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경기 이상 출전한 타자 4명. 30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투수 1명. 올시즌의 텍사스는 부상에 자멸했다. 특히 에이스 박찬호와 마무리투수 제프 짐머먼, 4번타자 후안 곤살레스가 동시에 부상을 당하며 3승10패로 시즌을 출발한 것이 결정타였다. 게다가 올시즌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텍사스를 제외한 3팀이 평균 98승을 올렸을 정도로 그야말로 '죽음의 조'였다.
존 하트 단장은 박찬호, 이스마일 발데스, 데이브 버바, 이라부 히데키, 스티브 우다드, 마리오 라모스 등 6명의 선발투수를 새로 영입하는 물량작전을 썼지만, 이들 중 10승 이상을 올린 선수는 아무도 없다.
선발진에 비해 확실한 전력상승이 예상됐던 불펜 역시 허무하게 무너졌다. 짐머먼, 존 로커, 토드 밴 포펠, 제이 파월, 댄 미셀리, 프랜시스코 코데로의 불펜은 이름값으로는 리그 최고수준이었지만, 짐머먼과 파월의 부상, 로커와 밴 포펠의 최악 피칭으로 불펜 역시 선발진 못지 않은 샌드백이 됐다. 그나마 코데로에게서 마무리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 위안거리.
리그 방어율 꼴찌 3연패를 달성한 투수진과는 달리 타선은 총득점에서 리그 5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초 텍사스 타선에게 기대했던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큼의 화끈한 공격력이었다.
1차적인 문제는 '테이블세터'로 불리는 1·2번 타순의 부진. 붙박이 1번을 기대했던 프랭크 카탈라노토는 잇딴 부상으로 68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2번을 놓고 치열한 타툼을 벌일 줄 알았던 칼 에버렛과 이반 로드리게스, 러스티 그리어 역시 부상과 슬럼프로 제몫을 못했다. 1·2번이 제대로 출루하지 못하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라파엘 팔메이로의 스윙은 더욱 커졌고, 텍사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고도 득점에서는 5위에 그치는 '공갈포 군단'이 됐다.
조급하게 우승을 몰아부쳤던 톰 힉스 구단주는 시즌중 '더이상의 투자는 없다'며 다시 한번 조급함을 드러냈다.
■ 시애틀 매리너스(93승69패 서부3위)
시애틀은 116승을 거둔 지난해와 같은 파괴력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전력으로 전반기를 지구 1위로 마쳤다. 하지만 오클랜드와 애너하임이 바짝 따라붙어 결코 안심할 수는 없었던 상황에서 아무런 전력보강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93승을 거두고도 지구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01시즌의 시애틀은 모든 것이 착착 들어맞으며 전력의 120%가 가동됐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서, 또는 시즌중에 그 20%를 고정시키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
마운드에서는 불펜이 제몫을 다한 반면, 선발진은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프레디 가르시아의 부진이 치명적. 제임스 볼드윈은 애런 실리를 대신하지 못했고, 폴 애보트도 원래의 그로 돌아갔다. 나이를 잊은채 맹활약한 제이미 모이어와 '젊은 피' 조엘 피네이로를 가지고 오클랜드의 '영건 3인방'과 애너하임의 안정된 5인로테이션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타선에서도 거포 부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스즈키 이치로-브렛 분-존 올러루드가 지난해 못지않는 활약을 했지만, '큰 형님' 에드가 마르티네스의 부상 이탈, 마이크 캐머론과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제프 시릴로의 부진으로 인해 타선은 2001년과 같은 짜임새를 잃어버렸다.
팻 길릭 단장의 방향은 확실하다. 길릭은 외부영입이 아닌 풍부한 팜시스템에 승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