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멧토끼’ 어디에 얼마나 살고 있나… 올해부터 확인 가능
친숙한 동요 ‘산토끼’ 주인공
콧등 넓고 이마에 하얀 작은 반점
계묘년 맞아 실태조사 대상 포함
한반도에 주로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멧토끼. 콧등이 넓고 이마에 하얗고 작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계묘(癸卯)년’인 올해부터 한반도 고유종인 ‘멧토끼’의 서식지와 서식밀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멧토끼는 2005년 야생동물 보호·관리법에서 지정하는 수렵동물(사냥이 가능한 야생동물)에서 제외되면서 그동안 실태조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23년부터 ‘야생동물 실태조사’ 대상에 멧토끼를 포함한다고 1일 밝혔다. 매년 실시되는 야생동물 실태조사는 수렵동물과 환경지표동물 등 20여 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멧토끼는 2005년부터 수렵동물에서 제외된 이후 18년간 한반도 고유종임에도 서식밀도와 분포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한반도에 널리 서식하는 우리 고유종 멧토끼(Lepus coreana)는 토끼목(目), 토끼과(科)에 속하는 포유류 동물이다. 현재 토끼목에는 총 2과 12속(屬) 92종(種)의 토끼가 보고돼 있다. 이 중 멧토끼 속에 속하는 토끼들은 콧등이 넓고 이마에 하얗고 작은 반점이 있어 다른 토끼와 구별된다. 멧토끼의 ‘멧’은 산을 뜻하는 ‘뫼’의 사투리다. 즉, 멧토끼는 다른 말로 하면 산토끼다. 지금까지 널리 불리는 동요 ‘산토끼’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야생에서 이 멧토끼를 직접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 멧토끼는 고양이, 삵, 담비와 같이 포식자가 많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고 민첩하다. 달리는 속도도 빨라 산 속에서도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다. ‘도망간다’는 말의 속어인 ‘토끼다’는 이렇게 재빨리 도망가는 토끼의 습성에서 파생된 말이다. 2018년 국립생물자원관이 멧토끼 6마리에 추적기를 달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행동권은 최대 27만4712.8m²에 이르렀다.
과거보다 서식지가 줄면서 멧토끼의 개체 수가 다소 감소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사실 멧토끼들은 이름 뜻과 달리 산보다 탁 트인 풀숲에 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조림사업 이후 우리나라의 숲들은 울창해졌지만 관목이나 억새 숲은 오히려 줄었다. 이에 따라 멧토끼의 서식지도 같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004년까지 이어진 멧토끼 전국 실태조사에서 100ha(헥타르)당 멧토끼 개체 수는 1999년 11.5마리, 2001년 12.3마리 등 꾸준히 늘다가 2002년 이후 그 추세가 꺾여 2004년에는 8마리로 줄었다.
자원관 관계자는 “멧토끼는 대표적인 초식동물이고 다른 포식자들의 주요 먹이다. 번식을 많이 하는 대신 연약해 개체수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지표동물로서도 의미가 있다”며 “마침 계묘년인 올해를 맞아 토끼를 다시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흔히 집에서 키우는 토끼는 멧토끼가 아닌 유럽산 굴토끼로 함부로 풀어줘서는 안 된다.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성이 있고, 토끼는 동물보호법 상에 반려동물이라 ‘유기’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에서 키우던 굴토끼 수십 마리를 경기 군포에 방사한 사실이 알려져 동물단체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