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포인트트레일
제주항인근 - 동문시장 - 제주대앞 - 신비도로입구 -
관음사탐방로입구 - 삼각봉대피소 - 백록담
-진달래밭대피소 - 속밭대피소 -성판악탐방로입구
총 31km
2022년 5월 7일
사람은 저마다 마음의 상처 하나쯤은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스로 내 안의 그 무언가와 소통 한다면 그것이 상처를 치유 해 줄것이다.
난 걸으면서 내 안의 빛과 소통하는법을 배우기시작한다. 누구에게도 시원하게 털어내지 못하는 내 마음의 상처를 걸으면서 내 스스로 소통하면서 치유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길을 걷고 싶은 이토록 멋진 날에 한라산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상처 투성이인 내 마음을 치유한다.
(정여울님 sns 참고)
1. 상처란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닌지
지난 얼마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걷는게 일상이 되버린 나이지만
걷는게 이렇게 힘이 드는일이구나.
이렇게까지 걷는게 힘이들고 어려운 거구나.
무기력해진 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절치부심.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공허해지고 생각이 없어지고(생각이 없어지는 건 좋지만), 무기력 해지면서 의욕도 집념도 사라지곤 했다.
결국 걷다가 포기하기를 수 차례.
제로포인트트레일을 신청하고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과연 잘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혼돈의 카오스가 이 보다 더 할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태산보다 더 많이 쌓였다.
잠시 전열을 정비하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재 무장 해 본다.
2. 무소의 뿔 처럼
현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무기력함이
한 해 한 해 살아가면서 생기는(老化) 자연스러움인지
아니면 , 무기력함이 내 스스로를 잠식하고 있는중인지
모르겠다.
어떠한 상처와 어떠한 무기력함 어떠한 내안의 공격까지도
당당하게 맞서서 물리치고 치유할 수 있는 면역력을 갖어야겠다.
마치 무소의 뿔 처럼 강인하게.
3. 제로포인트트레일
아침이 밝았다.
온 몸을 스캔 한다.
몇 달 전부터 통증이 시작된 어깨 말고는
딱히 나쁜 곳이 없다.
심호흡을 한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아직 잠들어 있는
몸안의 세포들을 깨우고 생수를 마신다.
산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들을 챙겨들고
제로스테이션 에 도착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 하고
출발.
해발 0m 에서 해발 1947m 까지
온전하게 두 발로 걷는 트레일.
총 31km.
마음이 무겁다.
일행도 있는데 내가 중간에 이상이 있어서
포기할 상황이 발생되면 ...
동문시장을 지나 제주시청까지 약간의 오르막.
인증샷을 찍고 제주대 를 지나 남국사.
동쪽 하늘이 밝아오면서 태양이 떠 오르고
우측으로 햇살 받은 한라산의 자태가 웅장하게
보인다.
연신 감탄을 하면서 신비도로입구 까지.
신비도로입구 에서 관음사탐방로입구 까지는 약간의
평지와 내리막길이다.
숨을 고른다.
걸으면서 몸 여기저기 확인 한다.
몸이 가벼워진다.
막혀있던 혈이 뻥 뚫린 거 같은 상쾌함이 너무 좋다.
몇 달 만에 느끼는 시원함인지 모르겠다.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숨 쉬기도 예전에
그 상황.
관음사탐방로입구를 지나 개미등.
꾸준한 오르막이 빨리 갔을 때는 느끼지 못 했는데
경사도가 제법 있다.
이따금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산철쭉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 준다.
천천히 음미 하면서 걷다보니 한라산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본다.
한라산의 속살을 격의 없이 들여다 보면서
새소리 부스럭거리는 동물들의 움직이는 소리
바람이 지날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구름이 몰려다니며 같은 모습인데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꾸며놓고 몰려가고 다시 몰려와서 또 다른 모습으로
꾸미고.
정말 산행의 참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다.
삼각봉대피소 까지 늘 걸리는 시간보다 한시간
삼십분 정도 늦게 도착 했다.
산행 통제 시간이 임박해서인지 연신 안내 방송으로
길을 재촉하고 있다.
인증샷을 찍고 헬기장을 지나 지루하게 이어져 있는
데크 를 따라 백록담으로 향한다.
늘 삼각봉대피소 즈음에서 근육경련이 일어나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정말 편하게 걷고 있다.
데크 양 쪽으로 진달래가 한창이다.
여지껏 못보던 진달래다.
크기도 작고 색은 더 진하고 앙증맞으면서
아주 단단하게 보이기 까지 한다.
데크를 따라 걷다 보니 백록담 분화구가 보이고
잠시 쉬어가라는 전망대에 도착.
맑은 날이면 성산일출봉 까지 보이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서 특별한 조망은 없었지만
가까이에 고사목 사이로 피어 있는 진달래가
산행의 피곤함을 없애준다.
드디어 백록담.
백록담에 물이 꽤 있었다.
그것도 잠시 구름이 훼방을 놓는다.
그러다가 이내 사라지고는 백록담을 오롯이 보여준다.
백록담에서 간식을 챙겨 먹고 하산.
너덜길과 데크길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가다 보면
진달래밭대피소 가 나온다.
여기를 왜 진달래밭대피소 라고 명명 했을까?
막연하게나마 이해는 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보니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엔 컵라면 초코파이 생수 초코바 같은 것도
판매 했지만 몇 년 전부터 판매를 하지 않는다.
내려가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
컨디션은 아직도 좋다.
배낭을 멘 어깨가 아프지 않다.
삼각봉대피소 에서 쉬면서 어깨를 돌려 보니
어깨통증마저 거의 사라졌다.
닫혀 있던 몸 전체의 氣流가 제대로 흐르면서
무기력함이 사라지고 어깨 통증마저 사라진 것 같다.
다행이다.
푸르른 나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좋다.
산에 오르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자연의 향연.
자연의 선물.
속밭대피소를 지나면서
예의 내 속도를 내 본다.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 같더니 이내 발자욱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 앞을 지나갔던 사람들을
전부 뒤로 제치고 기분 좋은 쾌속 항진.
드디어 앞에 성판악탐방로입구 가 보이고
오늘 제주항 인근 해발 0m 에서 시작한
제로포인트트레일 은 여기서 종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