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공명을 즐겨 마라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 마라 영욕(榮辱)이 반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하니 두릴 일이 없세라.
♣어구풀이
-공명(功名) : 공을 세워 이름을 드날림.
-영욕(榮辱) : 영화와 욕됨. ‘영욕이 반이로다’는 영광도 있지만 그와
함께 욕됨도 따른다는 뜻.
-부귀(富貴) : 재물이 많고 몸이 귀함.
-탐(貪)치 마라 : 탐내지 말아라. 욕심내지 말아라.
-밟느니라 : 여기서의 뜻은 어떤 행위를 밟게 된다는 의미.
-한가(閑暇)하니 : 일이 없으니, 별로 할 일이 없어 틈이 있으니.
-없세라 : 없구나.
♣해설
-초장 : 공을 세워 세상에 이름이 드날리는 것을 좋아하지 말아라. 이름이
나면 영광이 뒤따르지만, 그것과 같은 욕을 먹게도 되는 법이다.
-중장 : 재물이 많고 몸이 귀해지는 것을 욕심내지는 말아라. 반드시 위태로
운 고비를 겪게 된는 법이다.
-종장 : 우리는 세상을 등지고 공명과 부귀를 멀리 했으니, 우리 몸이 한가롭
고 무사하기로 겁낼 일이 도무지 없어 마음이 편하구나.
♣감상
이 시조는 세속적인 물질에 집착함을 경계함과 아울러 올바른 삶의 자세를
나타낸 교훈가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속에 눈이 어두워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떨치려 하지만 영화와 함께 욕됨도 반이나 된다. 또 많은 사람들
이 물질의 풍부함과 몸이 귀하게 됨을 욕심내지만 그것으로 인해 위태로운
고비를 겪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시조는 물질만능 풍조가 만연해 있고 가
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의 세태에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는 작품이
라 하겠다. 초장돠 중장이 댓구적 표현으로 진서(晉書)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貧賤常思富貴 富貴必踐危機(빈천상사부귀 부기필천위기 : 가난하고 몸이 천하
면 항상 재물이 많고 몸이 귀해지기를 바라며, 몸이 쉬해지고 재물이 많으면
반드시 위태로운 고비를 겪게 되는 것이다.)’
♣작가소개
김삼현(金三賢, 생몰연대 미상) : 주의식(朱義植)의 사위로 숙종 때에 벼슬이
절충장군(折衝將軍)에 이르렀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장인(丈人)과 더불어 산
수(山水)를 벗삼아 자연을 즐기면서 시를 지어 소일(宵日)하였다. 그의 시풍(詩
風)은 향락적이며 허무를 개탄한 것이 많은데, 작품으로는 시조 6수가 전하고
있다.
♣참고
<김삼현의 다른 시조>
늙기 설운 줄 모르고나 늙었는가
춘광(春光)이 덧이 없어 백발(白髮)이 절로 났다.
그러나 소면(少年)적 마음은 감할 일이 없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