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여자 나이, 마흔여섯 ●지은이_윤송자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3. 12. 20
●전체페이지_256쪽 ●ISBN 979-11-91914-53-5 03810/국판(145×210)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8,000원
교직 생활과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내면 성찰의 이야기
윤송자 작가의 첫 산문집 『여자 나이, 마흔여섯 』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산문집은 작가가 37년의 교직 생활 단상과 기억에 남는 제자들, 고단한 삶을 살았던 엄마에 대한 사모곡과 삶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내면 성찰의 이야기이다.
그해 만난 선우라는 아이는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 혼자 아들을 기를 수가 없어서 어려서부터 고모가 돌봐주고 있었다. 알면서도 고모한테 엄마라 부르고 고모부를 아빠라 부르면서 살아가고 있다. 명절 때면 본가에 가서 아빠 얼굴을 간신히 한 번 보고 돌아온다. 그 고모도 사는 형편이 어렵고 세 든 가게에 화재까지 나서 어렵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들 둘과 다름없이 조카 선우를 돌봐 준다고 한다. 학부모총회 때 듣게 된 가정 형편은 대충 이랬다. 3월 2일 반 편성자료와 다른 선생님들의 평가로는 선우에게 도벽이 있고 성적도 낮았다. 꽤나 부담이 가는 정보이다. 교사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한 번 밉게 보면, 일 년 동안 그 감정의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 반 선우」 중에서
제1부는 완도, 여수, 포천, 수원, 광주광역시를 거치며 교직 생활을 했던 여러 모습이 그려져 있다. 첫 발령과 분교에서의 생활, 화재 사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고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천상 교사로서의 아름다운 행보를 연상케 한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 아이들과 손톱을 물어뜯거나 음식으로 마음을 채우던 제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씀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우리 엄마 아버지의 숙제를 어디에서 풀어야 할까,/세상모르고 누워서 잠만 자는 우리 엄마,/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정상인 같으면 암투병하는 막내딸 걱정을 하실 텐데/내가 아픈 것도 모르고/아무 생각도 없고/판단도 없으시니/어쩜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다음번에 가서는/우리 엄마 손 꼭 붙잡고/기도를 드리고 와야겠습니다.
―「사모곡 8」 중에서
제2부는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사모곡을 그 시절 써놓은 그대로 옮겼다. 딴살림하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힘든 삶을 지고 온 엄마에 대한 마음이 절절하다.
더구나 아버지는 엄마와 함께 정답게 사는 부부도 아니었고, 다른 여자를 보아 이미 일곱 살 난 아들과 세 살 난 딸을 두고 딴살림을 하고 있었다. 부부의 인연이 묘한 것인지 오다가다 내가 임신이 되었단다. 내가 태어났을 때 큰 언니는 이미 결혼을 하여 세 살 된 아들을 데리고 친정엄마가 동생을 낳았다며 나를 보러 왔고, 그 조카에게 나는 평생 두 살 어린 막내 이모가 되었다.
“살다가 젤 챙피한 일이 뭔줄 아냐? 사위 앞에서 젖 멕이는 일이여야.”
나는 엄마를 창피하게 만드는 딸인 줄도 모르고, 네 살이 넘도록 축 늘어진 엄마의 젖을 빨고 또 빨면서 악착같이 살았다.
―「여자 나이, 마흔 여섯」 중에서
제3부는 작가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작가는 “과거의 민낯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에 따라 부끄러웠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고백하는데 “엄마는 마흔여섯에 막내딸로 나를 낳으셨다. 열한 번째의 출산이었는데 그 시절엔 키우다 잃은 자식들이 셋 있어서” 여덟 번째의 자식으로 살아가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는 고민 하나를 품고 와서 털어놓았다. 교장으로 근무하는 그 학교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 혼자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가정이 있는데 그 딸들이 아빠가 돌아오는 저녁 9시까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단다. 지난 겨울 방학 중에 아이들 집에 가서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이고 돌아오는데, ‘우리만 놔두고 가려구요?’ 하더란다. 눈이 맑은 유치원 아이가. 친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생각을 모아봐도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친구의 사랑이 내게도 사랑을 부른다」 중에서
제4부는 작가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들,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낸 여러 상황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담았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내가 가능한 선에서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 쪽으로 살고자” 베풀고 실천할 덕목들을 스스로 새기고 있다.
