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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종편채널이 개국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와 국민적 반대도 정권을 잡은 사람들의 힘을 막지 못하는 권력의 추악함을 봐서 그런지 개국축하쇼를 얼핏 보는 내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채널이 많아지면 좋은 거지 뭘 그리 걱정하느냐고 하는데, 종편채널의 무서움을 보여 드릴까요?
조선일보 1면에 등장한 김연아 기사 ⓒ조선일보 PDF 화면 갈무리 |
국민 여동생이자 영웅이라고 부르는 김연아 씨가 TV조선 일일앵커로 나왔다는 소식에 트위터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앵커로 김연아가 나올 수 있냐?’, ‘내가 김연아 팬질을 몇년 했는데, 가장 원하지 않던 방식으로 팬질 관두는 일이 생길 줄 몰랐다’는 실망감 어린 멘션들이 계속해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의 저 기사는(광고라고 읽으세요) 교묘한 말장난과 왜곡에 불과합니다. 사실 김연아 씨는 단순 인터뷰를 했을 뿐이고 조선일보의 기사처럼 TV조선에만 무슨 특종 이야기를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종편채널의 무서움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사 종편채널 홍보를 위해 언론사가 저따위로 기사를 조작하고 편집을 하는 행위, 저것이 어떻게 언론의 모습입니까? 동네 슈퍼마켓 홍보전단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 기사는 단순하게 홍보 차원에서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이것은 어떻습니까?
동아일보가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올린 사설 ⓒ동아일보 인터넷판 화면갈무리 |
종편 개국일의 동아일보 사설을 보면 사설은 가장한 완벽한 종편 홍보 글입니다. 이따위 사설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따져 드리겠습니다.
○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이 대폭 늘어나
연번이라고 17번 jTBC, 18번 MBN, 19번 TV조선, 20번 채널A 형태의 채널이 종편에 배정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EBS 수능 등의 방송을 케이블에서는 뒤로 돌리는 작태가 일어났습니다. 선택권이 아니라 아예 다른 채널을 보지 못하도록 시청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것입니다.
○ 편파보도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의 편파 보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저런 소릴 어떻게 감히 할 수 있느냐는 분노마저 듭니다.
○ 언론의 정도를 지키는 책임의식
OBS 경인방송은 종편 때문에 채널 90번대로 이동하는 수모를 겪었고 중앙일보 방송담당 회장은 홍두표 전 KBS 사장, SBS 사장이었던 안국정은 ‘채널 A’ 부회장, OBS 사장이었던 주철환은 종편으로 옮기자마자 드라마, 예능 PD 등을 대거 빼 간 인물입니다.
이런 짓거리가 언론인으로 책임의식 있는 인간들이 할 짓입니까?
○ 수만 개의 일자리
방송국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 일자리 대부분은 외주용역 일자리이고 그들 모두는 비정규직에 낮은 급여와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쓰레기 같은 일자리를 만들면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홍보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홍보성 사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SBS가 개국했던 1991년 12월 9일 날 당시 조선일보 진성호 기자가 쓴 기사는 어땠을까요?
조선일보 2면에 게재된 진성호 기자의 사설형 기사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
진성호 기자는 기사 내내 말을 비비 꼬아가면서 ‘SBS 똑바로 해라’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SBS 개국이 가진 의미나 축하의 글은 찾아보기도 어렵거니와, 중간마다 SBS 개국이 특혜와 의혹 그리고 엄청난 잡음을 내고 있다고 교묘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랬던 진성호 기자가 종편채널 개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을까요?
‘신문의 지상파 진출 2012년까지 불허 수정안’을 의원총회에서 뒤엎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진성호 의원입니다. 또한, 종편채널의 돈줄인 광고영업을 규제하기 위한 ‘미디어렙’법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사람도 진성호 의원입니다.
어쩌면 진성호 의원은 종편채널자들에게 신적인 존재이자 은인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종편 탄생 반대를 몸으로 막고 자신들의 먹잇감을 쟁취한 혁혁한 공로를 세운 1등 공신이기 때문입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방송담당 비서관만 4년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중동의 종편채널은 오히려 그들의 무덤이 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양정철 씨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본금은 적으면서 목표는 지상파 방송까지 노리고 있는 그들이 자신의 꾀에 무너져 자본금을 잠식당하고 오히려 조중동 신문사까지 팔아먹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조중동을 정치인들도 감히 비판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한번 그들에게 찍히면 악의적인 기사가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조중동이 가진 쓰레기 같은 언론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언론이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 전단지처럼 남의 슈퍼마켓보다 더 저렴하게 판다는 자극적인 기사만 찌라시처럼 늘 뿌리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경향신문, 한겨례,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이 종편채널 개국에 항의하여 낸 백지광고 ⓒPD저널 |
르 몽드 신문사에는 기자 십계명이 있는데, 그중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광고업자나 선전자와 더불어 기자라는 직업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어떤 위탁물도 광고자에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받아서는 안 된다.”
세상에 이런 TV는 없습니다. 언론사가 자사 소유의 종편채널을 만들기 위해 자사기자 출신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악법을 제정하고 규제법안을 막아내고 내년도 기업체 광고 수주를 할 수 있도록 개국을 12월1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조중동과 종편채널은 언론사가 아닙니다. 그들은 기자가 아닙니다. 광고업자와 홍보업자들이 떡 하니 기자라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다닙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