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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산다] / 2009
1. 나와
2. 아무것도 없잖어
3. 오늘도 무사히
4. 정말 없었는지
5.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6. 말하러 가는 길
7. 나를 받아주오
8. 그 남자 왜
9.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10. 싸구려 커피
11. 달이 차오른다 가자 (지금 나오는 곡)
12. 느리게 걷자
13. 별일 없이 산다
한국적 락의 전형으로 존경받는 신중현이 단지 지미 헨드릭스의 사이키델릭 락 사운드를
국내에 전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애써 그에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70년대 한국에서 그나마 '비교적' 제대로 된
락 사운드를 들려준 최초의 인물이라는 상징성이 그것이라고 말한다면?
더욱 따뜻한 관점을 갖고 그를 바라보면... 여기에 경의라는 표현은 필수이며...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락 사운드에 블루스 장르뿐만 아니라 여지껏 시도된 적이 없는
국악의 이미지가 덧칠된 표현의 창의성이라고 말하리라.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물리적 결합이었다고 누군가 자신없게 외친다.
근대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한국적인' 이라는 단어를 부여할 수 있는 음악 장르는 없었다.
영미에서 유행하는 사운드를 그대로 들여와서 한글 가사만 붙이는 정도가 주류였다.
락의 대부라고 불리는 한대수, 역시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모던 포크라고 불리우는 그의 음악이
밥 딜런(Bob Dylan)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한다면?
당시의 대부분의 락이 그랬지만 그의 음악이 조명 받는 것은
당시 시대가 갖는 특수성과 맥락 때문이라고 누군가 자신없게 외친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 앨범, [별일 없이 산다] 속의 음악은 이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여기서도 자신없게 대안으로서 그들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가장 특징적으로 그들의 음악은 우리 말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장기하의 보컬 스타일은 때론 송창식의 여백과 담백함이 느껴지며 산울림 김창환과 같은 청아함이 떠오른다.
다양한 장단과 호흡을 통해 자신의 곡을 완벽히 지배하고 있는 장기하의 센스가 돋보이는데
한글 구어체 가사의 과감한 구사는 읅조림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적절한 단어들의 배치를 통해
그 자체가 독특한 위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장기하의 목소리는 코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지만
절묘하게 맞어 떨어짐으로써 특유의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마치 펄프(Pulp) 자비스 코커(Javis Cocker)의 읅조리는 저음의 목소리가 디스코 풍의 음악
Common People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묘하게 맞어 떨어지는 그 감각과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이들의 정규 앨범은 포크를 기반으로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돋보이는데 그 조합이 결합이라기보다
화학적인 융합에 가깝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세련되었다.
시대가 만든 날선 감각이지만 기존의 선배가수가 시도했던 단순한 결합과 다른 그것이다.
포크 기반에 블루스, 펑크, 사이키델릭 록, 레게, 마리아치 장르를 적절하게 버무리는
그들의 감각은 앨범 전반에 걸쳐 재치있게 표현되어 있다.
한국적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는 개인 혹은 거창하게 말하면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구별짓기가 열등감의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인디 음악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다양한 포크의 음악적 시도와 함께 맛
깔스러움 더하는 가사의 조화는 한국적임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또 다른 모델이 아닐까?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대학가의 시세보다 월등히 싼 임대료를 받는
허름한 집에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이 오늘 하루도 쓰레기같이 써버린 자괴감에 빠져 방바닥에 들러붙어
뉘엿뉘엿 해가 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위안을 받는 광경이 떠올른다.
지극히 모범생답게 공부만 쳐하면서 대학을 다녔던 나로서는, 솔직히 미팅에 인턴쉽, 어학연수을 해대며
바쁘게 살아가는 화려한 대학생활보다 위에서 설명한 저런 구질구질한 대학생활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과 로망이 있다.
4년이라는 시한부 자유를 <미래>라는 단어를 아예 들어본적도 없는 것 처럼 흐르는듯 흐르며 살면서,
곰팡내 풀풀 풍기는 그런 곳에서 젊음을 낭비하면서 살고 싶었다.
이런 나의 로망을 장기하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창작자의 의도고 나발이고 모르면 모르는대로 꼴리는대로 감상하는게 예술 아님?
