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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의 기억_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호스피스 소식
지 2020 2호(202.6.19)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2020)
■ 호스피스병동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습니다_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이상훈
미카엘
어느덧 내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뒤돌아 지난해를 바라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한껏 긴장해 있던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었던 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바깥의 가족을 걱정하며 나는 괜찮으니 너희들 건강조심해라 라고 말하던 환자의 사랑
면회 금지로 애가 타면서도 우리는 모두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라고 말하던 가족의
사랑
환자와 가족의 감염을 예방하고 마지막 가는 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자 노력하던
호스피스팀의 사랑
환자와 보호자의 평안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간절히 기도하던 자원봉사자의 사랑
수많은 사랑이 모여 연대가 생기고 연대가 모이니 용기가 생기고 용기가 모이니 이겨낼 수 있
는 힘이 생겼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힘이 있습니다. 사랑입니다.
지나온 한 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간의 한 가운데에서 호스피스병동의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강한 것_탈무드에서
세상에는 강한 것이 열두 가지 있습니다.
그 첫째로는 돌이 있습니다.
그러나 돌은 쇠에 의하여 잘려지고, 쇠는 불에 의해 녹아 버립니다.
그러나 불은 물을 이기지 못하고 구름 속으로 흡수되어 버립니다.
또한 구름은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이끌려 다닙니다.
그러나 바람은 인간을 불어 날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공포에 의해 비참하게 위축됩니다.
공포는 술에 의하여 사라집니다.
술은 잠을 자면 깹니다.
그러나 잠은 죽음만큰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조차도 사랑 앞에서는 무기력합니다.
■ 삶이란.._영성간호부장 김옥희 소화데레사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
여라(마태 25,34)
어재는 수도복 한 벌을 깨끗이 빨아 다림질을 정성스럽게 하면서 그동안 고마웠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햇볕을 막아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막아주고 부끄러운 신체 부위를 가려주고 동고
동락하면서 10년을 함께하고 이제 의복으로서 기능은 다하였지만 사랑하고 애착했던 나의 흰
색 수도복을 보낸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재단하고 재봉틀에 박음질 되어 나에게 와서 음식
을 먹다 떨어뜨려 더럽혀졌고 병원에서 주사와 상처를 드레싱하다 피 묻히고 깨끗하게 빨아
얼룩을 지우고 곱게 다림질되어 입었을 때는 당연한 줄 알고 고마움을 몰랐다. 떠나보내는 순
간이 와서야 감사함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함께했던 순간들이 고마웠고 이제 너를 떠내보낸
다.
하느님의 선물인 한 해가 또 얼마 남지 않아 저물어 갑니다. 11월은 위령성월이고 우리와 함
께 살다가 하느님 곁으로 되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저는 간호수녀로서 응급실을
시작으로 병원에서 환우와 함께 20여 년을 지냈습니다. 분만실과 신생아실에서 탄생의 신비를
환호하며 세상에 오는 아기들을 만나며 산모들과 함께 기뻐했고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중환자실에 입원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고단하고 힘들게 아픔으로 세월을 보내다 병으로 치료
받으시다 세상을 떠나는 분들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안한 쉼을 주시기를 청하면서 그들
이 부모형제와 함께 살다 먼저 떠나보내는 가족들을 보면서 함께 아파했습니다. 어느 날 한
신부님의 어머니께서 폐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에 밝게 웃으시면서 병원을 찾
아오셨고 본인은 언제든지 하느님 부르시면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말씀만 그러하실
거라 생각하고 의심하면서 저는 도와 드릴 것이 없다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가끔 병실을
방문하고 기도하고 손잡아 드리는 것이 다였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으시
면서 반가워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으셨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그분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
어 드렸습니다. 늘 밝고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까지 평화로운 표정이었
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씀, 하느님께서 불러주셔서 행복하다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고 하느님의 사
랑도 많이 받아 아쉬움이 없다하시면서 죽음을 준비하시는데 저는 어찌 저렇게까지 준비를 잘
하시나 정말 죽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없으신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분 조금씩 악
화되고 변화되어 건강이 나빠지시는데 얼굴 표정은 정말 천사 같으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통
해 평화와 기쁨과 감사를 배웠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준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분을
통해 배웠습니다.
