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하다 어느덧 8억" 9년간 -57% 손실, NHN 개미의 눈물
오정은 기자 입력 2022. 05. 27. 15:12 수정 2022. 05. 27. 15:58
'유상증자·물적분할·무배당' 3종세트 NHN..소액주주들 결국 들고 일어나
노후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9년간 주가가 반토막났다. 배당은 없었고 알짜 자회사는 족족 물적분할했다. 9년 전 NAVER와 결별한 NHN 얘기다.
NHN 소액주주들은 지난 2015년 2700억원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의 성장을 지원했다. 하지만 회사는 물적 분할을 이어가며 알짜 사업을 NHN에서 떼냈다. 2017년 페이코, 2021년 두레이에 이어 올해 4월에는 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NHN주주에게 받은 돈으로 투자를 단행한 신사업(페이코, 두레이, 클라우드)의 성장은 NHN 주주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9년간 NHN 매출은 7배 늘었지만 주가는 57% 빠졌다. 주주에게 남은 건 대규모 평가손실과 무배당 뿐이다. 참다못한 주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N 소액주주모임은 오는 29일 이준호 NHN 회장 서울 자택 앞에서 주주가치 제고 집회를 열며 주주행동주의를 개시한다.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을 방치한 경영진 전면 교체 △이준호 회장의 직접 소통 △주가 정상화를 위한 대안 제시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흡수합병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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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뿌리에서 났는데...NAVER와 너무 달랐던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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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29일, 네이버의 전신으로 알려진 NHN은 네이버(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독립했다. NHN은 원래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병해 설립한 회사였는데 2013년 다시 포털업체 NAVER와 게임업체 NHN엔터테인먼트로 쪼갠 것이다.
시가총액 10조원대 공룡기업 NHN은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와 이준호 회장의 NHN엔터테인먼트(2019년 사명을 NHN으로 변경)로 분리된다. 모태는 같았지만 이후 NAVER와 NHN의 운명은 정반대가 된다.
NAVER는 분할 첫날부터 기준가(29만1500원) 대비 56.4% 급등 출발해 48만원에 마감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80만원대를 돌파했다. 1대5 액면분할 후에도 대세 상승하며 지난해 7월 46만5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다. 분할 후 9년 동안 NAVER는 5만8300원(수정주가)에서 현재까지 363% 올랐다.
반면 NHN 주주들에겐 인고의 9년이었다. 분할 직후 7만5421원(유·무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이던 NHN 주가는 2022년 5월27일 현재 3만2150원이다.단 한번의 배당도 없었다.
NHN 분할 첫날부터 기준가(29만8500원)는 반토막났다. 주가 부진이 계속되던 2015년 3월 16일, NHN은 3485억원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배정비율이 0.297%에 달했는데 주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규모 증자에 참여했다.
NHN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3500억원을 조달한 것은 간편결제 사업(페이코) 진출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NHN 본사와 자회사에 유보 현금규모가 260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두고 뒷말이 적잖았다. 당시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은 다소 의외의 결정"이라고 평했다.
유상증자 계획이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는 빠졌고 실제 조달 규모는 2700억원으로 줄었다. 기업 가치도 자연스레 하락했다. 분할당시 기준가 29만8500원이던 주가는 2015년 5월에 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그렇게 투자해 키워낸 NHN페이코를 2017년 물적분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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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살난 주가...이준호 회장, 소리없이 지배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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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은 특히 분할 재상장 초기부터 물적분할을 되풀이했다. 2013년 PC온라인·모바일 게임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3개의 자회사를 신설했다. 2017년에는 성장의 핵심축인 간편결제 NHN페이코를 물적분할했다. 2021년에는 NHN두레이를 분사했다. 올해 4월에도 역시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NHN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2013년 이후 회사는 성장했다. 2013년 2653억원, 521억원이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1년 1조9237억원, 979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아직도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NAVER는 44조원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2013년 이후 NHN의 수정주가(유상, 무상증자를 반영한 주가) 추이/출처=네이버 금융
NHN 주가가 추락하는 동안 이준호 NHN 회장은 지분을 늘렸다. 2013년 분할 직후 3.74%에 불과했던 이준호 회장은 이후 이해진 네이버 의장 지분을 인수해 16.93%로 지분이 증가했다. 이후 장내매수를 거듭해 2022년 현재 지분율이 18.12%다.
특히 분할 재상장 이후 이준호 회장 100% 소유한 비상장회사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가 시간외 매매와 증자 참여로 각각 14.66%, 10.66% 지분을 확보한 게 눈에 띈다.
두 회사의 NHN지분 확보로 현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9.7%에 달한다. 제이엘씨는 이준호 회장이 2014년 말 창업한 개인회사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정보기술(IT) 기업 투자회사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이준호 회장의 NHN엔터 지배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NHN 소액주주 C씨는 "NHN 주식을 8년간 보유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했고 알짜 사업은 자회사 형태로 물적 분할해버렸다"며 "주주 간담회와 주주총회에도 참여해 주가 관리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주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8년간 NHN에 투자하며 증자에도 2억원 넘게 참여했는데 남은 건 여전히 반토막 계좌 뿐"이라며 "이준호 의장과 직접 대화하고 싶고 주가를 이 지경으로 방치한 경영진 교체를 원한다"고 밝혔다.
NHN 주주가치 회복을 외치는 소액주주 중 60대 이상 노년층으로 노후자금을 넣었다가 손실본 이들이 적잖다. 유증에 참여하고 주가가 내릴 때마다 추가 매수해 평균 10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도 다수다. 이들은 투자금은 10년 가까이 마이너스 상태로 묶였다.
올초 NHN클라우드 물적 분할 논란이 불거지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 측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NHN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직전 사업연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30%를 최소 재원으로 주주환원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올해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재원 내에서 다양한 방식의 주주환원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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