어차피 CD자켓에 상세히 설명해준 것도 아니자나.
그렇게 나는 장기하의 음악을 들으며 제멋대로의 기분을 한껏 느끼고선 또 공허함에 빠졌다. 어차피 그 기분도 허상이니까.
아무튼 그런 알싸한 기분으로 노래를 듣고있자면 또 가사가 좋다.
단순히 서울대라는 명문대가 가지는 카리스마적 명제에 스스로 옭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인후 안에서 공명하는 유리알과 같은 판타스틱한 스펙트럼을 구사하는 포르테들의 조합은
소주처럼 청명하게 뻗어나가는 보컬의 목소리와 나이를 먹어 늘어지는 기타소리의 리듬과 더불어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어 듣는 이의 감성적 게슈탈트를 근원으로부터 침식시키고 있다.
이 무슨 허세돋는 감상인지. 하지만 이게 저의 개성이거든요.
어떤 분이 말하기를 미사여구를 존나게 붙이면서 쓰는 글을 이해 못하는 니가 X나 병신이래요.
내가 허세가 아니고.^^ㅗ 알겠니?
.....죄송함다..ㅡㅡ;; 개드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저따위로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나오지 않는 감동이,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발음하기도 좋은 비유들을
시기적절하게 절제하며 배치한 깔끔한 가사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 말씀.
노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가사
천재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멜로디와 결합하는 단어의 운율.
음성학을 전공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정도로 절묘하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서울대의 간판을 가진 이의 좋은 머리 덕분이라고 치부한다면, 그의 감성에 대한 무례일테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이거슨 열폭)
아무튼 그런 주제에 또 가사의 내용마저도 재밌어서 깔 건덕지가 없는 음반이다 이겁니다.
달이 차오른다에서 이미 그의 비범함을 알아봤지만
1집 음반에서 나타나는 장기하의 스타일이 뭔지 알겠다.
우울하다고 지지ㅣ지잉지지이지징지이지잉 거리면서 내용도 없는 가사 써대는 X끼들이
대개 미사여구 붙여가면서 대변같은 창작물을 배설하기 마련인데
같은 우울함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피식할 만한 재밌는 음악들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 장기하라는 겁니다.
크라잉넛도 그런 경쾌함을 가지고 있긴 한데, 장기하와 얼굴들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느낌.
근데 그게 어른스러운 쿨함 보다는 어른다운 귀차니즘과 무력함을 담고 있달까?
아직 1집밖에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뭔가 스타일을 논하는게
굉장히 오버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듣기에는 그렇다.
그리고 그 스타일이 잠재하고 있던 이상한 로망을 일깨워주는 나에겐 매우 취향이라는 것이고.
시간을 잡아 늘어뜨리는 듯 20세기의 음색를 풍기는 음악들이 좋다.
목소리 마저도 기계로 만들어내는 요즘 시대에 촌스러움의 핸디캡을 안고서 구식의 미학을 추구하는 근성이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소탈하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담긴 작품들이 좋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래서 좋다.
(제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더 많은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 2009 별일 없이 산다 - 11 - .swf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맨 처음 뜨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던 여행길을
매번 달이 차 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말을 하면 아무도 못 알아 들을지 몰라
지레 겁먹고 벙어리가 된 소년은
모두 잠든 새벽
네시 반쯤 홀로 일어나
창 밖에 떠있는 달을 보았네
하루밖에 남지 않았어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이번이 마지막기화야
그걸 놓치면 영영 못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가자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하 (워)하(워) (워)하 (워)하(워)
(워)하 (워)하(워) (워)하 (워)하 -
(워)하 (워)하(워) (워)하 (워)하(워)
(워)하 (워)하(워) 하 - 아 - 아 -
오늘도 여태껏처럼 그냥 잠들어버려서
못 갈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소년의 눈에는
저기 뜬 저 달이 너무나 떨리더라
(아 - 아 - 아 -)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아 - 아 - 아 -)
그걸 놓치면은 절대로 못 가
달이차오른다 가자
달이차오른다 가자
달이차오른다 가자
달이차오른다 가자
가자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 워어어오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