삶을 정리하면서 입원해 계신 분들과 11월을 보내면서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합
니다.
하느님 아버지 (000)에게 천국 낙원의 문을 열어주시고 남아 있는 저희는 그리스도 안에서 다
시 만날 때까지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며 살게 하소서!
■죽으러 가고 싶지 않아요_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진료책임의사 이강건
의사가 된 지 27년이 되었는데 올해 새롭게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보게 되
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정도의 경력이 있으면 익숙한 일만 하고 싶지, 새로운 분
야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다양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고, 해외
의료봉사를 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말기 함 환자들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되
었습니다. 만약 의사 초년병 시절부터 호스피스를 맡았다면 과연 내가 환자들을 잘 돌볼 수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암 환자들이 대개 나이가 많기 때문에 암 이외에 다양한 신체
정신 증상을 호소하는데,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이 이런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죽으러 가고 싶지 않아요.
호스피스 완화의료 돌봄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입니다. 암과 싸우던
환자분들에게 호스피스를 권유하게 되면 이제 나더러 죽으라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암 환자도 많아지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도 많아지면서 누구나 호스피스라는 말은
알고 있지만 진정한 호스피스의 목적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의사들조차도 그
러합니다. 호스피스센터에서는 암 치료를 중단한다는 내용에 대해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해 주
나요?라고 묻고는 합니다. 제 대답은 그러합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항암 치료같이 환자분들
힘들게 하는 의미없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뿐, 다른 치료는 더욱 적극적으로 해드립니다. 불편
함 없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으시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호스피스입니다.
우리가 암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암 말기에 겪게 되는 극심한 고통 때문일 겁니다. 비록 사랑
하는 가족들과 곧 헤어져야 하지만, 고통 없이 임종을 맞을 수 있다면, 그러한 불안,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 겁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동안 암과 싸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
제는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 생애 가장 소중한 오늘의 모습을 추억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_호스피스완화의료팀 간호사
김서희
하루란 누구에게도 더도 덜도 아닌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제가 있는 이곳은 아주 특별
한 24시간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저는 의정부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
사입니다.
어느 날 얼굴이 퀭한 환자분이 침대에 앉아 복도를 지나가는 저를 손짓하며 불렀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환자 침대에 마주 앉아서 손을 잡으며 아버님 무슨 일이신가요? 내가 앞으로 어
떻게 될 것 같아?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엎으로 얼마나 남은 거 같아...?
아버님 많이 두려우시죠...두려우신 게 정상입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함께 해 드릴게요. 그리
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마나님이 옆에 함께 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도 소중하
지만 오늘 이순간이 아버님 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라고 생각하시고 오늘을 보내시는 게 어
떨까요? 그렇지...고마워..내게 많이 힘이 돼..고마워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입니다.
이곳에 계시는 분들은 내일을 이갹할 수가 없습니다.
내일 해 드리지 뭐 라고 미루면 다음날 그분은 먼 길 떠나고 난 후라는 것입니다. 몇 번의 후
회를 하고 난 뒤부터 저는 오늘 마음이 시키는 일은 오늘 한다라고 저와의 약속을 하며 살아
갑니다. 오늘 하고 싶은 것 오늘 하셔야 해요. 드시고 싶은 것도 오늘 드셔야 돼요. 오늘이 최
고예요 라고 입버릇처럼 하고 다닙니다. 환자가 머리를 감고 싶다고 하면 오늘 머리를 감겨
드립니다. 오늘 다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하면 오늘 해드립니다. 오늘 사진 찍고 싶어 하면 오
늘 사진을 찍어드립니다. 이곳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은 오늘 이 순간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오
늘을 살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추억사진 찍어드리기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환자들에게 가족들에게
추억사진 찍어드리는 것을 즐겨 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산책을 나오거나, 컨디션이 좋아 보이
거나, 목욕하고 난뒤 개운해 하거나 또는 가족들이 면회 와서 행복해할 때 자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오늘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아요. 오늘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남겨야 되지 않
을까요? 라고 하면서 손가락 하트도 주문하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드리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함께하는 소중한 하루를 살아가는 분들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내
는 것이 좋습니다.
