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 급행 구간이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까지 늘어났다. 용산역을 출발한 KTX가 1시간 33분 만에 광주송정역에 도착, 수도권에서도 당일치기로 광주 나들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광주송정역 인근에는 용아생가, 월봉서원, 월계동 장고분, 송정공원, 신창동 유적지 등 명소가 있고,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송정떡갈비, 낙삼탕과 우삼탕, 순대국밥 등 별미가 기다린다.
광주송정역
광주송정역 바로 앞 지하철, 시내 여행에도 편리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전 수도권 여행객들이 목포, 영암, 나주 등 호남 지방으로 여행을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광산톨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했다. 이후 서해안고속도로의 등장에 이어 고창-담양고속도로가 생겨나면서 여행객들의 머릿속에서 ‘광산’이라는 지명이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최근에 호남선 KTX가 개통됨으로써 광주송정역을 품은 광산구가 화제의 지역으로 되살아났다. 현지 주민들은 광주송정역 이용객이 하루 평균 4,000명 선에서 1만 2,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
‘광산구’라는 이름은 1988년 송정시와 광산군이 광주직할시로 편입될 당시에 탄생했다. 광주광역시를 이루는 5개 구 중에서 광산구가 차지하는 면적은 222.9㎢(44.05%)로 가장 넓다. 광산구의 교통 요지인 광주송정역 신역사 바로 앞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도 있다. 광주의 지하철은 옥동기지-광주송정역-광주공항-김대중컨벤션센터-금남로-문화전당-학동·증심사 입구-용산차량기지를 왕복 운행한다. 외지 여행객들은 호남선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면 광주시 곳곳을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왼쪽/오른쪽]광주송정역에 들어선 KTX / 광주송정역에 멈춘 무궁화호
용아 박용철 생가에서 즐기는 문학기행의 묘미
광산구의 광주송정역에서 가까운 여행 명소로는 용아생가가 손꼽힌다. '용아'는 일제강점기에 시인으로 활동한 박용철(1904∼1938)의 아호다. 광산구에서 태어난 그는 김영랑, 정지용 시인 등과 함께 《시문학》을 발간하며 문학 활동을 펼쳐나갔다.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할 <떠나가는 배>,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를 《시문학》 1호에 발표했다. 여기서 그의 시 <떠나가는 배>를 감상해보자. 용아생가 화단의 화강암 시비에 전문이 새겨져 있다.
나 두 야 간다 / 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 거냐 / 나 두 야 가련다 //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 나 두 야 가련다 / 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 거냐 / 나 두 야 간다
이 시가 후대의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가수 김수철의 노래 때문일 것이다. 김수철은 <나도야 간다>라는 노래에서 박용철 시인의 시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 하며 ‘꿈 찾아’ 떠난다는 욕망은 시인 박용철에겐 조국 독립이었고, 가수 김수철에겐 인연의 완성이었다. 그렇게 시대에 따라 지향점은 달라도 그 가치는 여전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시어와 노랫말을 사랑하는 것이다.
[왼쪽/오른쪽]용아생가에 세워진 시비 / 용아생가 마당을 지키고 있는 시인들의 초상화(윗줄 가운데가 박용철)
생가 마당 거닐며 시인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
용아 박용철의 문학 생애를 조금 더 따라가보자. 그는 《문예월간》, 《문학》 등을 더 발간했고, 외국의 시와 희곡 작품들도 번역 소개했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으나 안타깝게도 30대 중반에 요절했다. 사인은 결핵이었다. <떠나가는 배>를 새긴 그의 시비는 생가 외에 송정공원으로 오르는 비탈길 양지에도 하나 더 세워져 있다.
시인의 생가는 황토를 개어 바른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넓은 마당, 화단, 장독대를 고루 갖춘 초가집이다. 그가 정지용, 김영랑과 함께 문학 활동을 했던 탓인지 생가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지용의 <향수>나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등의 시가 떠오르고 노랫말이 흥얼거려진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시인 6명의 얼굴을 그린 대형 그림판이다. 2014년 용아문학제에 사용됐던 것으로 마당에 이 그림판이라도 있기에 생가 분위기가 덜 썰렁하다. 꽃잎 속에 김윤식, 정인보, 변영로, 정지용, 박용철, 이하윤 등 시문학파 시인들이 꽃술처럼 피어났다. 이들의 발자취는 강진군 강진읍에 세워진 시문학파기념관(2012년 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진은 김영랑의 출생지다. 용아생가를 떠나며 박용철의 또 다른 대표작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를 떠올려본다.이제 아득한 겨울이면 머지 못할 봄날을 / 나는 바라보자.
봄날같이 웃으며 달려들 그의 기차를 / 나는 기다리자.“잊는다” 말인들 어찌 차마! 이대로 웃기를 / 나는 배워보자. 하다가는 험한 길 헤쳐가는 그의 걸음을 / 본받아도 보자. 마침내는 그를 따르는 사람이라도 되어보리라.
