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작작업을 시작했는데...
2022년 12월 10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동짓달 열이렛날
아침 기온 영하 8.5도,
집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얗게 변했다.
밤사이 상고대가 생겨 마치 눈이 내린 것 처럼
보기가 좋다.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상고대는 한겨울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 생긴다.
비나 눈이 온 다음날에 푸근했던 날씨가 밤새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으며 나무에 달라붙어 생기는 현상이다.
산골에 살다보니 온갖 멋진 모습을 보게 된다.
한동안 일손을 놓고 빈둥빈동, 게으름을 피웠다.
여러가지 좋잖은 일이 연달아 있었던 것이 원인,
궂이 핑계를 댄다면 그런 마음상태에서 일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능률도 오르지 않을
것 같아 거의 한달 가까이 일손을 놓고 있었으나
마냥 유유자적을 하는 것은 게으름의 극치일 것
같았다. 할 일은 있으나 급한 것이 아니라서 급히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 게으름의 원인
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나무작업 외는 그렇게
서둘러 해야할 일이 없다. 올겨울 사용할 장작은
지난 겨울 미리 넉넉하게 준비를 해놓아 너긋한
마음이 이 모든 게으름을 불러온 것이다.
처제의 한 마디가 촌부의 마음을 찌르며 자극했다.
"요즘에는 형부가 예전의 형부가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 너무 부지런히 움직이던 촌부가 일손 놓고
마냥 빈둥거려서 한 말일게다. 그 말은 일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 본래의 촌부 모습이 아니라 어색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이서방은 공방 설치와 정리하는
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 모습과 빈둥거리는
촌부의 모습이 많이 어색해 보였던 것 아닐까 싶다.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촌부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일을 해보자고 다짐하며 엔진톱을 비롯한 장비를
점검하여 커플룸앞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모닝가든
입구에 잔뜩 쌓아둔 통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장작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서방이 원형톱과 작은
크기의 휴대용 엔진톱을 준비하여 나왔다. 모처럼
함께 나무작업을 시작했다. 아뿔싸~ 이게 뭔가?
엔진톱의 시동이 걸리지를 않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잘 사용을 했는데... 한참을 엔진톱과 씨름
하다가 결국 맥가이버 마을 아우에게 SOS를 했다.
늦은 오후에 시간이 난다며 올라오겠다고 했다.
엔진톱으로 통나무 자르기 하려던 일은 접어두고
원형톱으로 잔가지 자르는 일을 시작했다. 옆에서
이서방은 잔가지를 잘라 불쏘시개용은 따로 담고
촌부가 원형톱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나무를
정리해주었다. 지난해까지는 아내가 했던 일인데
아무래도 남자라서 이서방이 도와주어 더 빠른 것
같았다. 옆산에서 꺼내놓은 나무의 1/3은 자른 것
같다. 앞으로 한동안은 장작용 나무작업을 해야할
것 같은데 이서방이 있어 든든하고 편하게 수월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을 아우가 올라온다는 시간이 되어서 하던 일을
끝내고 장비를 정리하며 마무리를 할 무렵 아내가
호떡을 구워봤다면서 따뜻할 때 먹고 하라고 했다.
이서방은 금방 커피 두 잔을 내려 들고 와서 둘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시장통의 호떡집에서 파는
것 보다도 더 맛있다는 이서방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우리 두 집이 함께 살면서
함께 일하는 것은 더 없는 즐거움이며 보람이면서
그 무엇과도 비교 못하는 흐뭇함과 뿌듯함이다.
뒤늦게 올라온 마을 아우가 엔진톱을 점검하더니
도저히 안된다며 농기계병원에 갖고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기화기에서 오일이 새는 것,
그래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단 것인데 걱정인 것은
엔진쪽이라 수리비가 꽤 만만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새것으로 바꿔버릴까 싶기도 한데...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기계치 촌부가 잘
못다룬 것이 원인이겠지 싶다. 처제가 저녁준비를
했다고 하여 마을 아우와 함께 올라와 둘째네에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처제가 만든 생강차를
마시면서 한참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을 아우와 함께하는 참 즐거운 시간이라고 할까?
첫댓글 산골의 모습이 정겹게만 느껴집니다.
쉼쉼 하시면서 천천히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참...진솔하게 사는 농부에 모습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모랐는데
이제는 시골살이가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나이탓인듯 하네요..ㅎ
항상 촌부에 일지를
잘 읽습니다...^^
따듯한 겨울되세요...^
^
오늘도
수고 하심에 박수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