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35]‘챗GPT’ 세상은 또 무엇일까?
어제는 정말 ‘나답지 않게’ 챗GPT 특강을 들었다. '나답지 않다'는 것은 내가 생래적으로 기계치이자 컴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겨우 할 줄 아는 게, 군대 주특기가 특수보안 감청병이어서 ‘컴퓨터 자판(키보드)’에 익숙한 것이다. 철학자 김용옥, 작가 조정래 최인호 선생처럼 만년필 글쓰기를 고집한다면, 나는 원고지 한 장도 채 넘기지 못했을 터, 군대에서 국타(國打) 400타도 넘을만큼 자판이 머리 속에 입력이 돼 있어 20년째 생활글 나부랭이를 써올 수 있은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일 것이다.
아무튼, 주변에서 하도 AI(인공지능), 쳇GPT, 제미나이를 운운하기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든 것은 사실. 아내가 휴대폰에 깔아준 앱으로 ‘생활글작가 최영록에 대해 알려줘’를 쳐보고(명령어를 ‘프롬프트Prompt’라고 하는지도 어제 특강에서 처음 알았다), 금세 줄줄줄 읊어대는 내용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막말로 AI가 내 머리 속에 올라타 나보다 더 나 자신을 잘 아는 것같았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개인정보(학력, 경력, 저서 등)는 공개된 것이 많으니 그렇다치자. ‘그 작가의 글쓰기 특징은?’을 묻자, 문학평론가 뺨을 친다. 게다가 ‘그의 문체로 이런저런 상황을 에세이식으로 써줘’라 하니, 눈깜박할 사이에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가.
세계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이 딥러닝, 알파고에 ‘단 한 판’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기사나 뉴스로 보고 혀를 내두른 게 얼마 전이다(이세돌이 5판중 1판을 이긴 것도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니?). 장기나 체스는 '경우의 수' 가 바둑보다 적으니 그럴 수는 있겠다했으나, 천변만화(千變萬化) 바둑만큼은 컴퓨터가 이길 수 없으리라고 혼자 장담했었는데. 오호 통재라.
아무튼,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임이 틀림없고 대세인 모양이다. 아내가 일전에 유럽여행에서도 AI의 신세를 많이 졌다한다. 길을 잃어 주변의 큰 건물 사진을 AI에게 보내면 즉각적으로 그곳이 어디이고 목적지를 가는 방향을 알려줘 구글링보다 도움이 더 됐다고 한다. 유튜브를 보다가 <챗GPT 300% 활용법 무료특강> 안내를 보고 신청했다. 수강인원은 230명. 대부분 60대 중반이후 시니어인 것도 놀라웠다.
거기에 가서 알았는데 ‘보람상조’에서 후원하고, 실제 특강시간은 90분(공지 3시간). “장례는 인간의 가장 마지막 복지”라며 웰빙과 웰다이잉을 주제로 한 상조회사의 상품 홍보도 유익했다. 아예 현장에서 몇 구좌를 든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그랬다. 우리의 장례식을 생각해보니, 두 아들이 걱정됐다. 한 달 19000원씩 부부몫으로 불입하다, 훗날 아들에게 양도를 하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전화로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쉽게 동의했다. 아들들에게 그거나마 부모가 해줄 수 있다면 다행한 일. 그게 어디 먼 나라의 먼 일일까.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나이도 됐고, 사람일이란 누구도 모르는 일투성이인 것을.
챗GPT를 자유자재로 이용, 활용할 수 있는 특급강사 황민 대표라는 이가 부러웠다. 초기 이용법은 대체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하라는 대로 하니까 내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그 사진으로 나의 과거와 미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직장인들의 업무에 능률을 배가시키는 항목, 주식투자를 하면서 분석틀 등은 나와 무관했지만, 나는 명령어(프롬프트)를 어떻게 쳐야 나의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만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특강이 끝나자 아무것도 모르는 것같아 인근 알라딘중고서점에서 가장 쉽게 보이는 챗GPT 책을 한 권 샀다. ‘배워서 남 주랴’라는 말처럼, 우리는 늙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학생(學生)인 것을. 할래비가 손자의 사진을 바탕으로 게임 동영상 등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것보다 이 기술을 읽혀 나의 자서전 얼개를 알려준 후 대필(代筆)을 ‘명령’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 저녁, 아들네와 식사를 하는데, 10살 손자가 자기가 AI로 만들었다며 게임동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40살 아들은 “오늘 특강이 당황스럽지는 않았느냐?”며 "20년 전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황당한 느낌이었을 것같다"고 지레짐작하듯 말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 아아-, 세상이 이렇게 되면 ‘문명의 끝판왕’이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된다. ‘인간복제’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 이렇다면 무슨 사는 재미가 있을까 싶다. ‘세계는 이미 하나 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을 최근의 유럽여행에서도 실감했다. 우리 비씨카드로 통하지 않은 곳이 없다니? 대중교통 요금까지도 척척이다. 이제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져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듯해도, 처음엔 인터넷 소액결제가 얼마나 신기했던가? 무지막지하게,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의 이기(利器) 앞에, 우리같은 태생적인 아날로그세대는 할 말을 잃고 만다. 3년 내이거나 5년 내일지 모르나,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섹스도 AI가 해결해 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그나저나 구입한 챗GPT 책을 정독하며 실습을 하여 익혀볼 생각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