차와 승합차가 제법 주차되어있고,
절 입구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현지 둘레길 팀의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싱그러운 아침 기운이 코끝에 상큼하다
일주문 옆에는
남도 오백 리 역사숲길 안내판이 우뚝 서있고,
둘래길 채비를 마친 팀들이 안내판을 속독한다.
필부는 군내 대절 택시로
미황사 주차장에서 송촌마을 저수지까지 이동
달마산 등정에 나섰다.
평일이라 등산로에는 인적도 없고,
산바람만이 드나드는 휑한 산길 초입 안내판 앞에서
대절한 택시기사에게 인증샷을 부탁하고, 들머리로 발길을 둔다.
송촌리와 달마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깔끔하다
등산로 초입에서 물길이 말라버린 계곡을 따라,
산길로 방향을 잡으면 이내 임도를 접하게 되고,
임도를 지나치면
정겨운 남도 숲길 달마고도가 시골집 사립문처럼 반겨준다.
콧노래를 부르며 숲길을 따라가면
홍수가 쓸고 간 듯한
백설기를 쥐어뜯어 내던진 듯...
파죽지세로 흘러내린 바위의 너덜지대 위용이 눈앞에 펼쳐진다.
탁한 미세먼지 사이로
필부의 발아래는 수만 군사들의 부대낌과도 같은
장엄한 돌무더기 너덜지대의 장관과
나지막한 구릉지의 산과 전원마을
군락들이 군데군데 또아리를 틀며 봄볕을 맞고 있다.
이따금 지나치는 달마고도 순례자들에게 인증 샷을 부탁하고
필부는 한껏 모양새를 취해본다.
" 어쩌? 이만함^^;; "
달마고도는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옛길이다.
미황사 찻집아래 왼쪽에서 시작해서 "큰바람재- 노시랑골-몰고리재"를 돌아 산문에 이르는.
해남
군민 40명이 그 흔한 시멘트와
포크래인 등의 물리적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사람의 힘과 지게.호미등으로
2년에 걸쳐 옛길로, 복원된 달마고도17.7km
달마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그 길의 완성이다.
" 산길을 걷고 있는 이존재가
기적이요 신비다"
길을 걷다보면 이런 문구가 적힌 선문이 가끔씩 눈에 띈다.
달마고도를 비껴
전임 산 꾼들의 표식
나뭇가지에 걸린 리본을 따라서, 길도 아닌 길을
손과 발로 기어오르듯 산을 타고 오른다
바람 재에 올라
숨을 고르고, 발밑의 정경에 취해본다
산은...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올라온 사람만이 그곳의 정취와, 그곳의 바람과 공기
그런 것에 대한 그리움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비지땀에 적신 몸뚱이에 와 닿는 바람결...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련한 정경들.
산 아래는
탁한 공기와
트이지 않은 시야로 흐릿하지만
달마산의 창천은
이렇듯 손시렵고, 쾌청한 공간이다.
공룡의 등줄기 같은
바위능선을 뒤로하고
필부는
또 한번의 뭇진 포즈로 기념 인증 샷을 날려본다.
멀리 보리 숭어가 뛰놀며
물살세기로 유명한 임하도의 청정 물결과
토종 돌고래 상괭이들의 놀이터가 아삼삼하다.
눈부신 수정을
마구잡이로 박아놓은 듯
달마산의 능선은, 험하기가 이를 데 없다.
조심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넘어선
경관과 풍취는 어디에 견줘도, 손색없는 최고의 장관이다.
한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만만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만만 한 거리를 달려온, 노고는 이 한 컷의 인증 샷에
비길 만 하다.
산 넘어 산이지만
공룡 등줄기 같은 험한 산 중간에는
이런 평탄한 능선 길도 있다.
무등산 정상을 지나 억새 평원을 봄직한. 정겹고 고마운 길도 숨어있다.
불썬봉
봉수대 밑으로
완도 상황봉의 메아리가 나지막이 들려온다.
"불썬봉" 봉수대밑 인증 샷!!
지금은 달마봉이라 하지만...
달마봉은 원래 이름은 "불썬봉"
불썬봉은 봉수대가 있어 봉래라 하고,
"불썬"이라는 말은 전라도 말로 "불을 켜다" 는 뜻의 "불씨"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봉화대와 같은 맥락이라고 불 수 있다.
달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미황사 정경
미세먼지 없이
탁 트인 일기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불썬봉 정상에서
미황사로 내려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
정상에서 밧줄로 연계된 길과, 바위 길을 조금 지나쳐 내려가면
이내 흙길이고, 달마고도 숲길과 만나게 된다.
