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세기 영국, 화가 터너(티모시 스폴)는 독특한 화풍과 재능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풍경을 찾아 유럽을 떠돌아다닌다. 아버지(폴 제슨)가 세상을 떠나자 터너는 집안일을 돌봐주던 한나(도로시 앳킨슨)와의 애매한 관계를 내버려둔 채 여행 중에 만난 소피아(마리온 베일리)와 사랑에 빠진다.
화가들의 이야기는 영화감독들의 끊임없는 매혹의 대상임에 분명하다. <비밀과 거짓말>과 <세상의 모든 계절>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마이크 리를 사로잡은 화가는 풍경화가 윌리엄 터너다. <미스터 터너>는 1851년에 세상을 떠난 터너의 마지막 25년을 담고 있다. 빛과 풍경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터너였던 만큼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화면들이다.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터너의 그림을 떼어다 옮겨놓은 듯 황홀하다. 마이크 리는 터너가 화폭에 담아낸 풍경들을 현재에 다시 찾아내어 영화적으로 재현해낸다. 특히 터너가 예인선에 의해 끌려가는 테메레르호를 바라보는 장면은 그의 그림(<전함 테메레르>(1838))을 거꾸로 불러오며 터너가 매혹되었을 ‘풍경의 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이 그림은 <007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가 Q를 만나는 장면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거의 알려진 바 없는 터너의 개인적인 삶을 무리하게 넘겨짚어 ‘드라마’를 만들지 않은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때문에 이야기만 따라가는 관객에겐 다소 긴 상영시간이 부담일지도 모르겠다. 터너 역의 티모시 스폴에게 지난해 칸국제영화제는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글 우혜경(영화평론가) 2015-01-21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