생애 가장 소중한 오늘의 모습을 추억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 나의 딸 민지에게_호스피스 환자 신0자님
지금은 손에 힘이 없어 간호사님이 대신 내 말을 받아 적어주고 있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매일 밤 너를 위해 기도한다. 건강하고 아프지 말고 잘 살기를. 공
부도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일 모두 꼭 해내기를. 네가 성장하는 것 옆에서 모두 지켜보고
싶지만, 아직도 어린 너를 끝까지 돌봐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 우리 딸 잘 견뎌 내
리라 믿지만 그래도 혹시 학교에서 또는 친구들 간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모를 엄마같이 생
각하고 이모하고 상의하기를 엄마가 부탁할게. 사촌과도 친자매처럼 의지하며 잘 지내렴. 아
빠가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알고 있지? 아빠에게도 마음을 열고...네가 어른이 되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는 것을 알아주렴. 선
물같이 찾아온 너를 너무 사랑하고, 말로써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사랑한단다. 너는 내 보물
이란다. 네가 항상 사랑받았다는 것을 잊지 마. 너는 너무 소중해. 할수 만 있다면 너의 주위
에서 너를 지켜보며 너를 지켜줄 거야 2020년 11월 엄마가
■ 말씀하십시오 당신의 종이 듣고 있습니다_호스피스자원봉사자 김귀연
어머님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편찮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의정부성모병원에 내원할 때마나 분홍 가운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시간이 주어진다면 저들처럼 환자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은 2년
투병 끝에 선종하셨고 당시 장례미사, 연도 등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던 나는 어느 샌가가 하
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호스피스봉사를 시작했다.
말기 암 환자와 가족의 눈을 마주치며 즐거움과 기쁨을 전달하고, 최선을 다하는 내모습을 모
며 너 오늘도 잘하고 있어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가족
의 인사는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몇 해전 50대 초반이던 말기 암 환자를 설득하여 남편과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할 수 있도록
권유하였다. 따스한 봄날,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하얀 미사보를 쓰고 가슴에 장미꽃 한 다발
을 품은 환자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이후 영원한 생명의 세계로 이사한 환자를 위해 납
골당에서 연도를 드리며 남은 가족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자원봉사활동이 중단되었다. 4개월의 기나긴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
지 못하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의정부성모병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수녀님과 선생님들
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조심스럽게 자원봉사활동이 재개되었다. 코로나가 다시금 극성을 부
려 자원봉사활동이 또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하여 봉사를 시작한다.
■ 호스피스 돌봄요법
-미술치료사 양선희: 미술요법은 환자와 보호자가 지나온 시간을 추억하며 고통의 시간을 감
사와 사랑의 시간으로 만들어갑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외롭지 않게 많은 분들이 함께합니다.
사랑과 감사를 스케치하는 여러분의 곁에 함께 있겠습니다. 호스피스는 사랑입니다.
-원예치료사 안성선: 원예요법은 식물을 이용하여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
람의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합니다. 어렸을 때 꽃도 키우고 식물들도 키우고 싶었
지만 친정어머님이 안 좋아하셔서 할 수 없었는데 80세가 되어 호스피스병동에 와서야 꽃을
만지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던 할머니 환자분의 말씀처럼 환자와 가족에게 꽃과 식물로 작은 응
원을 보내봅니다.
-아로마치료사 강수민: 호스피스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은 그 환자와 개인의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그 가족은 자신을 먼저 챙기는 일이 쉽지
않으며 더 나아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는 이런 가족이 자
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우며 아로마 향기를 맡으면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짧지만 깊이 있는 아로마테라피를 경험합니다.
■ 호스피스 돌봄
01 신체적 돌봄_환자의 암성 통증을 완화하고 호흡곤란, 구토, 복수, 부종 등 다양한 신체증
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합니다.
02 심리적 돌봄_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불안과 우울, 슬픔 등의 심리적 고통을 면담, 요법, 돌
봄행사, 자원봉사자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감시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03 영적 돌봄_호스피스 영적 돌봄은 환자와 가족의 영적 성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두려
움을 극복하여 편안하고 품위있는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