미황사 대웅전
너른 마당 왼편으로 시작하는 "달마고도 숲길" 과 등산로 입구에서
숲길 안내도를 숙지하는 탐방객들
신라시대 "의조화상"이 창건했다 전해지는 "미황사" 대웅전과 필부
대웅전 뒤로는 동백나무숲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고,
그 윗편은 병풍과도 같은 바위산의 장엄한 위용이 당당하다.
퇴색한 무채색의 대웅전은 단청된 절집보다, 오히려 더 정갈하고 완숙하게 느껴진다.
미황사 대웅전 본당 내부전경
천년 고찰이지만 내부전경은 소박하다.
미황사는 고색창연한 절집의 분위기도 좋지만
이 절집이 가지고 있는 부도 밭은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자 꼭 다녀와야 하는 필수 코스다.
여느 대찰과 달리 경계선과 담장은,
부도 밭 뒷편과 옆구리만 경계할 뿐. 야트막한 축대위에
탁트인 부도 밭은 정갈하면서도. 옛적 시골초가집 군락과도 같은 정겨움이 그득하다.
고찰 부도 밭과 필부!!
미황사 절집 오른편에는
스님들이 기거하면서 수행을 정진하는 요사채가 있다.
요사채를 드나드는 작달막한 여닫이문이 인상적이다.
예닐곱 살 악동들에게 입혀논 색동저고리처럼
거중한 요사채에 비해서 앙증맞은 부조화의 앙상블이다.
스님들의 수행이
묵직하고도 쾌한 법문으로 혼탁하기 이를 데 없는
속세를 정화시켜 주길 방랑 필부는 간절히 바래본다.
미황사 사천왕문
경내 한가운데는 "윤장대"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을 통과하며 윤장대를 돌리는 중생은, 윤장대 한번 회전에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도 같은 공덕이 쌓인 다해서 필부도 한번 돌려봤다.
그런데...
윤장대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한번으로 끝^^;;
미황사 일주문 안
양편 천장에는 흰색 뿔이 돋보이는 용머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여느 절집 용머리보다 착하고 유순해 보이는 용머리와 단청의 조화가 이채롭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끝에
만족감과 대견함이 교차하는 맘을
일주문 앞에서 정리하면서
달마산과 달마고도, 미황사 산행기를 맺는다.
Epilogue
지우들과 같이하는 산행이나, 떼수다가 가능한 산악회 산행처럼
함께하는 번잡한 즐거움은 없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불원천리의 원정 산행은
기대 충족보다는, 본전에 충족하고자 하는 바램이 더 크다.
이젠
포털에서 능히 찾아내는 산행 정보와,
산 꾼들의 답사기행들을 밑천삼아, 미지 산행을 답습하는
즐거움은 산을 처음 오르는 설레임만큼 즐겁다.
이번 달마산& 미황사 산행은
정말 오랬만의 보는
달콤하고도, 미련이 많이 남는 산행 길이었다.
무채색의 고찰과, 달마의 숨결이 살아있는 달마고도
그리고 남해바다를 수놓은 다도해와, 강풍에 가까운 맞바람
혹여
다음에 또 시간이 된다면, 달마산 반쪽 산행을 마저 끝내고,
지우들과 도란도란 달마고도를 돌며, 수행에 가까운
그 길을 묵행하면서 답보하고 싶다.
이번 산행 길의 옥에 티는
불썬봉 바로밑 남쪽 방향에, 널찍하고 평평한 쉼터가 있다.
산악회나 많은 등산객들이 거센 맞바람 피해서 쉴 수 있는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이 천혜의 공간 주변이
개념 없는 산 꾼들이 투기한 음식물 과 비닐쓰래기들로 너저분하게
방치되고 훼손된 자연.그것들이 아쉬운 기억으로 남는다.
2019년 2월 28일 소 금 영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인상좋으신 소금영님
회원정보가 닫혀있습니다
회원정보 수정부탁드립니다-!!
분명~!!!
3년 전에 열어두셨다가
바람에 다시 닫힌듯 하요~~^^
All 공개로 되어 있는데요??
@소금영
아직도
언냔지
오빤지
알 수가 읎스ㅠ
@들꽃이야기 자세히 보세요^^
그러면... 느낄 수 있습니다
@소금영
아적 닫혀있는디~~~
뭔 수로 본다요???
오래전 기억은
엄청 추웠던 기억과
내려올때 지겨웠던 너덜길ㅎ
초봄이였는데 날까지 안좋았던ㅡ
ㅎ추억 소환해보았네요
다녀 오셨군요^^~
짠하게 기억되는 산행길이었다니
진짜배기 알찬 산행이었겠지요?
바쁜중
다녀오시느라 수고하시고
또,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