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유혹 앞에 선 우리가 기댈 곳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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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1/사순 제3주간 월요일, 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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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4장 24ㄴ-30절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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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그걸 보고 뭐라고 하시겠어요
몇 년 전 스페인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대회 때 있었던 일입니다. 경기 막바지,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결승선을 50미터쯤 남겨두고 그만 멈춰서 환호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착각한 것이죠. 그 사이 1등 선수를 따라잡은 2등 선수는 1등 선수를 추월하려는 순간 예상 밖의 행동을 합니다. 바로 1등 선수의 등을 밀며 결승선을 알려준 것이죠.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은 그 선수에게 어째서 그 순간 추월하지 않았냐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선수는 “우리 엄마가 그걸 보면 뭐라고 하셨겠어요?”라고 대답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이 선수가 이처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양심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1등 선수의 실수를 자신의 승리로 가져오는 순간적인 유혹을 올곧은 양심의 목소리로 이겨냈기에, 선수 스스로 그리고 어머니에게 떳떳할 수 있었던 거지요. 오늘 복음에는 성난 군중 사이를 가로질러 떠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 모습에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떨림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앞에서 항상 올곧게, 하느님의 정의를 따르셨기에 당신을 둘러싼 성난 군중 사이를 당당히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어떤 나약함이나 유혹을 만날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그걸 보고 뭐라고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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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준 신부(서울대교구 흑석동성당)
생활성서 2022년 3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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