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사의 눈물
최근에 신학교 만년 동기회장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쩌다 전화 통화를 하면 반 농담으로 전화하지 말라고 저는 말합니다.
그간의 경험상으로 보면 동기 회장이 전해 오는 소식은 8:2의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8은 궂긴 소식들이고 2는 괜찮은 소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수도권에서 부교역자로 동일 지역에서 지내며 같이 운동했던 사이여서 편하게 말하는 편입니다.
몇 살 아래 연배이기에“당신이 전화 하면 뭔 일 있나 싶어 진다”며 오늘은 어떤 일로 연락했는가 라자 뜻밖에도 지난번 뇌출혈로 쓰러진 사모님 가정에 도움을 주어서 자기가 고마워서 연락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좀 어이가 없기도 해서 왜 인천에서 사역하는 목사님이 감사를 표시하느냐 하자, 자신이 앞전에 사역했던 지역이 원주이기에 투병중인 사모와 목회자를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수혜를 경험한 목사님이 동기 회장께 저에 대하여 묻더랍니다.
이러 이러한 연락을 받았는데 받아도 되는가를 묻기에 받으셔도 된다고 답변해 주었다는 것입니다.(세상 참 넓고도 좁은 편입니다.)
서로간에 안부를 묻고서 전화를 끊으려는데 광나루에서 함께 수학한 동기 한분의 근황을 전해 주었습니다.
50대의 늦은 나이로 신학공부를 했던 분인데 수도권에서 개척사역을 하였고, 이태전에 은퇴를 하셨다는 겁니다.
대개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처럼 그동안 목회자 연금을 납부하지를 못했기에
그야말로 대책이 없는 은퇴자 중 한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는 곳이 동기 회장 목사의 부근이어서 자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매월 적게나마 지원을 하는데 갈수록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노라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동기분의 연락을 받으며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즐거이 주님을 따르겠노라>며 이십년 이상을 살아왔는데, 뒤늦게 마주한 현실이라는 삶의 무게를 경험해 보니 막막함이 앞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例) 와는 반대의 은퇴 목사님을 알고 있습니다.
산골 마을의 농촌교회를 섬기시다가 은퇴를 하시고 하나님의 은혜로 수도권에서 사시는 분입니다.
이분은 청년 시절에 친구들과 야학을 운영하셨던 분인데 그때 함께 고생했던 분들이 협력을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당신도 어려우실텐데 수도권의 작은 개척교회를 찾아다니며 목회자들을 격려해 주시는 특이한 사역을 하시고 있습니다.
선배 목사님의 이러한 사역을 통하여 배우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행하는 사람에게 사람을 붙여 주시는 분이심을 배울 수 있습니다.
동일하게 작은 교회를 섬기다가 은퇴를 하시고 노후를 보내지만, 노후의 삶의 질과 내용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은퇴라는 한자를 보면 세 가지가 검색됩니다.
1. 隐退 2.退休 3. 退役/ 흥미로운 것은 2번째와 3번째 은퇴라는 한자의 의미속에는 공통적으로 도태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퇴는 삶의 자리에서 도태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은퇴를 인생 2막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면 노후의 인생이 나름대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 입장이기에 동기 회장 인근에서 살아가는 은퇴 목사님의 이야기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동기 회장과 통화를 마치며 은퇴 목사님들 가정에 양구쌀이라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부름받아 나선 이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며 소명에 순응하며 한 세상 살아온 은퇴 목사님들 가정에 적게라도 힘을 실어 주고 싶습니다.
남 몰래 속앓이 하며 눈물 흘리는 은퇴 목사님들을 위하여 여러분들의 마음을 담아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예루살렘 성도 중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쁘게 얼마를 연보하였던 마게도냐와 아가야의 성도들처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은퇴 목회자들을 향하여 사랑을 베풀어 주시길 요청합니다.
이는 마게도냐와 아가야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도 중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쁘게 얼마를 연보하였음이라(로마서 15:26)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혹시라도 은퇴 목회자분들에게 양구쌀을 보내는데 협력해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에게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