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을 잠시 늘어놓자면 11년전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었을 때에도 단지 '소피 마르소'라는 불세출의 미녀배우를 보기 위함이었음입니다.
그때 영화를 다 보고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한 기억이 나네요.
"두 번 볼 영화는 아니구나..."
여인의 기구한 운명에 관한 영화나 소설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적잖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존재하는 그 기구한 여인들의 잔혹사에 비한다면 이 영화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작품이죠.
지인의 소견에 의하면 이 영화는 특히 원작보다 안나의 애정사에 치중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안나의 모습을 떠올려봐도 만약 이 영화를 유지나씨와 같은 전투적 페미니스트형 평론가들이 보게 된다면 잘근잘근 씹어대기 충분하죠.
그야말로 고전적인 여인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그렇다고 할지라도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지금에 와서 재조명 될 필요가 없었겠죠.
행여 고전소설을 영화로 만들더라도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각색하는 센스정도는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적 거장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은 고전소설이나 심지어 성경(마태복음)을 영화화 하더라도 각색한 작품속에 현시대의 흐름과 그에 대한 비판을 나타내곤 했었지요.
세계영화역사상 최고의 천재감독으로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역시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원작이 표현하지 못한, 아니 활자가 표현하지 못한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곤 했었습니다.
뭐 그런 거창한 뭔가를 이 영화(혹은 소설)에서 바라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원작소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여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앞서 언급한대로 저는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만약 원작소설이 영화와 별 차이가 없다면 그 소설을 어찌 감히 명작이라 불러야 할 지 의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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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파>
'백설공주'나 '헨델과 그레텔'정도라면 차라리 잔혹동화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라푼젤' 역시 만만치 않게 잔혹한 동화에 해당한다.
어쩌면 서양인들은 그런 동화를 듣고 자라서 그리 공격적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 <루나파파>는 서양인이 만든 영화다.
헌데 그는 '약한 서양인'이다.
평화롭고 행복한 '진짜'동화는 선한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일거라 생각한다.
그 행복하고 무한한 상상력, 우즈베키스탄의 광활하지만 평화로운 자연풍광(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역량일거라 생각한다), 악당이라고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지만 심대한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들, 그 심각한 사건들에게 조차 웃음을 보일 수 있는 관객, 관객을 그렇게 만든 이야기.
모든 것이 작가의 역량이다.
캐릭터들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하나하나 가슴에 남는다.
특히나 말라카의 오빠는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라 불러주고 싶다.
모정이라는 것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아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의 어머니들을 위하여"
어머니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아이, 그 아이에게 어머니의 모험담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그리고 그리 어렵게 태어난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행복한 상상으로 시작해서 행복한 상상으로 마무리짓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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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 모두 몇 년전에 봤던 영화들이라 수업시간에 미리 나왔습니다.
교수님께서 감상문을 자세히 쓰라고 하셨지만 하나는 11년전에 본 영화고, 하나는 7~8년전에 본 영화입니다.
감상문은 쓸 수 있어도 장면묘사는 못하겠더군요.
사실 <전함 포템킨>도 세 번 정도 봤던 영화지만 세계영화사에 있어 워낙 중요한 사료이고, 몇 번이고 보면서 새로운 미학적 발견을 할 가치가 있기에 그 시간에도 앉아서 봤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사실 수업진행방식이 이러했다면 <전함 포템킨>도 그냥 나왔을 것입니다.
지루했거든요.
강의시간에 상영할 영화의 프로그래밍은 어디까지나 교수님의 권한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수님께서 상영해주신 영화들 모두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들입니다.
저도 몰랐던 명화(<데르수 우잘라> 등등)를 보게 된 것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수업을 들은 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이 수업은 수업 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다분합니다.
교수님께서 영화를 통해서 학생들이 러시아 역사에 대해 이해하길 바란다면 그냥 러시아 역사에 대한 수업을 하시는게 나을 겁니다.
학생들이 러시아 영화사에 대한 이해를 하길 원하신다면 영화사적으로 체계적인 분류가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죠.
적어도 대학에 들어올 정도이고, 이 글 아래의 글들처럼 열심히 조사를 해올 정도의 학생들이라면 꽤 똑똑한 학생들 일 것입니다.
사전조사같은 건 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면서 러시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상, 그들의 과거같은 경우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결론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감상문'의 제도는 아주 유용하였으나 '사전조사'나 시험을 치면서 배우, 감독, 극중 캐릭터를 외우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재밌게 봤던 영화도 재미없게 만들어버릴 여지가 다분합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좀 더 영화에 몰입하여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영화를 그냥 보는것과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보는것과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예.... 머 사람마다 다를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