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불같이 화내며 싸우다가도 ‘밥 먹자~’라는 말 한마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사이. 오래 떨어져 있어도 따뜻한 포옹 한 번이면 금세 친해지는 사이. 바로 천륜지간[天倫之間]이라 부르는 부모와 자식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요즘 부모와 자식 사이는 예전만 못합니다. 종일 밖에서 일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공부하느라 가족 얼굴 볼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바쁜 생활 속에서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부녀가 있습니다. 매일 맛있는 빵을 굽는 제빵사 신재호 씨와 멋진 음악가를 꿈꾸는 중학생 신유진 양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빠와 딸의 ‘가까워지기’
딸이 사춘기를 지나면 서운할 만큼 아빠와 사이가 멀어진다고 하죠? 하지만 아빠를 향해 친근하게 장난을 치는 유진이와 그런 딸에게 즐거운 농담을 던지는 신재호 씨의 모습은 그런 말들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유진이는 스스로를 애교 없는 무뚝뚝한 딸이라고 말하지만, 아빠에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빠랑 같이 있는 게 어색하다는 데, 전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아빠한테 문자 메시지로 하트같은 걸 보내는 건, 오글거려서 못 하겠어요.
지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언젠가 딸과 멀어지게 될까 봐 걱정된다는 신재호 씨.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는 딸은 많아도 아빠와 친하게 지내는 딸은 주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진이는 아빠의 그런 걱정을 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쌓은 추억들이 유진이와 아빠, 그리고 엄마와 동생 효주의 사이를 떼어낼 수 없을 만큼 끈끈하게 만들어 놓았거든요.
이따금 신재호 씨는 두 딸을 데리고 왕릉 견학을 하며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그가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교육 방법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유진이에게는 아빠와 함께한 왕릉 견학이 배움, 그 이상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평소 유진이와 아빠의 모습은 여느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평일엔 서로 바빠 얼굴 보기도 어렵고, 만나더라도 자주 싸우기 일쑤죠. 하지만 신재호 씨와 유진이의 모습이 다른 부녀보다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두 사람이 함께한 순간’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굉장히 많이 내리던 날, 휴양림의 펜션으로 놀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온 가족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술래잡기했는데, 다들 배꼽 빠지게 웃었어요.
유진이네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더운 여름엔 물가에 텐트를 치고 온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시지를 구워먹었고, 추운 겨울엔 눈 내린 풍경을 찾아 떠나곤 했습니다.
가끔은 아빠와 유진이가 단둘이서 캠핑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그저 함께 했던 시간만으로도 유진이와 아빠에겐 마냥 따뜻하고 좋은 추억이 되었답니다.
우리 가족도 많이 다퉈요. 가끔은 큰 소리가 오가기도 할 정도로요.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다음날 일어나면 어제 있었던 일은 툴툴 털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게 돼요. 다들 O형이라 그런가요~?
화목한 유진이네도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유진이 중학교 입시 때문이었는데요. 당시 유진이는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지 못해 상심이 컸습니다. 물론 유진이 본인이 가장 마음이 아팠겠지만, 열심히 노력한 딸을 뒷바라지한 부모와 언니를 열심히 응원한 동생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른 가족 같았으면 속상한 마음에 안 좋은 소리도 오고 갔을 법한데, 유진이네 가족은 함께 산을 오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뒀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죠. 가족의 힘이었을까요? 유진이는 다음 해, 자신이 원하던 국립국악중학교에 당당히 입학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가족과 함께하니, 자연스레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요즘은 모두가 바빠서 예전처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유진이네 가족. 그래서 신재호 씨는 더욱 가족에게 무관심해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어설픈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따라 하기도 하고, 딸들에게 서툰 농담도 건넵니다. ‘서로 바쁘니까’, ‘가족이니까 이해하겠지’, ‘그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서로를 무관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빠와 딸, 소통의 다리로 이어진 특별한 사이
힘드실 법도 한데, 아빤 늘 한 곳을 향해 걸어가요. 그 모습이 참 멋있어요.
유진이는 한결같이 제빵사의 길을 걷는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평생 한길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유진이도 저처럼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신재호 씨는 유진이가 과정이 힘들더라도 소신껏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원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진정 딸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유진이네 가족은 함께한 모든 순간을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꺼내어 본다면 그 추억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신재호 씨와 유진이는 이런 추억들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남다른 부녀 사이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중히 쌓은 추억으로 소통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앞으로도 변함없길 바라며 삼성생명 블로그 L이 함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