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원제 : The Prince and the Pauper
1937년 미국영화
감독 : 윌리암 카일리
원작 : 마크 트웨인
출연 : 에롤 플린, 클로드 레인즈, 헨리 스테펜슨
바튼 매클레인, 알란 헤일, 에릭 포트만
그리고 빌리 & 로버트 J 모치
고전영화 팬들이 극장에서 본 것으로 기억하는 마크 트웨인 원작 '왕자와 거지'는 마크 레스터가 주연한 초호화 캐스팅 영화인 1977년 작품일 것입니다. 그 영화보다 40년이나 먼저 만들어진 국내 개봉작 '왕자와 거지'가 있는데 바로 에롤 플린이 마일즈 헨든으로 출연한 작품입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 이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중에서는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함께 3대 유명작품이지요. 같은 날 태어난 얼굴이 똑같이 생긴 에드워드 왕자와 거지인 톰 캔티가 장난삼아 옷을 바꿔 입었다가 졸지에 신분이 바뀌어 톰은 왕실에서 가짜왕자 노릇을 하고 진짜 왕자인 에드워드는 거지로 오해받아서 고생하는 이야기죠. 이 뒤바뀐 왕자와 거지 이야기는 후에 여러 이야기로 변형되어 재생산되어는데 대표적으로 '풍운의 젠다성'이 있었고 '카케무샤' '데이브' 그리고 우리나라의 '광해 왕이 된 남자'등의 유사품들이 있습니다.
실제 튜더 왕조의 인물인 헨리 8세와 에드워드 6세 등이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국에서 실존했던 왕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비틀어서 만든 소설이지요. 1937년 작품은 매우 오래 된 고전이지만 50-60년대 영화 못지않게 세련되었고, 경쾌한 영화입니다. 30년대 당시의 기술로 1인 2역을 매끄럽게 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이 영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쌍둥이 배우가 출연했으니까요. 1인 2역이 아니라 2인 2역을 한 셈입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쌍둥이라서 원작의 역할에도 딱 맞았고요.
내용은 80% 정도 원작과 유사하나 살짝 비튼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원작은 톰과 에드워드 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왕자와 거지가 뒤바뀐 줄 모르고 왕자가 머리가 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간신인 허트포드 경(클로드 레인즈)이 일찌감치 그 사실을 눈치챕니다. 그렇지만 왕자가 신임하는 노폭 경 대신에 섭정역할을 하기 위해서 모른척 하고 가짜 왕자인 톰을 허수아비 왕으로 앉히려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 왕인 에드워드를 찾아내서 죽이려고 하죠. 그 비밀은 허트포드와 근위대장 일행만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많이 유사하지요. 뭐 백설공주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의외로 마일즈 헨든(에롤 플린)의 비중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보통 유명배우가 소설 원작에서 비중이 낮은 역할로 출연하는 경우는 일부러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마일즈 헨든의 잡다한 이야기를 확 줄였습니다. 마일즈 헨든이 등장하는 것도 50분 가까이 지나서 입니다. 77년 작품에서의 올리버 리드가 연기한 마일즈 헨든에 비해서 비중이 꽤 적습니다. 대신 역적인 허트포드의 비중을 높였지요. 진짜 왕자가 근위대장에게 붙들려서 죽을 뻔한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원작에 없는 부분을 새로 만든 것이지요. 원작에서는 마일즈 헨든의 못된 동생의 이야기가 있고, 그로 인하여 헨든이 곤란을 겪는데 그런 헨든의 사적인 이야기 자체를 쏙 뺐습니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되는 이야기지만 톰과 에드워드의 이야기 위주로 펼쳐지고 있지요.
마일즈 헨든은 거지 소년이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불쌍해서 왕자 게임을 해주는 설정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에드워드가 근위대장을 알아보는 것을 보고 그 순간에 진짜 왕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헨든이 에드워드가 위기에 몰릴때 나타나서 구해주는 역할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앞에서 마음대로 앉을 권리가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는 것도 동일하고.
에롤 플린 영화중 국내에 개봉된 작품들이 제법 많은데 이 영화도 30년대에 개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에롤 플린 하면 아무래도 활극의 대명사 같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도 에드워드를 구하기 위해서 멋진 검술솜씨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출연 비중은 높지 않지만 용감하고 선량한 선역이지요.
어색한 1인 2역 대신에 쌍둥이 배우 둘이 나와서 연기를 하니 톰과 에드워드의 활용폭이 꽤 넓습니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들도 아무런 애로사항 없이 마음껏 보여줄 수 있고. 마지막에 옥새를 찾아내는 부분은 원작과 비슷합니다. 톰이 그걸 호두깨는데 쓴 것도 그렇고.
경쾌하고 재미난 가족 영화입니다. 완벽한 해피엔딩이고. '왕자와 거지'의 각색물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넣고 있는데 톰의 어머니가 에드워드가 자기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는 내용을 넣은 작품도 있고, 마일즈 헨든이 어느 순간 진짜 왕자라는 것을 알아보는 작품도 있고, 이 영화에서는 근위대장 이야기 외에도 톰의 어머니가 톰을 낳고 죽은 것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무난히 재미있고 무난히 건전한 영화지요. 다만 그런 무난함 외에 다른 임팩트가 없는 것이 단점일 수는 있습니다. 뻔히 아는 이야기를 크게 무리수 두지 않고 거의 그대로 전개하는 편입니다. 20대 시절의 젊은 에롤 플린이 등장하고 있고, 쌍동이 아역 배우들은 나중에 두드러진 활동을 못했습니다. 많은 아역 배우들이 그렇듯.
우라나라에는 오래전에 DVD가 출시되었고, 저가 판매가 되었던 작품인데 아쉽게도 자막 싱크가 반 템포 정도 느려서 보는데 약간 불편합니다. 화질이나 번역 수준은 나무랄데 없는데. 대관식 장면이나 왕실 장면, 16세기 런던의 모습 등 규모는 30년대 영화 치고 제법 큰 편입니다. 30년대 초반의 유성영화 초기의 투박한 영화들보다는 확실히 시대가 지난 느낌이 드는 깔끔한 편집과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ps1 : 쌍둥이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둘 다 좋습니다.
ps2 : 에롤 플린도 콧수염 배우중 한 명인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한 생얼입니다. 물론 이 영화보다 더 먼저 출연한 작품중에서도 개봉작들이 있지요.
ps3 : 왕자와 거지는 완벽한 해피엔딩의 소설인 셈이지만 실제 에드워드 6세는 불과 1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이었죠. 10살때 왕위에 올라 6년간 왕노릇을 했고. 보통 왕자와 거지 영화들에서는 10세보다 훨씬 나이가 든 배우들이 출연했지요.
[출처]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 37년) 에롤 플린 출연 버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