윤송자 작가의 첫 산문집 『여자 나이, 마흔여섯 』은 작가가 “과거의 무거운 정서들로 침잠했던 무형의 흔적들이 가벼움으로 바뀌면서 정신과 감정이 점차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듯 “나를 돌아보고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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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작가의 말·04
제1부 우리 반 선우
달도분교 아이들·15
가게 놀이를 마치고·20
교육연극 연수를 마치고·22
빼빼로데이의 단상·24
희준아, 그랬구나·26
나눔에 앞장서는 아이들·30
우리 반 선우·33
풍향재능한마당을 마치며·40
예쁜 시연이·43
우분트(UBUNTU) 공동체 교육·46
극동방송 라디오에 출연하다·52
화재가 네 번씩이나·59
회고사·66
민원 사례·70
무등산 생태교육·75
기억에 남는 제자들·80
마지막 스승의 날·85
제2부 사모곡
사모곡 1·91
사모곡 2·93
사모곡 3·97
사모곡 4·99
사모곡 5·103
사모곡 6·107
사모곡 7·110
사모곡 8·114
사모곡 9·117
사모곡 10·124
사모곡 11·126
제3부 여자 나이, 마흔여섯
시골 고등학교에 입학하다·131
언니 장학금으로 대학을 꿈꾸다·138
둘째 오빠의 학자금·142
돌아온 아버지·145
대학 생활과 아르바이트·150
신혼 생활의 곡절·155
첫딸의 출생과 남편의 신춘문예·159
하나 이모·164
둘째 딸의 출생과 남편의 박사논문·168
시아버지의 말씀·174
마흔다섯, 생일에·179
자식이 뭘까·184
여자 나이, 마흔여섯·188
수술 후기(後記)·192
8회의 항암 그리고 쫑파티·194
제4부 겨울비 오는 날의 단상
선물·201
언니들을 만나러 간다·206
첫눈의 추억·212
찬란한 슬픔의 봄을·215
홈스테이의 주인·217
겨울비 오는 날의 단상·220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224
부모 마음, 자식 마음, 배우자 마음·228
예슬아, 미안해·231
5월이 다 가네·234
간증·237
친구의 사랑이 내게도 사랑을 부른다·244
친구란 두 개의 신체에 깃들인 하나의 영혼·249
■ 작가의 말
딸들이 사춘기였을 때 말다툼을 한 뒤에는 손 편지를 써서 잠자는 사이 머리맡에 놓곤 했었다. 나를 닮아 감성적인 딸들은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편지를 읽다가 울고 와서 안겼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글은 마음을 다독이고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단다.
2년 전 여름, 글쓰기를 시도했는데 겨우 가라앉은 삶의 상처들이 올라와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비커에 흙과 물을 섞어 놓으면 점차 가라앉으며 고요해진다. 글을 쓰면 그 흙탕물이 올라와서 다시 혼탁해지는 것처럼 내부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바로 놓았다. 1년 후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직무연수가 교육연수원에서 있었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을 써서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의욕이 생긴 것이다.
이 책의 바탕에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잠재된 불안에서 벗어나고,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맘껏 불러보고 싶은 마음이 한구석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통해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스스로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쓰인 글들은 그동안 꾸준히 써왔던 습작 노트가 중심이 되었다. 그때의 주제를 가져와 첨삭이 가해진 글들이 많고, 일기 형식의 글은 쓴 날짜를 밝혀 그대로 옮겼다.
