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푹 꺼진 도림보도육교… “폭 넓히라는 심의 안지켜”
서울시, 2014년 조건부 설치 승인
영등포구 “예산 추가필요” 원안 고수
일각 “폭 좁으면 온도 변화에 취약”
한밤중에 육교 중간부분 내려앉아… 통행 전면제한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3일 내려앉은 상태로 위태롭게 놓여 있다. 2016년 완공된 뒤 6년 7개월 만에 다리가 엿가락처럼 휜 것을 두고 부실 설계나 공사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사고 전 육교 모습. 김재명 기자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완공된 지 6년 7개월여 만에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제한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영등포구는 서울시로부터 보도 폭을 넓히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서울시와 영등포구 등에 따르면 도림보도육교는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육교 중간 부분이 내려앉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이후 육교와 하부 자전거도로, 산책로가 전면 통제되고 있다. 새벽 시간이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림보도육교는 폭 2.5m, 길이 104.6m 규모로 서울시 예산 28억8000만 원을 들여 2016년 5월 개통됐다. 서울시는 2014년 디자인 심의를 통해 보도 폭을 원래 계획인 2.5m에서 3.6m 이상으로 넓힌다는 조건으로 육교 설치 사업을 승인했다. 육교의 폭이 좁을 경우 자전거와 보행자 사이에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아일보가 이날 입수한 2015년 영등포구 업무 추진계획서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서울시 디자인 심의 이후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된다”며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경우 심의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거나 이견이 있을 경우 1개월 이내 재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 후 영등포구로부터 추가 공문이 접수된 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영등포구 사례처럼 강제로 진행한 경우 사후 제재를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는 “서울시 심의를 따를 경우 예산 12억 원이 추가로 필요했지만 이를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며 “디자인 심의 결과라 강제 사항은 아닌 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디자인 심의는 공공 건축물의 디자인 및 보행자 안전 등에 관한 심의다. 이에 앞서 영등포구는 구조 및 안전과 관련해 기술자문위원회 심의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40년 경력의 한 건축 업계 관계자는 “도보 폭을 넓혔으면 외부 충격에도 잘 버틸 수 있었겠지만 폭이 좁다 보니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 및 팽창에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온도 변화 등을 고려해 폭을 설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철용 명지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폭이 좁으면 통행량이 줄기 때문에 폭과 위험이 항상 반비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이 사고 사흘 전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행전안전부 안전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우 기자, 이소정 기자,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