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 태양이
원제 : The other Side of the Mountain
1975년 미국영화
감독 : 래리 피어스
노래 : 올리비아 뉴튼 존
출연 : 마릴린 하셋, 보 브리지스, 벨린다 몽고메리
낸 마틴, 윌리암 브리언트, 데브니 콜맨
빌 빈튼, 햄튼 팬처
1970년대 감성 신파영화가 많이 개봉되던 시절 스키 선수였던 질 킨몬트의 실화를 영화화 한 휴먼 드라마 '저 하늘에 태양이'도 우리나라에 개봉되었고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입니다.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했고, 20살도 채 되지 않아서 큰 불행을 겪은 여주인공의 실화는 여러 사람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더구나 두 번이나 큰 불행을 당한 여주인공이기에.
스키 선수인 질 킨몬트(마릴린 하셋)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면서 여러 대회 우승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였습니다. 그녀가 19세가 되던 1955년, 1년뒤에 열릴 올림픽 대표가 되기 위해서 출전한 경기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려다가 경기장의 문제인지 아니면 과도한 속도가 문제였는지 질 킨몬트는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크게 부상을 입습니다. 다시는 스키를 탈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어 영원히 걷지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깊이 좌절하고 누워서 지내던 질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질의 첫사랑이었던 딕 부크(보 브리지스) 였습니다. 딕 역시 스키선수였으며 경비행기 등 여러 모험을 즐기는 쾌활한 남자였는데 그는 좌절에 빠진 질에게 용기와 삶의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딕의 격려와 헌신에 힘입어 질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습니다. 질이 편안히 살아갈 집을 짓겠다며 떠난 딕, 질은 딕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새 삶을 살고자 노력합니다. 질의 생일날, 딕이 돌아오기로 약속했지만 나타나지 않고 질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불행한 사고를 당한 질 킨몬트
인디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교사로 부임하여
새 인생을 시작한 질 킨몬트.
그녀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스키 선수로 꿈을 키워가는 질 킨몬트
질의 첫사랑인 딕
실제 인물인 질 킨몬트의 가슴아픈 실화를 영화화 한 것입니다. 질 킨몬트는 1936년 생으로 1955년 19세의 나이에 불행한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팔조차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질에게 딕은 큰 위안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질보다 7살이 더 많은 딕은 스키선수 대표도 지냈고, 오토바이, 경비행기 등 와일드한 운동을 좋아하는 청년이었습니다. 워낙 모험을 좋아해서 골절 등 부상을 몸에 달고 살았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질이 딕을 처음 만나서 좋아하게 되지만 각자 다른 애인을 갖게 되고, 질의 애인이던 버디는 질이 부상을 당하고 장애를 갖게 되자 떠나 버립니다. 그렇게 좌절한 질에게 난데없이 불쑥 찾아와서 용기를 준 인물이 바로 딕 이었습니다. 딕 부크는 불과 28살이었던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영영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질은 21살의 나이에 또 한 번의 엄청난 충격과 불행을 당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질의 삶 중에서 스키선수로 활동하는 10대 후반부터 딕과 슬픈 이별을 하는 20대 초반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질 킨몬트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았던 재능있는 선수였다.
아찔한 부상장면
내용 자체가 무척 슬퍼서 개봉당시 여러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던 영화인데 질 킨몬트를 연기한 마릴린 하셋은 1947년생으로 이 영화가 28살의 나이에 늦깎이 주연 데뷔를 한 작품입니다. 그 전의 영화출연 이력이라고는 1969년 제인 폰다 주연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에서 댄스 마라톤에 참여한 선수 중 하나로 단역출연을 한 정도입니다. 그 이후 TV에서 활동하다가 질 킨몬트 역으로 본격 영화데뷔가 이루어진 셈인데 28살의 나이에 20세 전후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 영화 이후로는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배우로 이력을 남겼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연출한 래리 피어스 감독이 3년뒤에 속편을 만들었는데 그 영화에서도 여전히 질 킨몬트를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1976년 래리 피어스 감독이 연출할 '2분 경고(Two-Minute Warning)'라는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딕 부크 역의 보 브리지스는 본인보다 제프 브리지스의 친형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제프 브리지스 만큼의 유명도가 따라주지 못한 배우입니다.
