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좁아서 작은 친환경 라디에이터 하나로 난방을 해도 충분한 후문 쪽 콘테이너 배움터지킴이실에 이어 일반 건물인데다 상당히 넓은 정문쪽에도 두배이상 큰 라디에이터가 있어 틀고 난방기를 꺼 보았다. 천장에 달린 난방기가 얼굴 쪽으로 따뜻한 공기를 뿜어 불편한 까닭이었다. 아주 극심한 추위가 오기 전까지는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열기이다. 그런데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자 신경이 공격을 당하는 고엽제 증상이 나타난다.
후문 쪽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라디에이터인지라 진짜 범인을 의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고 어제 아침 저녁으로 두조각씩 먹고 불면증을 일으켰던 돼지 찌개 속의 김치(조금 더 많은 양을 먹었지만 정상인인 아내에게도 불면증을 유발했기에 올해부터 우리 가족은 김치를 담그지 않기로 했다.)와 그동안 누적된 맛있는 음식들을 의심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평소 음식의 부작용과는 전혀 다르게 가슴을 칼로 찌르는 맹렬한 통증이 몰려오는데 일반적으로 허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증세였다.
몸이 안 좋을 때에는 좋은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게 최고의 보약인지라 저녁 일곱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해 다음날 아침까지 취침을 이어갔다. 중간에 깨면 또 자고 또 자고를 반복하면의도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확보해줬다. 그랬더니 아침 나절에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통증이 사라져 버렸다.
30분을 걷고 서서 출근하여 또 다시 30분동안 교통지도를 할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친환경 라디에이터를 틀고 삼시여분이 흐르니 다시금 신경이 공격을 당하는 증세들이 고개를 든다. 그 즉시 라디에이터가 문제임을 깨닫고 스위치를 끄고 멀리 떨어트려 놓았더니 더 이상의 고엽제 증상이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 친환경 라디에이터의 정보를 수집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말 친환경인 물이 아니라 유독한 식물성 오일을 가열해서 난방을 하는 방식이었다. 어딘가 미세한 틈이 생겨 그 식물성 오일 기체가 뿜어져 나와 나의 허파를 공격했던 것이다.
비록 하루 동안 고생을 하긴 했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또 다른 자부심을 선물한다. 내 몸에서 고엽제 증상이 사라진 이유가 수술이 아니라 음식 조절임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과학적 증거가 되기때문이다. 음식을 잘못 먹어도, 타인에겐 단기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라디에이터로도 고엽제 증세가 찾아오기에 그러하다. 수술은 치질로 인한 고통만을 사라지게 해줬을 뿐 근본적 건강은 결국 음식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