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_제_아이의_상황에_관해, 페친들께 드리는 글]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네요. 아들의 상황을 이야기 하며 간곡하게 호소했건만 조선일보는 참 냉정하네요.
내가 아들의 지금 상황을 상세히 말한 것은 기사를 써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식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픈 자식이야기는 제발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였는데, 그 마저 매몰차게 외면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말씀드립니다. 조선일보가 보도를 하겠다고 하니 제 페친들에게는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제 아이는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비의 심경을 헤아려 주십시오.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 약도 복용해 왔습니다만 최근들어 잘 먹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챙긴다고 챙겼는데, 작정하고 속이려는 걸 막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화근이지 싶습니다.
*****
지난 1일 가출했던 아이는 어제 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오히려 더 격해지고 말았지요.
저도 아이가 그 정도로 심한 지는 몰랐습니다. 노기를 넘어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던 아이의 눈빛을 보고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아이는 제 말을 수긍하는 듯하다가도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급기야 새벽 2시30분에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더니 옷을 챙겨입고 나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집은 경기도 가평 농촌마을에 있습니다. 집을 나서면 산이고 들이고, 논이고 밭입니다. 그 새벽에 나가면 어딜가며 그 추위에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제 엄마와 제가 말렸고 앞을 가로 막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112에 신고를 하더니 "엄마와 아빠가 나를 감금하고 있다. 폭행도 하고 있다. 밀치고 때린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망연자실 하더군요.
경찰관이 오는 것이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112출동 경찰관을 기다리는데, 아이는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가버렸고 나가자 마자 마당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새벽에 말입니다. 과거에 본적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럴 거라곤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기막혀 하고 있는데, 아이가 되돌아와 마당 입구에서 소리를 치더군요. 엄마도 불륜 저지른거 다 알고 있다고... 그것도 폭로할거라고, 그걸 막고 싶으면 1000만원을 내놓으라고. 저 보고도 '추가 폭로할 거 있으니 아빠도 1000만원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아이는 그 말만 남기고 겨울밤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뒤늦게 정신이 든 저는 아내를 데리고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다리를 막 건너는데 경찰차와 마주쳤고, 저는 경찰관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아이를 찾아 달라고...
생각하면 밉지만 그 때는 그 추위에 아이가 어떻게 될까봐 걱정됐습니다.
경찰의 위치추적으로 아이를 찾긴했는데,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길 거부했습니다. 결국 파출소로 갔죠. 경찰관이 한참을 설득했지만 끝끝내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더군요.
겨우겨우 경찰에서 가정폭력이나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안전가옥에서 하루밤을 나기로 하고 파출소를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는 제 카드에서 뺀 돈과 이런 저런 가출준비물을 챙겨뒀고 저만 아는 곳에 숨겨뒀나 보더군요. 경찰관이 '돈도 없이 어딜 가겠다는 거냐'라고 물으니 '어디에 뒀다'면서 '(엄마 아빠에게) 안들리는 곳으로 가자'고 간 뒤 숨겨둔 곳의 위치를 말하더군요.
이후 지금까지 연락이 안됩니다. 경찰도 안전가옥에서 하루를 재울수는 있는데 나가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이제 법률상 만 19세부터 성인이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성인됐다고...
####
오전에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하다 솔직한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아이가 불안정한 상태이고 그 과정에서 나온 행동이다, 기사를 쓴다면 아이의 상황이 공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냐,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면 제발 쓰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런 아이의 상태를 듣고 차마 기사를 쓰겠다고는 못할 거라 믿었습니다. 아픈 아이의 상태를 이용해 희희낙락 웃고 떠드는 강용석 김세의와 같은 짓을, 그래도 정규 언론사가 하지는 않기를 바랬습니다.
제 착각이자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김명일 기자는 '윗선의 지시'라며 결국 기사를 쓰겠다고 하더군요. 상황을 잘 설명했는데 강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미안해 하긴 하더군요. 실명을 쓰지는 않겠다는 약속도 하더군요.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인간의 도리를 안다면 그러지는 못할거라 믿었는데...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전후 사정을 공개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제발 더 이상의 보도를 자제해 주십시오.
이제 갓 20살, 그것도 우리나라 나이로 20살이 된 아이입니다. 그리고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지금 제 아들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제발 제 아이의 언행을 가지고 큰 가십거리나 찾은 것처럼 웃고 떠들지 말아 주십시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예전에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썩여 봤던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세상에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