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8 (목) 與 원로들 쓴소리… "대통령 불통 심판, 확실히 바뀌어야"
국민의힘 원로들이 4월 17일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이번 참패의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 우리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발 늦은 판단,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들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3년 후 대선에서 꼭 이겨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은 정권을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졌다"며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고 우리 당도 유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임 국무총리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선 "총리가 민생을 잘 돌볼 수 있는 경제통이었으면 좋겠고, 대통령에게 언제든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중심 잡힌 인물이 되길 바란다. 여야가 다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실 스태프들이나 주변 분들에게 언로를 열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자유 토론식 이상으로 말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많은 지혜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여당에 대해선 "이제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직언하는 당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제 정말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우리가 의석은 적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늘 대화하고 협치도 할 수 있는 당으로 바뀌어져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도 만나도록 권유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2년 전 정권을 잡았던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 철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호소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전체 언론 보도를 보면 일관적으로 여기(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불통 이미지를 가져갔다"며 "국민 앞에 당당하게 그때그때 기자회견 해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총선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석수가 크게 벌어지지만 전국 득표율로는 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소선거구제의 맹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품고 있는 잘못된 점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선거 결과가 좋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혹독한 평가를 되새기며 무엇을 고쳐야 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성찰해 당을 바꾸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당을 정비해 22대 국회를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윤 목소리 커지는 국힘… '채 상병 특검' 수용하나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참패 후 비윤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은 21대 국회 내 쟁점 법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회기 내 해병대 채수근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 지도부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권심판론이 거셌던 만큼 여당 내에서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월 16일 당선자 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특검법에 대해 "법안 내용의 문제점마저도 선거 승리만 하면 다 해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선거에 이긴 사람들이 말을 하는데 진 입장에서 일일이 반박하는 것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까 묵언하고 있다"면서도 "수사기관과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때 특검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아직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는 착수했다고 보기도 애매할 정도"라며 "이런 것들이 다 진행되고 조금 미흡하거나 공정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면 특검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대응은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당 입장을 정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한 당선인은 통화에서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민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해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대통령실보다 무서운 게 민심"이라고 꼬집었다. 낙선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당선인은 통화에서 "그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빨리 구성돼서 당을 수습하고 이탈 표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6선 고지에 오른 조경태 부산 사하을 당선인은 지난 4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채 상병 사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채수근 상병 특검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킹>에서 "특검법의 내용에 대해 정부·여당이 조금 긍정적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미래 한지아 비례대표 당선인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민에 따라야 한다.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며 "젊은 장병이 희생된 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거셌던 만큼 국민적 지지가 큰 채수근 상병 특검법에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기 총리 인준에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특검법 처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채수근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처리 의지를 재확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21대 국회 마지막 임기에 두 차례 본회의를 개의할 예정"이라며 "잠정적으로 5월2일과 28일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 진상 규명에 있어 반드시 채수근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이태원 특별법은 총선 이후 재투표하기로 당시에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1대 임기까지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공항 의전실 사용 않겠다’더니…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조국 당 대표가 공항 의전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 공항 당국에 문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조국 대표 포함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 12명은 제22대 국회 회기 내 국내선 비즈니스 탑승을 금지하고, 공항 의전실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등을 결의한 바 있다.조국혁신당 측은 “(매경에서) 확인했다고 하니 누군가는 전화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비서실, 선행팀 관련 직원·당직자가 전화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4월 1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조국혁신당 측은 지난 4월 2일 저녁 조국 대표가 국내 항공사 여객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일정과 관련해 김포공항 의전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 공항당국에 문의했다. 당 측에서 문의한 날은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공항당국은 조 대표가 의전실 이용 대상이 아님을 안내했고, 조 대표는 의전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당시 조국 대표는 의전 대상자를 정한 2개 규정에 해당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은 전·현직 대통령, 전·현직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 국회에 원내교섭단체가 있는 정당 대표, 국제기구 대표 등 외교부 장관이 특별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천하는 사람을 이용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의전실 운영 주체인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도 별도 사규를 통해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기타 인사를 의전실 이용자로 정하고 있다.
장관급 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독립유공자, 언론사 대표, 종교 지도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경제 6단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국 대표는 제22대 총선 선거운동 당시 국회의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도 아니어서 의전 대상이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아 제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의전 자격은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다음달 30일부터 발생한다.
조국혁신당의 의전실 사용 문의가 구설에 오르는 건 지난 4월 15~1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제22대 국회에서 실천할 10개 결의안에 ‘공항 의전실 이용하지 않기’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날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은 회기 중 골프 금지, 회의 중 고성 금지, 회의 중 자리 이탈 금지, 임기 중 신규 수익형 부동산(상가) 구입 시 당과 사전협의, 주식 신규 투자·코인 보유 금지, 의원 생활 중 보좌관과 당직자·기자에게 경어 사용하기, 보좌진에게 의정활동 이외의 부당 요구하지 않기, 국내선 항공편을 탈 때 이코노미석 이용하기, 공항 의전실 이용하지 않기 등 10개 결의안을 ‘우리의 다짐’ 형태로 발표했다.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이 22대 국회에서 공항 의전실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하기 보름 전께 이 내용과 완전히 배치되는 행동이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매경이) 확인했다고 하니 누군가는 전화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비서실·선행팀 관련 직원·당직자는 전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10개 결의안은 22대 국회의원이 되면 하겠다는 것이고, 이전에는 (조국 대표가) 당 대표이긴 하지만 사인이어서 다르게 봐야 한다. 너무 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할 때 이코노미석 이용하기’ 결의도 전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국 대표가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이동할 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월 2일 오후 8시 50분 김포에서 출발한 제주행 비행기 편명과 함께 “이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에 탄 사람은 누굴까요?”라고 적으면서 “내로남불의_GOAT”라는 태그도 달았다. ‘GOAT’(Greatest of All Time)는 특정 분야 역사상 최고 인물을 뜻하는 약어다.
조용우 조국혁신당 대표 비서실장은 김웅 의원 게시물에 “의원님 제가 (조국 대표와) 동승했는데 (비즈니스석) 타고 나서 불편을 느껴서 다시는 타지 말자고 한 겁니다. 참 깨알같이 챙기셨네요. 사랑하는 후배님 남은 의정활동에 충실하시고 특검법 찬성 부탁드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웅 의원과 조용우 실장은 순천고 선후배 사이다. 김웅 의원은 조용우 실장 댓글에 “용우형, 일반석도 충분한데 비즈니스석이라 과해서 불편했다는 뜻이지요? 제 말은 국내선 비즈니스 타지 않는 것이 정치개혁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비즈니스 탄다고 문제라면 의원 아니라 후보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특검법은 양심에 따라 결정할께요”라고 쓰며 응수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