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맛을 아세요?” ‘목돈마련 짱’>
“너희들이 고금리 맛을 알아?”
저축은행의 인기가 뜨겁다. 푼돈, 뭉칫돈 가리지 않고 저축은행에 둥지를 치려는 시중자금이 나날이 늘고 있다. 실제로 5년 전(2000년 말) 18조8,029억원이던 저축은행 수신고는 최근(7월 말) 30조2,3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저축은행 숫자는 줄었지만 규모는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저금리 딜레마를 풀어줄 창구로 저축은행이 우선순위에 꼽힌 결과다. 특히 목돈마련 차원에서는 저축은행에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땅으로 대변되는 투기 열풍의 후폭풍이 거셀수록 정석투자의 대표주자로서 저축은행의 부각이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적잖다.
사실 저축은행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고급투자처다. 이곳에서 다루는 금융상품 중에는 알짜배기가 수두룩하다. 규모, 점포수가 적은 탓에 덜 알려졌지만 상품만 놓고 보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뜨내기보다 단골고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금리의 맛(?)을 본 이후 저축은행 문턱만 드나드는 골수팬까지 있다.
재테크 고수 중에서도 저축은행을 꿰뚫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적인 성향의 고수라면 열에 아홉은 저축은행 우량고객이다. 하지만 모르는 이에게 저축은행은 왠지 불안하고 꺼림칙하다. 곧 문을 닫거나 돈을 떼일 것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이는 고정관념이다. 한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싸잡아 낙인 찍혔던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의 그릇된 잔상 탓이 크다.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크게 염려할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저축은행의 강점은 역시 ‘고금리’다. 업계 최초의 VIP고객 전담부서 책임자인 정진희 PB팀장은 “3%대의 은행권 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평균 5%대의 확정금리를 제공한다는 게 저축은행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전한다. 1~2% 고금리가 큰 대수냐고 반문한다면 재테크 공부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일이다. 단 1%가 추후에 엄청난 격차를 가져온다는 게 투자시장을 아우르는 불변의 ‘게임의 법칙’이다.
한 사례를 갖고 실측을 해보자. 월 100만원을 3년짜리 정기적금(세금우대)에 든다면 은행(적용금리 4%)은 총 3,798만원인 반면, 저축은행(적용금리 6%)은 3,898만원이 만기환급액이다. 앉아서 100만원의 추가수익이 생기는 격이다. 만일 예금자보호한도에 따라 최대한 가입한다면 만기 때의 수익률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통상 1.5~2%포인트 가량 더 높다. 때에 따라선 이보다 더 높은 고금리상품도 간혹 보인다. 이른바 특판상품이다. 이런 경우 저축은행 평균금리보다 0.2~0.3%포인트 더 높은 게 일반적이다. 가끔이지만 0.5%포인트가 높은 파격적인 금리를 내놓기도 한다. 다만 지점 개설이나 특별행사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판매한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정보가 관건이다. 정팀장은 “임직원과 친해지면 좋은 게 많은데, 특판상품 판매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축은행의 자금사정 혹은 거래금액에 따라 제공하는 우대(특인)금리 정보는 임직원과의 네트워크가 필수다. 그게 아니면 경제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게 차선이다. 비단 저축은행에만 알짜배기 목돈마련용 금융상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의 예탁금(세후 4.92%)은 저축은행 예금(세후 4.83%)보다 금리가 더 높다. 1.5%의 농특세만 제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장점은 또 있다. 사실 이곳 진열장에는 판매상품이 몇가지 없다. 고유계정인 정기예금ㆍ적금, 보통예금,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이 고작이다. 여기에 방카슈랑스에 따라 보험상품이 조금 추가되는 게 전부다. 당연히 선택의 폭이 좁다. 수십, 수백개의 은행상품과는 비교조차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 이 약점이 저축은행에는 되레 강점이 된다. 타 금융기관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팀장은 “타사의 좋은 상품이 있어도 자사 상품을 먼저 추천하는 게 은행권의 한계”라며 “반면 저축은행은 공정한 입장에서 타사 상품 중 좋은 것을 고객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차피 자사 상품이 없는 한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타사 상품을 추천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공평무사한 상품추천을 마음에 들어 하는 고객도 많다는 후문이다.
부대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다. 정팀장은 “최근 시중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대고객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추가서비스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령 PB서비스가 대표적이다. VIP고객 전담창구를 운영하거나 세무ㆍ법률상담에 인터넷, 텔레뱅킹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이는 제1금융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저축은행을 이용할 때 몇가지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우선 예금자보호한도인 1인당 5,000만원을 꼭 준수해야 한다. 이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액수다. 따라서 추후의 이자를 감안해 원금을 넣어야 한다. 금리수준을 감안했을 때 4,700만~4,800만원이 적당하다.
예금자보호한도와 관련해 가족명의를 빌려 2억~3억원까지 가입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때 가족 각자의 비밀번호와 도장을 사용하는 게 좋다. 나중에 문제가 터져 명의만 빌려준 게 확인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실제로 가족명의를 빌려 한도만큼 가입했는데 파산 후 소유주 1명분의 한도만 인정한 판례도 있다. 마찬가지로 매월 이자(단리식)를 받는 계좌도 따로 해야 한다.
재무건전성 확인 역시 필요하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있어도 파산 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파산 후 예금보험공사가 대지급을 한다지만 적어도 3~6개월 후에나 지급하기 때문에 자금이 묶일 위험이 있다. 정팀장은 “자산규모, BIS(자기자본비율), 이익, 연체율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 보면 공시자료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능하다면 직접 상담을 받는 게 가장 좋다. 직원과 회사분위기만 봐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게 마련이다. 상담 중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여기에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해 소액을 들고 가도 언제나 환영이다. 안전성이 찜찜하다면 매월 이자를 받는 단리상품에 먼저 가입하자. 이 경우 최소한 파산 전까지는 약정이자율을 확보할 수 있다. 단 지속적으로 금리가 높은 곳은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자금회전이 안 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재테크의 출발은 목돈마련이다. 따라서 재테크 초보자에게 저축은행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저축은행을 알수록 목돈마련 효과가 높아진다”는 정팀장의 말처럼 실제로 월급쟁이가 목돈을 모으는 데 저축은행이 최고다.
저축은행 종사자이자 재테크전문가인 정팀장에게 저축관을 물어봤다. “처음에는 무조건 아끼는 수밖에 없다”며 “맞벌이라면 둘 중 고액연봉자의 월급을 몽땅 저축하고, 외벌이라면 월급의 50%는 저축해야 한다”고 요약한다. 특히 “5,000만원 이하라면 통장 하나로 합산, 저축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또 집 장만 후에는 자산의 30~40%를 위험이 따르는 투자형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안전성만 갖고는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단기라면 기업어음(CP)이나 채권에 관심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