[왼쪽/오른쪽]초가집 형태의 용아생가 / 송정공원 시비에서 볼 수 있는 박용철 시인의 얼굴
고봉 기대승 선생 모신 월봉서원에서 가르침을 얻다
문학기행을 즐긴 여행자의 발걸음은 서원 답사로 이어진다. 광산구 광산동에 자리한 월봉서원은 주차장에서 서원 입구로 다가가는 길부터 적잖이 고풍스럽다. 단정하게 기와를 얹은 낮은 흙담이 반겨주는 마을길을 지나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1527∼1572)의 위패를 모신 월봉서원은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인 1578년에 설립되었다. 지금은 광주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고봉은 퇴계 이황 선생과 사단칠정론을 주고받은 학자로 유명하다. 서원의 주강당은 빙월당이라고 부른다. 정조는 고봉의 고결한 학덕을 높이 사서 ‘빙심설월(氷心雪月)’이라는 당호를 내렸다. 친절하게 한글 번역을 달아놓은 주련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도 서원 답사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책을 지고 스승 찾아 높은 암자에 오르니’로 시작해서 중간 부분은 ‘용과 돼지로 나누어지는 후일 한탄한들 어찌하랴’로 끝맺는다. ‘오늘 힘쓰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국가의 근본은 백성을 편안히 하는 데 있다. 백성이 편안한 다음에야 교화를 행할 수 있다. 반드시 백성의 힘을 먼저 펴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부유해지게 한 뒤에야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고봉의 어록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철학자의 길’을 걸어보자. 월봉서원을 출발해 백우정~귀전암 터~고봉묘소~귀후재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다.
[왼쪽/오른쪽]월봉서원 전경 / 월봉서원 주강당인 빙월당의 편액
도심 속 유적, 신창동 유적지와 월계동 장고분
시인의 생가와 서원을 둘러본 뒤에는 도심 속에 있음에도 외지 여행객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문화 유적들을 찾아간다. 신창동 유적지와 월계동 장고분은 호남고속도로 광산인터체인지와 가까운 곳에 있다.
신창동 유적지(사적 제375호)는 앞뒤로 대로가 지나가고 박물관 같은 번듯한 건물도 없는 들판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립광주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의 농경문화를 엿볼 수 있는 토기, 목기, 골각기, 칠기 등의 유물이 다수 출토된 곳이다. 차도와 아파트 단지 등이 없었을 옛날을 상상해보면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살기에 매우 좋은 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단과 삼베 유물, 이들 직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바디, 실감개, 뼈바늘 등이 출토됐다는 점에서 신창동은 ‘고대의 방직공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국립광주박물관 1층 중앙홀에서는 ‘비단의 고장, 광주 신창동의 직물문화’라는 특집전시가 5월 25일까지 열린다.월계동 장고분(광주광역시 지방기념물 제20호)은 무덤 모양이 장구처럼 생겼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1990년대 광주첨단과학단지 조성 과정에서 발굴됐으며, 삼국시대인 5∼6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덤 주변에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시민들의 산책 장소로 사랑받는 문화유산이다.
[왼쪽/오른쪽]신창동 유적지 / 월계동 장고분
떡갈비, 낙삼탕, 순대국밥 등으로 여행 마무리
광산구의 별미를 맛보기 위해 광주송정역 주변으로 되돌아간다. 광산구청 주변에는 오래전에 떡갈비거리가 형성돼 여행객의 입맛을 유혹한다. 떡갈비 굽는 냄새가 골목을 채우는 시간이면 아무리 욕심 없는 사람이라도 허리춤을 풀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에는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송정리 떡갈비는 집집마다 손맛이 약간씩 다르므로 굳이 어느 한 집을 추천받지 않아도 친절하고 위생적인 식당을 골라 들어가서 한 상 대접받으면 행복하다.
광주의 별미로 낙삼탕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골 육수로 녹두죽을 끓이고 거기에 인삼, 밤, 대추 등을 넣은 다음 낙지까지 한 마리 얹어내는데 보약이 따로 없다. 우삼탕은 낙지 대신 우랑을 넣어 끓인 보양식이다. 송정역전매일시장 입구와 맞은편 광산로 초입에는 순대국밥집이 대여섯 곳 영업 중이다. 순대국밥 외에도 머리국밥, 내장국밥, 선지국밥, 암뽕순대 등이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의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
[왼쪽/오른쪽]순대국밥 / 송정역전매일시장 풍경
[왼쪽/오른쪽]시장에 나온 냉이 / 판매대 가득 쌓아놓은 강정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월봉서원 http://www.wolbong.org
문의전화
- 용아생가 광산구청 문화체육과 062-960-8251
주변 음식점
- 장안낙지 : 낙삼탕 / 광산구 광산로30번길 5 / 062-942-4545, korean.visitkorea.or.kr
- 송정떡갈비(1호점) : 떡갈비 / 광산구 광산로29번길 1 / 062-944-1439, korean.visitkorea.or.kr
- 장수국밥 : 순대국밥 / 광산구 광산로 1-1 / 062-945-8533
숙소
- 싼타모관광호텔 : 광산구 사암로216번길 10-11 / 062-956-5000, korean.visitkorea.or.kr
- e-모텔 : 광산구 무진대로231번길 13-12 / 062-430-5707, korean.visitkorea.or.kr
- 럭셔리모텔 : 광산구 무진대로212번길 13-20 / 062-714-2110, korean.visitkorea.or.kr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멋진자료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