제1부는 37년 동안 완도, 여수, 포천, 수원, 광주광역시를 거치며 교직 생활을 했던 여러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일기 형식의 기록이 꽤 들어 있다.
제2부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 불러도 또 불러도 대답이 없는 엄마에 대한 사모곡을 그 시절 써놓은 그대로 옮겼다.
제3부는 나의 출생부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자전적인 신변잡기이다. 과거의 민낯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에 따라 부끄러웠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제4부는 내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들, 오늘의 나를 만들어 낸 여러 상황과 주변 여건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였다.
이 책을 통해 트라우마로 잠재되어 있었을 내 삶의 상흔을 치유하고 남은 생의 과정을 가볍게 띄워 올려 정년 후의 내 인생만은 고스란히 나만의 인생으로 살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 때문에 성장 과정을 까발린 채 발가벗고 서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당위성을 달리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망설였던 몇 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에세이를 쓰고 난 후 가장 큰 결실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이해와 감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사용할 기저귀를 수북이 쌓아 놓은 높이에 반비례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녹았고 치매와 노환으로 힘든 엄마를 하루라도 더 살리겠다고 살뜰하게 보살피는 모습에서 고마움과 감사를 갖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업장소멸(業障消滅)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줄어들고, 암울했던 유년 시절의 무채색 기억들이 점차 색을 채우면서 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암울했던 과거의 정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고난의 연단들이 오늘의 나를 만드는 데 커다란 디딤돌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암울한 동굴 속에서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묵묵히 담담하게 헤쳐 나갈 용기를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정년에 즈음해서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과거를 정리하고 나니 인생 2막 꽃중년을 새롭게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일단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2007년 암 투병을 하면서 내 생을 어디까지 허락하실지 알 수 없기에 정년은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 될 것만 같아 불안했던 때가 있었다. 37년 동안 뜨겁게 아이들을 사랑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자신은 없지만, 큰 결점 없이 교육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건강 주시고 지혜 주시며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오빠들, 언니들, 올케들, 시댁 가족들, 선생님들, 친구들, 에스더 기도 모임 자매들, 도도히 흐르던 보성강 줄기, 햇살의 느낌, 풍성한 바람이 없었던들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겠는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함께 살아온 길동무 남편과 애교쟁이 두 딸이 나의 버팀목이 되어 응원하고 지켜준 것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부족한 글을 정성스럽게 편집해주시고 발간해주신 시와에세이 양문규 대표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과거의 무거운 정서들로 침잠했던 무형의 흔적들이 가벼움으로 바뀌면서 정신과 감정이 점차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결국 이들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으니, 거듭 나를 향해 되돌려짐을 알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타인의 손에 넘겨진 글들이 공감을 줄 수 있을지는 독자들의 너그러운 아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23년 12월
윤송자
■ 표4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줄어들고, 암울했던 유년 시절의 무채색 기억들이 점차 색을 채우면서 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암울했던 과거의 정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고난의 연단들이 오늘의 나를 만드는 데 커다란 디딤돌이 되었음을 고백한다._「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탄생부터가 거절된 상처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내 초기 기억은 피붙이를 기다리는 두 개의 이미지다. 하나는 마당에 볏짚을 널어놓았는데 토방에 걸터앉아 학교에 간 언니, 오빠를 기다리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언니 오빠가 다니는 학교 운동회에 따라갔다가 엄마를 잃고 찾아다니다 지쳐 집으로 왔는데 그곳에도 엄마가 없다. 텅 빈 집에서 기다린다. 그러다가 무서운 집의 적막에 놀랐는지 마을 앞 큰 느티나무 밑으로 걸어 나와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작은 체구의 엄마를 기다리는 장면이다._「여자 나이, 마흔여섯」 중에서
■ 윤송자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육대학원 아동상담심리학과를 졸업했다. 2023년 『시에』로 등단했다. 현재 광주장원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