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밖으로 안 나가는 고령자… 활동량 줄어 '조기 노쇠' 부른다
기온 28.8도에서 1도 올라갈 때마다
하루 생활 면적 평균 2.97㎢ 줄어들어
한낮엔 나가지 말고 저녁에 산책하고
더위 심한 날엔 실내서 다리 운동해야
3줄 요약
폭염 28.8도↑ 시 고령자 생활공간 2.97㎢ 감소
74.5세 평균 82명 GPS 추적 조사
활동 감소→근육·사회적 고립→조기 노쇠 위험 증가
요즘 78세 김모씨의 하루가 달라졌다. 선선한 날이면 매일 집을 나서 동네 공원을 걷고, 경로당에 나가 친구들을 만났다. 하지만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자 아침부터 에어컨을 켜고 집 안에만 머문다. 푹푹 찌는 데 괜히 나갔다가 쓰러질까 겁나고, 가족들도 외출을 말리니, 바깥출입이 확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무더운 날 고령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현상이 새로운 노쇠 유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기온 상승에 따른 고령자의 생활 반경을 조사했다. 뇌졸중 위험 연구에 참여하고 있던 고령자 82명(평균 나이 74.5세)에게 위치가 추적되는 아이폰 앱을 사용하도록 했다.
더위 증가로 노쇠 일어나는 과정 기온 상승 → 외출 감소 → 생활 반경 축소 → 걸음·근육 활동 감소 → 사람 만남 감소 → 신체 기능 저하·고립 → 노쇠 위험
연구진은 2주 동안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이용해 이들이 매일 집에서 얼마나 멀리 나갔는지, 하루 동안 어느 정도 면적을 움직였는지, 총 이동 거리는 얼마였는지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 평균기온이 28.8도 정도일 때까지는 생활 공간에 변화가 거의 없다가 기온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생활 반경이 줄기 시작했다. 기온이 28.8도를 넘어 1도 더 올라갈 때마다 하루 생활공간 면적이 평균 2.97㎢ 감소했다. 집에서 가장 멀리 이동한 거리와 하루 총 이동 거리도 유사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더위가 심할수록 활동 반경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외출하지 않으니 걷지 않고, 걷지 않으니 근육을 사용할 일이 줄어든다. 친구를 만나지 않으니 사회적 자극도 감소한다. 마트와 시장에 가지 않으니 식생활도 단조로워질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반복되면 고령자의 신체 기능 저하와 고립이 심화될 수 있고, 결국 조기 노쇠 위험이 커진다.
김헌경(전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차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는 “특히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활동량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폭염 때문에 움직임이 줄어서 근육이 줄면 온열질환에 대한 저항력도 줄고 탈수도 오기 쉽다”고 말했다.
폭염 때 고령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한낮에는 밖에 나가지 마세요”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폭염이 열흘, 보름, 한 달 가까이 계속된다면 집에만 내내 머물러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대책은 아니다. 초고령사회 폭염 대책은 이제 ‘외출 금지’에서 ‘안전하게 계속 움직이기’로 발전해야 한다. 김헌경 교수는 “한낮 대신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걷고, 야외가 위험한 날에는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집에 있어야 한다면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제자리 걷기, 스쿼트 같은 간단한 운동으로 다리 근육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자가 몇 주 동안 외출하지 않았다면, 조기 노쇠가 왔는지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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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출신 기자로서 의료 건강 바이오 정보를 쉽게 독자에게 전달. 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칼럼
영상의학과 전문의, 논설위원 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