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기치 않게 혹은 불현듯 일탈이 그립다면 더러 예정에 없던 아니 평상시에 잘 하지 않던 일들을 해보라.
늘상이 아닌 일을 하면서 누리는 즐거움은 또 다른 기쁨을 배가 시키리라.
엊그제 쥔장이 그러했다.
안성으로 거처를 옮기고서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클래식을 접하게 되었다.
티켓이 주어져도 돌아올 귀소 버스 시간이 마땅치 않아 -서울엔 웬만해서는 차를 가지고 다니 않는 고로- 웬만하면 사양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안성행 버스 막차가 밤 열한시에 있어도 쉽게 마음을 내어 그렇게 자주 가던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또는 세종문화회관이 강건너 불구경 하는 이웃 마냥 쉽게 찾아가지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나 지인이 연주를 하게 되어 초정을 해주면 기꺼이 찾아들었건만 그것도 언제부턴가 소원하고 시들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클래식 쪽은 거의 공연장을 자발적으로 찾아가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안성 근처 평택이나 천안에서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의 친구 pinks와 동행 연주를 즐기기는 했다.
엊그제 역시 친구의 배려로 동행 음악회를 즐기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느낌이 들 즈음에 걸려온 전화에 얼씨구나 싶어 동승을 하였던 것인데 그밤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동안 잠자고 있던 클래식 사위가 절로 온 몸을 흥분시키며 엔돌핀을 팍팍 올려 준다.
간만에 클래식으로 느껴보는 감흥과 즐거움이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에 의해 선율로 연주되는 내내 온몸을 떠돌더라는 말이다.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5개국 아시아를 순회 공연중인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
늘 연주회를 핑계 삼아 공연장이 있는 장소를 가보면 그 도시의 문화 수준이나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다.
천안 예술의 전당 역시 일단은 공연 문화를 위해 새롭게 조성된 공간이다.
너른 땅에 교통 수단은 불편하지만 경제적으로나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찾아들도록 "목천 IC" 바로 곁에 장소를 선정하였다.
아마도 천안 시민 뿐만 아니라 곳곳에 클래식을 사랑하거나 문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배려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장소가 건립 될 적재적소로서의 현실적인 땅 가역에 좌우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나
암튼 두루 두루 근처의 시민들이 비교적 착한 가격에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꽤 괜찮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단 전체적인 규모에 비해서 공연장이 협소하고 무대 시설이 다용도가 되지 못하여 음향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을
배제하자면 그나마 안성 근처에서는 박수 받아 마땅할 공간이라는 말이다.
너르고 너른 주차장과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감과 약간의 부대 시설과 거리와 상관 없이
그 어떠한 문화를 수용한다는 취지로 지어진 건물에 걸맞게 공연 내용이 무엇이라도 죄다 소화하여 받아주겠다는 시민 의식이 조화를 이룬 멋진 공연장이
도심을 벗어나 있어도 찾아든다는 것이 정말 보기에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신경이 쓰였던 것은 연주되는 곡들이 자꾸 뒤엉키는 듯한 느낌이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실내시설이 옥에 티.
그렇다고 본다면 미래지향적인 공연 시설로 지어지고 활용됨이 마땅할 일이나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마인드로 건물이 지어지긴 했겠다 싶어 아쉬웠다.
이참에 안성에 건립될 복합문화 예술회관 - 참, 이름도 너무 저렴하다- 역시 긴 안목으로 지어졌으면 좋겠구만
이미 시민의 이해도와 상관없이 도장 꽝꽝꽝, 아주 웃기는 장소에 건립을 한다고 하니
음악과 공연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미치고 팔딱 뛸 일 이기는 하다.
하고 많은 넓디 넓은 공간을 두고 오밀조밀 복잡다단한 곳에 공연장을 짓겠다는 심보는 도대체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요
가까운 거리의 모든 소시민이 찾아들 거리와 공간이라고는 하나 과연 그렇게 될런지 별로 긍적적인 생각을 하지는 못하겠다 는 개인적인 생각.
