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사랑... 4계절. 12달, 365일... 매 초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CCC편지에서 퍼 온 글입니다.
사랑은 말이 필요없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봄 소풍 때입니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소풍이라는 건 그저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 먹고 불량식품같은 색소 들어간 음료수 한 병 들이키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물론 보물찾기도 하고, 반별로 수건돌리기도 하고, 전체가 다 모여서 오락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런 건 모두 요식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소풍도 수업의 연장이니까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역설을 하셨는데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때는 몰랐고 지금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우리를 둘러싸고 장사하는 아저씨들이었습니다. 물방개 놀이, 솜사탕, 콜크총으로 쏴서 물건을 떨어뜨리면 선물을 주고, 입에 대고 후~ 불면 둘둘 말려 있던 비닐이 삑 소리를 내면서 쫙 펴지는 단순한 장난감도 있었고….
그 시절 저는 김밥과, 음료수 한 병, 그리고 삶은 달걀 몇 알이 전부였습니다. 정작 그 놀이를 할 만한 돈도 없었으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얼굴이 벌겋게 흥분되어 다니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겠습니까? 그저 기웃거리며 남들 하는 것이나 부러운 듯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번쩍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꼬깃꼬깃한 십 원 짜리 뭉치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얼떨결에 주워서 얼른 주머니에 넣었지요. 앞에서 놀던 제 친구가 갑자기 자기 주머니를 뒤지며 돌아서는 거예요.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고, 부끄러웠는지…. 콩당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 자리를 떴지요. 그 친구의 돈인줄은 알았지만 선뜻 여기 있다고 내주지 못했어요. 그 친구는 눈치를 챘는지 소풍이 끝나도록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나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완전히 쫄아서 오후를 보냈지요. 일 원 한푼 못 쓰고…. 그 날 밤 그 친구는 자기 어머니께 내 얘기를 했고, 그 어머니는 내 어머니께 얘기를 한 모양이예요. 어머니께서는 비장한 모습으로 거의 두려움에 열병을 앓고 있는 저를 불러 앉히더군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도 못 맞추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어머니는 저의 손을 잡으시더니, “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무슨 내용의 기도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어머니가 엉엉 울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날 낮에 있었던 일을 모두 어머니께 고백을 했고, 한 푼도 건드리지 못했던 그 돈도 친구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몇 가지 추억과 기억이 있지만, 그 소풍 사건은 저에게 일생을 두고 남의 것에 손을 대지 않게 만든 진짜 교육이었어요. 혹시 다른 어머니라면, 정말 죽지 않을 만큼 엄청 때렸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제 어머니는 당신의 그런 마음보다 아들의 장래와 자존심이 걱정되셨고, 그래서 몽둥이보다는 기도의 채찍을 드신 겁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매 맞은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잘못할 때마다 어머니는 무릎을 꿇으셨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셨어요. 사실 맞는 것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을 보면 소풍가서 저지른 저의 잘못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만약 아들이 나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기도하려는 마음보다는, 분노와 실망의 눈빛으로 고개를 떨군 아들을 노려볼지도 모릅니다.
그 옛날 소풍갔다 온 날 밤. ‘기도하자’며 내 손을 잡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참기 힘들고 분통터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화를 내거나 질책하기보다는, 감싸 주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믿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저는 어머니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사랑한다고 힘주어 말로 하는 것 보다 말없이 느끼게 하는 게 진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