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과 사무실에 갔더니 희성이가 우리동기들 앞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너희들이 볼 수 없을것 같아서 이렇게 올린다.
99동기들에게
희성이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오늘을 일요일이라 편지 쓸 시간이 생겼다. 조교들은 즐거운 일요일 이라 계속
강조를 하는데 나는 별로..동의하지 못한다. 여기는 요일의 개념이 없어서 날 가는 것도 잘 모르겠다. 단지 종교활동이 있어서 어느정도 일요일 이라는 인실이 된다.
여기는 육군훈련소 교육연대인데, 이 곳에 와서 처음 느낀 건 여기에 있는 조교들이 다 김현규 같은거야..^^ 그래서 좀 웃기기도 했고, 감회가 남 다르다.
동시에 훈련병들에게 욕 많이 먹어서 밥 안 먹어도 배불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교들 말이 휴가 나갈때 조교 티 안나게 조심한다더라)
다른 내무반 동기들은 바느질하고 나의 성장사등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두가지를 안 했느냐? 그게 아니라 벌써 다했다. 이런....! 군대가 내몸에 맞는가 하는 이상한 조짐이 ... 짬밥도 맛있고....
입대전에 내가 좀 느려서 고생하겠다 걱정하는 무리가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몸이 적응을 했는지...아니면 원래의 내 모습을 발견을 한건지..나보다 느린 애들 너무 많다.
또하나, 아직 자대에 안 가서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연세 때문에 좀 걱정했지만 같은 옷에, 같은 밥, 같은 내무반에서 자고 그러니까 똑같이 느껴진다. 조교 또한 하늘같은 사람으로 보이니 모든게 기우였던 것 같다.
입소하던 첫날에는 눈이 왔지...그래서 다음 날 아침..아니 정확히 새벽에 눈을 쓸고, 삽으로 푸고...교육연대에 처음 들어온 날 또한 눈이 왔지..펑펑.. 오랫동안 눈이 오는데 눈을 치웠다. 지금도 눈이 조금씩 오고 있다.
이제 확실히 두번 보는건데 점점 눈이 싫어라 하고 있다. 대구는 여전히 눈이 안 왔을 것 같은데...
그래도 별로 춥지 않다. 이런 환경은 전혀 상상하지 못 했는데 지은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건물에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잘때도 별로 안 춥다. 내살던 자취방보다 훨씬 따뜻하고.. 자주 씻는다.^^
이외 이동할때도 마스크에 귀마개, 장갑 등 거의 얼굴이 안 보이지...이렇게 하는 이유는 훈련병과 교육담당들의 생각이 좀 다르겠지만 어쨓든 건강에 많이 신경을
써 주어서 감기도 걸리지 않고, 무지하게 건강하다.
이제는 얼차레(첫주차는 팔굽혀 펴기 30회)를 30회 3번, 20회 한번해서 총110개를 했다. 퇴소할 때 쯤 되면 권상우만한 갑바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너무좋아 지면 안되는데..ㅋㅋ
니들은 어째 지내고 있니?
여기 오기 전 나의 생활과 비슷할 것 같은데..한 10시 이후에 일어나 하루에 두끼 먹고, 하루의 반만 생활하는 등...적극 추천한다. 너를 변화시켜줄꺼야! 확실히
지원해라. 육군!
건형이는 좀 있다 입소하게 되겠지만, 미리미리 운동해서 살 좀 빼놔라. 우리소대에도 거구자(여기선 이렇게 부른다)가 몇 명 있는데 안타깝다. 옷도 맞는거 없고, 신속히 움직이는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군대 가기 전이라고 실컷노는 것도 좋지만,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아...이제는 머리도 깍았다. 이발병. 자원한 사람이 있는데, 한번도 깍아보지 못한 애가 머리 깍아줬다. 어찌 하다보니 내가 첫 손님이 되게 됐다. 깍고나서 거울을 보았지! 장난이 아니다만...좌우대칭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울퉁불퉁, 옆쪽에는 몇개의 불규칙한 선이 있고...T.T
근데 오늘 아침에 졸교활동으로 교회에 갔는데 내 앞에 안은 다른 중대 애 뒤통수에 진짜 장난 아니고 가로세로 5cm의 정사각형 만한 땜통이 었는거라. 갑지기 머리 깍는애 얼굴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고맙던지...ㅎㅎ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까 하루가 무척 길고 프로그램이 빡빡해서 조금 피곤한 감은 있지만, 이 정도면 사회에서 듣던 군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 '구라'라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최대 단점이었던 적극적인 자세 부족이 조금씩 고쳐지고 있는 것 같아 좋다.
지금 나는 나이도 잊어 버렸고, 날짜도 잊어 버렸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기약 없지만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해라.
게으르지 말고, 해야할 일 내일로 미루지 말고, 열심히 사는 동기들 되길 바란다.
다음에 또 편지 할께
2004년 1월 중순
-희성-
P.S 두서가 없어 미안! 생각나는 데로 그냥 적었다.
글고 회장.동현! 실험실에 들어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실로 보내는 게
젤 나은 것 같아 그리로 보낸다. 읽고 싶어하는 애들한테 좀 돌려주고
공부 열심히 해라. 담 학기 적응하는데 어려움 없도록.
시험 준비하는 애들도 공부 열심히 하고...
군대 갔다온 친구들은 이 편지 읽으면 뇌 속에 쉬고 있던 기억의 편지들이
갑자기 파노라마로 연결될 것 같구나..ㅋㅋ
현규가 이 편지를 봤으면 진짜 감회가 새롭지 싶은데...안타깝군!
이렇게 편지가 왔었다.
늦깍이 군바리에게 편지좀 많이 해줘라
편지가 엄청 기다려지는 시기이니깐...
주소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평리 사서함 76-10호
26연대 3교육대 9중대 188번 훈련병 (4소대 1분대)
장 희 성
이다.
첫댓글 역시 희성이는 군대 체질 인갑다..^^ㅋㅋ 26연대이면... 홍경민이 있었던 연대네... 거기 좋지..^^ 30연대보다더ㅋㅋ 축복받았다...장희성... 이렇게 전해도... 배양ㅋㅋ 편지 쓸거지???
가서보자..
ㅡㅡ^ 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