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포인트
원제 : The Long Gray Line
1955년 미국영화
감독 : 존 포드
원작 : 마티 마허
출연 : 타이론 파워, 모린 오하라, 로버트 프란시스
도날드 크리스프, 벳시 팔머, 워드 본드
필립 캐리, 피터 그레이브스, 해리 캐리 주니어
윌리암 레슬리, 숀 맥클로리, 패트릭 웨인
'웨스트 포인트'는 마티 마허 라는 실제 인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이 마티 마허라는 인물은 20대 후반에 미국의 사관학교인 웨스트 포인트에 들어가서 평생 살다 간 인물입니다. 그는 그 곳에서 지내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고, 그게 존 포드 감독의 눈에 띄어서 영화화 된 것입니다.
웨스트 포인트는 미국의 육군 사관학교인데 굉장히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로 하버드대 보다 더 입학이 까다롭다고 합니다. 이곳에 입학하면 그게 가문의 영광이 되고 추천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고 학비도 전액 면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육군사관학교를 꽤 높게 쳐주는 편이지만(군사정부 시대보다는 못하지만) 미국의 웨스트 포인트는 더 알아주는 레벨이라고 하죠.
뭐 존 포드 감독 다운 소재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배우가 좀 뜻밖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존 포드 패밀리인 헨리 폰다나 존 웨인이 아니고 타이론 파워 였습니다. 역할 자체가 헨리 폰다가 존 웨인이 맡았어도 충분히 어울렸을 법한 캐릭터였고, 아니면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사실 가장 어울릴만한 역할이었는데 의외로 타이론 파워가 주인공을 꿰찼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꽤 성공이었습니다.(아마도 아일랜드 계라는 덕을 좀 보았겠죠) 타이론 파워는 20대 초반인 1930년대부터 톱 스타의 위치에 오른, 굉장히 빨리 성공한 배우였는데 헨리 폰다나 존 웨인에 비해서는 개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의 배우였습니다. 두드러진 자기 색깔이 없다고 할까요? 물론 이런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기가 가능하므로 그는 부드러운 역할부터 강한 역할, 서부극, 군인, 투우사, 학자 그리고 활극연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로렌스 올리비에나 말론 브란도 같은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지는 않았습니다. 멀끔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가 강했고, 연기적인 카리스마는 좀 약햐게 취급되었죠. 그래서 로버트 테일러와 함께 인물은 잘나고 연기는 매우 뛰어나지는 않은 배우로 좀 저평가 된 편입니다.
70대가 된 마티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자신의 지난 웨스트 포인트에서의 삶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웨스트 포인트에 취직하러 온 아일랜드 촌뜨기 마티
왼쪽은 '제 5 전선'으로 유명하게 되는 피터 그레이브스
웨이터로 취직한 마티는 서툰 솜씨로 접시를 자주 깨뜨리고
결국 웨이터가 아닌 근무 병사로 입대하게 되는데
그는 50년대 초반에 다소 전성기가 지나면서 주춤한 느낌이었는데 이 '웨스트 포인트'는 타이론 파워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 만든 작품입니다. 생각외로 잘 어울렸고, 2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폭 넓은 연기를 무난히 해냈습니다. 게리 쿠퍼가 '하이눈'으로 침체를 벗어나고 살아났듯이 타이론 파워 역시 이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인 이후 '애심(에디의 애련)' '27인의 표류자' '해는 또다시 뜬다' '정부(검찰측 증인)' 등 좋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게 되었고, 연기력이 향상된 제 2의 전성기를 누릴법 했는데 아쉽게도 1958년에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촬영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가 한 20년 더 살았다면 존 포드 감독의 다른 영화에도 출연했을테고, 더 좋은 작품도 많이 남겨서 게리 쿠퍼나 클라크 게이블 만큼의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아깝게 요절한 것입니다.
아무튼 유명배우 타이론 파워가 주연한 웨스트 포인트를 무대로 한 영화라면 아마도 그가 훌륭한 사관생도가 되는 내용일거라고 예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닙니다. 리처드 기어의 '사관과 신사' 같은 영화가 사관생도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에서 타이론 파워가 연기한 마티 마허는 웨스트 포인트에 근무하는 근무병사 입니다. 원래 마티는 웨스트 포인트의 식당 웨이터로 취업을 한 아일랜드계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접시를 많이 깨뜨리는 사고를 치고 결국 군인 신분으로 복무하게 되면서 교관역할도 하고 그랬는데 복무만기를 채우고 제대하려고 하는 상황이 될 때마다 뭔가 계속 머물러야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래서 계속 재복무를 이어가다가 결국 평생 '말뚝'을 박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는 어느 순간에 군인의 신분은 벗어난 상태에서 웨스트 포인트에서 계속 근무한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슬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타이론 파워의 인생 연기작으로 생각될 만큼
그는 좋은 연기를 보인다.
평생 반려자가 될 메리(모린 오하라)와의 만남
아일랜드 식 기도...
