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찡해지는 아침 아주 오래된 아파트라 평수에 비해 완전 저렴하게 매매를 했지만 가끔 쇼파에 앉아 '내 생애 이렇게 넓은 집에서 누리고 살 날이 올줄이야~!' 시댁에서 분가해서 기름값 아까워 보일러도 제대로 못틀고 호~! 불면 입에서 김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 집에서 맘만 먹으면 한겨울에도 반팔티 입을 수 있는 이렇게 넓은 집 쇼파에 내가 앉아있다니!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감격해하던 집에서 '나 여기서 살고 싶다' 했던 햇살 잘 들고 둘이 살기 딱 좋은 아담한 주택으로 게다가 어린이집 코앞으로 오늘 이사를 합니다.
이삿짐 정리를 하다보니 명절이나 큰일있을 때 늘 친척들이 북적대다 보니 그릇도 많고 이불도 많고 게다가 맞벌이다 보니 양말을 왜 안빨았냐 수건은 어디있니 그런게 싫어서 거짓말 살짝 보태 뭐든 한달살기 가능하게 많이 사서 쟁여놓다보니 뭐가 많아도 너무 많은데 다 애정이 실린 것들이라 그간 쌓아놓고 있었는데 두 눈 질끈감고 마구마구 버리고 또 버리고 ᆢ그래도 남은 것이 많아 이삿짐싸는 분들이 오셔서 다들 이거 어떻게 어디다 정리해야하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출근을 했습니다. 5년 동안 정든 집을 그렇게 떠나왔습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집에서 또 다른 삶이 펼쳐지겠지요? '더 멋진 나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잘 걸어왔어. 정말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얽히고 풀어지기를 반복했지만 지금의 나는 제법 괜찮아 보여. 예상하지 못한 고난들이 많았지만 기특하게도 나는 해냈어. 또다시 내가 몰랐던 미래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불안과 걱정에 막혀 주저하기보다는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해낼 거야." [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중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가 딱! 저에게 들려주는 글인 것 같아 살짝 울컥해집니다.
더 멋진 나를 기대하며 오늘도 우리 아가들이 맛있게 먹을 밥과 반찬 만들며 행복한 하루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