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7, 2026 연중 28주 토요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응달에서 양달로
“여러분 마음의 눈을 밝혀주시어, 그분의 부르심으로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어제 독서에서 그리스도론을 에페소 신자들에게 장엄하게 전해준 바오로 사도는 오늘 독서에서는 에페소 신자들을 위해 자기가 어떤 기도를 하고 있는지 얘기하고 있는데 이 편지를 읽는 내내 참 따듯하고 흐뭇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것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하느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고, 신자들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받게 될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되는. 그런데 우리는 압니다. 알게 되는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알게 되면 안 좋은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오죽하면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까지 하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경우 아예 모르는 것이 좋고, 어떤 사람은 차라리 하느님도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합니다. 하느님을 몰랐으면 죄도 마음대로 짓고 죄를 짓고도 그리 괴롭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 것은 하느님을 제대로 안 것이 아니기에 오늘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을 알게 되기를 빈 것도, 알게 되도록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기를 빈 것도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사실 하느님을 제대로 아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도 ‘마음의 눈’이나 ‘지혜와 계시의 영’ 같은 것들을 얘기합니다. 이런 눈과 이런 영이 없으면 하느님을 인간의 눈으로 보고 알 것입니다. 어렸을 때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큰 사람은 하느님도 그렇게 볼 겁니다. 흔히 얘기하듯 하느님을 심판하시고 벌을 주시는 분으로만 알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상을 주시기 위해서 벌도 주신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분이 주실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크고 풍성한지 모를 것이며, 그분은 그것을 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라는 것도 모를 것입니다. 자기 죄만 보고 하느님의 은총을 못 보는 사람은 가련합니다. 반대로 죄 때문에 용서의 주님을 알게 되고 사랑의 풍성함을 알게 되고 보게 된 사람은 얼마나 좋고 얼마나 복되겠습니까? 사실 하느님 은총의 풍성함을 보지 못하면 그런 신앙은 헛신앙입니다. 응달에서 양달로 나가야 합니다. 죄에서 은총으로 나가야 합니다. 정화도 해야겠지만 조명을 받아야 합니다. 조명을 받아서 사랑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가 얘기하는 지혜와 계시의 영을 우리는 지녀야 하고, 그래서 서로를 위해 바오로 사도처럼 빌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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