인디언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 교사로 가서 휠체어에 앉아서 여러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는 라스트씬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의 음성으로 들려오는 'A Window to the Sky' 라는 주제곡이 매무 은은하게 느껴지며 인상적입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반신 마비가 된 질 킨몬트
질을 찾아온 딕의 도움으로 질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딕의 헌신적인 사랑
이 영화 자체만 보면 새드 엔딩입니다.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큰 사고를 당했고, 딕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와중에 전해진 딕의 사고소식, 겨우 20세를 넘긴 젊은 여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불행을 두 번이나 당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교사로서 소박한 제 2의 삶을 이어가려는 모습으로 위안을 주는 엔딩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20여년이 지나서 이 영화가 등장한 것이 1975년이었는데 우리나라에는 1976년 4월에 개봉되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질 킨몬트의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질때까지만 해도 질 킨몬트의 인생은 이 영화속에서 보여진 것이 아마 전부일 듯 했을 것입니다. 스키선수로 활약하고 부상을 당하고 좌절하고 일어서고 딕을 떠나 보내고, 교사로 활동하게 되고.... 그런데 거짓말같이 영화가 완성되고 우리나라 개봉까지 다 끝난 이후 놀라운 실화가 또 벌어집니다. 질 킨몬트는 트럭 운전을 하는 존 부스라는 남자를 만나서 다시 사랑에 빠지고 결국 1976년 11월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1975년 당시 영화가 개봉될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반전이었지요. 이 이야기를 다룬, 즉 질 킨몬트와 존 부스와의 만남과 사랑, 결혼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가 속편으로 1978년데 다시 만들어지게 됩니다. 여전히 래리 피어스 감독이 연출하고 마릴린 하셋이 주연합니다. 마릴린 하셋은 이번에는 10여살 정도 어린 역할을 연기해야 했던 전편과 달리 10여살 정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물론 영화에서는 몇 년 정도 지난 것처럼 설정이 되었지만) 보 브리지스에 이어서 질 킨몬트와 사랑에 빠지는 훈남 청년 존 부스 역할은 '새벽의 7인'과 '라스트 픽쳐 쇼'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허리케인' 등의 영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티보시 보텀즈 입니다.
두 번이나 엄청난 슬픔을 겪는 질 킨몬트
교사가 되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질 킨몬트
질 킨몬트와 존 부스 부부는 2012년 질 킨몬트가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평생 해로했습니다. 질은 1996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은퇴했으며 그 이후로도 한참 오래 살았습니다. 2012년 질 킨몬트가 사망하고 추모하는 페이스북에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사고와 결혼 외에도 LA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스키와 과련하여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고, 현역 선수이던 1955년 초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의 표지 모델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1978년 속편은 그러니까 75년 1편이 기획되고 제작될 당시만 해도 전혀 예정에 없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질의 인생이 그렇게 달라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테니. 질 킨몬트가 결혼을 하고 2년도 안되어 부랴부랴 만든 영화인 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을 다시 찾은 질의 인생의 빛이 그려진 영화로 개운한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1편은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하고 흥행했지만 2편은 극장개봉은 되지 못하고 TV에서만 방영을 했습니다.
'저 하늘에 태양이'는 영화 자체만 보면 소품입니다. 70년대 영화지만 마치 TV영화로 연상될 정도로 소박한 내용이고. 감독 래리 피어스가 TV에서 많이 활동하는 인물이라서 TV영화로 기획되었다가 극장용으로 바꾼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저화질 4:3 영상으로 돌았을때는 오히려 1.85 : 1 극장 비율에서 가려졌던 상하의 부분이 보이기도 했으니. 이 영화의 좋은 화잘의 영상은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했습니다. '선샤인' '조이' 등과 함께 실화를 영화화 한 70년대 감성영화이며 결국은 해피엔딩의 삶으로 마무리한 질 킨몬트의 실화가 다른 감성물과는 다르게 좀 더 개운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70년대 개봉되었을때는 그녀의 앞날에 대해서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고인이 된 질 킨몬트의, '아직 끝나지 않았던 반전의 삶'을 알고 보는 현재와 개봉당시의 감성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어떠한 좌절도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다라는 용기를 보여준 질 킨몬트의 삶 이었던 것 같습니다.
ps1 : 실제 질 킨몬트의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마릴린 하셋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네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에 실린
질 킨몬트
상당한 미인이었던 것 같다.
실제 질 킨몬트(왼쪽)와 그녀를 연기한 배우 마릴린 하셋
노년이 된 존과 질 부부
추모 페이스북에 올라온
질 킨몬트 사진
[출처] 저 하늘에 태양이(The Other Side of the Mountain 75년) 질 킨몬트의 감동 실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