암튼 공연 내내 조는 사람 없이 특히 남자들이 열정적으로 음악을 느끼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격조 있는 시민 의식이 부럽기도 하고
열린 마음으로 연주자들을 향해 열정적으로 박수 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것도 포함한 개인적인 뿌듯함이 있었다.
어쨋거나 뉴 취리히 오케스츠라 창립자이자 지취자인 마틴 스튜더는 스위스에서 존경받는 지취자 중에 한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설립하면서 "스위스 필 하모닉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젊은 음악가들을 성장시키고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는 전언이고 보면
그가 지휘하는 모습이 왜 그리 유쾌하고 흥겨운지를 알 것만 같았다.
연주자와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몸 동작으로 표현해가며 마치 "춤 추는 제비"를 연상시키던 그의 지휘 모양새가 이해되었다는 말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시키면서 단원들의 개성을 일일이 존중하며 그들의 재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더라는 말씀인 게다.
더구나 열렬한 환호에 힘 입은 몇 번의 앵콜에도 끝까지 웃으며 청중과 눈을 맞추고
자신의 손을 빌어 청중의 분위기를 끌어가는 프로적인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물론 쥔장 역시 앵콜곡 "비제"의 "칼멘" 중에 나오는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고" 편에서는 무아지경의 박수를 쳤으며
세월호 사건을 기념하는 "시벨리우스"의 선율로 추모되는 연주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파오는 듯한 감정 곡선을 그리기는 했다.
덕분에 극과 극을 오가는 체험을 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늘 듣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나
베르디의 "나부코 서곡"은 아예 친밀하게 다가와서 저절로 흥얼거리기도 했다.
막바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Op 64"의 4악장을 듣는 내내 온 신경의 안테나를 곤두세우기도 했고
모든 공연이 끝나고 계속 되는 앵콜 요청에 당연하다는 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사뿐사뿐 걸어나와 기꺼이 연주하고
또한 세번째 앵콜곡을 요청하는 청중의 열화와 같은 박수 세례 속에는 일명 "씽씽카"로 불리는 소품을 이용해
재등장 할 때는 그의 유머러스한 모습에 박수는 극대화 되고 웃음이 흘러넘쳤으니
무겁고 진중하기만 할 클래식 공연장에 웃음꽃이 만발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지휘자가 우리나라 국민성을 안다는 것이요
더듬거리는 한국어를를 이용해 익살스러움을 전달할 때는 그의 노력이 가상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박수 받아 마땅할 지휘자 일세" 였다.
뭐라 표현 말이 없다.
그저 압권이었다는 말 밖에....플룻 하나로 공연장을 압도하고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다는 것,
쉽지 않을 일이나 그는 당당하게 해내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로드리고"의 플룻 협주곡 1,2,3악장을
완전하게 연주해 내었으므로 또 박수 받아 마땅할 일이다.
게다가 그는 KBS교향악단 플룻 수석으로 활동도 하였다는데 그의 이력은 일일이 거론하기가 힘들 정도로
"슈트트가르트 필하모닉"을 비롯한 전 세계의 다양한 교향악단과 연주활동을 하였으며
"스위스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선두로 수많은 오케스트라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뉴욕 풀룻 클럽 콩쿠르 2등으로 입상한 경력을 시작으로 당양한 음반작업을 하였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바이마르 음악학부 교수 및 운영이사, 바렌보임 재단 운영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유 음악 아카데미 초청교수로 재직 중이란다.
.....봄날의 봄밤을 홀딱 홀리도록 간만에 클래식에 빠져 들었다.
온몸의 돌기가 다시 일어서는 느낌이었으며 동행한 친구와의 좋은 시간은 보너스였다.
첫댓글 어느새 써서 올린걸 몰랐네~! 백수가 과로사 할만큼 분잡해 오늘사 들어와 봤네요 여행은 즐거우셨는지~? ^ ^
ㅋㅋㅋㅋ 원래 백수 과로사가 정답인 법.
즐겁게 여행하고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