그렇게 웨스트 포인트에서 청년기부터 1961년 사망할때까지 계속 살아가면서 그곳은 그의 삶을 바친 정신적 고향이 되었습니다. 메리(모린 오하라) 라는 여성을 만나서 1911년에 결혼하고, 1차대전과 2차 대전이 터지면서 그가 양성한 사관생도가 참전하여 전사하기도 하고, 유명 장군이 되기도 하고, 성적때문에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레드 라는 생도에게 키티(벳시 팔머)라는 어여쁜 교사를 소개시켜주고 그로 인하여 둘이 맺어지고, 1차 대전에 참전하여 안타깝게 전사한 레드를 대신해서 키티와 그의 아들을 보살펴주며 함께 살게 하고 레드의 아들 제임스(로버트 프란시스)가 장성하여 아버지 처럼 웨스트 포인트에 입학하여 훌륭한 장교가 되는데 2차대전이 발발하여 제임스도 참전하게 되고... 뭐 이런 삶을 겪으면서 청년 마티는 노년이 됩니다. 알뜰하고 착한 현모양처 메리로 인하여 아일랜드에 있던 아버지(도날드 크리스프)와 동생도 불러들이게 되고, 마티의 아버지는 그 웨스트 포인트에 뼈를 묻게 되지요. 메리는 아이를 낳다가 사산시켜 평생 임신을 못하게 되는데 그런 안타까움을 극복하고 웨스트 포인트의 사관생도들을 아들처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살게 되는데 키티와 그 아들 제임스를 메리와 마티가 가족처럼 돌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습니다.
사관학교에 근무한 한 남자의 감동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들이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명예롭게 졸업하고 장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의 아들이 다시 자라서 입학하는 과정까지 몇 차례 겪게 되고, 마치 1939년 작품 '브룩휠드의 종(Goodbye Mr. Chips)'의 사관학교 버전이라고 볼 수 이습니다. 두 영화 모두 아내를 먼저 사별하여 보내는 부분도 비슷하고 80%는 닮은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웨스트 포인트'가 더 감동적이었는데, 단시 세월이 흐르는 것 뿐만 아니라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한 때 군인을 양성하여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사관생도의 양성에 자부심을 얻는 과정 등이 좀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키티 역의 벳시 팔머(가운데)는 인상 좋고 발랄한
처녀로 등장하는데 나중에 나이를 먹고 출연한
13일의 금요일에서 제이스의 엄마역으로 섬뜩한 연기를 보인다.
아이를 사산한 아픔을 겪지만 극복해 내고
사관생도들을 마치 아들들처럼 여기며
웨스트 포인트에서 평생 살아가는 마티와 메리 부부
키티는 사관생도 레드와 결혼하지만
슬픈 앞날을 알지 못한다.
군인들이 주로 등장하는 영화지만 직접적인 전쟁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시기를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로,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을 양성하는 미국 최고의 사관학교 웨스트 포인트에서 평생 살다간 사람의 실화라는 점은 전쟁의 아픔과 극복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존 웨인과 헨리 폰다 라는 존 포드의 간판 배우들은 빠졌지만 그 대신 다른 존 포드 패밀리들이 등장하여 감동을 전해줍니다. '나의 계속을 푸르렀다'에서 탄광촌에서 일하는 아버지역으로 감동적인 연기를 했던 도날드 크리스프가 마티의 아버지역으로 비중있게 등장하면서 너무 진취적인 아들을 적절히 진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존 포드 영화의 간판 여배우인 모린 오하라가 평생 마티와 해후하는 메리를 연기하는데 메리는 마티와 1911년에 결혼하여 웨스트 포인트를 떠나지 않고 함께 살았는데 1948년 사망할때까지 37년을 해로합니다. 메리가 영원히 떠나는 장면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존 포드 영화의 감초 조연배우 워드 본드는 마티의 상관이자 교관장교를 연기합니다. 그리고 존 웨인 대신에 존 웨인의 16살된 아들 패트릭 웨인이 단역출연합니다.
존 포드 패밀리 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해리 캐리 주니어가 아이젠하워 역할로 출연하고 원조 미션 임파서블 외화였던 '제 5 전선'의 피터 그레이브스가 사관학교 군인으로 초반부에 등장합니다. 전사한 아버지를 이어 웨스트 포인트에 입학하여 마티를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제임스 역은 '케인호의 반란'에서 등장비중으로 따지면 가장 주인공이었던 로버트 프란시스가 연기하는데 이 로버트 프란시스는 안타깝게도 1955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배우입니다. 불과 25세의 나이였지요. '케인호의 반란'이 데뷔작이었고, '웨스트 포인트'가 4번째 출연작이자 유작이 된 셈입니다. 25세의 나이에 유명 감독이 만든 메이저 영화에 비중있게 출연하여 앞길이 탄탄해 보였던 배우인데 아깝게 요절을 했던 것입니다. 로버트 와그너, 안소니 퍼킨스, 트로이 도나휴 등과 경쟁을 했을 법한 배우였는데. 그 어머니인 키티 역으로 출연한 벳시 팔머라는 여배우는 이 영화에서는 아주 환한 미소를 짓는 인상좋은 아가씨 역할로 노년까지의 연기도 무난히 소화하는데 TV배우로 활동하다기 이 영화가 영화 데뷔작이었습니다. 이어 '미스터 로버츠' '가슴에 빛나는 별' '여왕벌 '등 국내 개봉된 작품에 몇 편 출연한 배우인데 놀랍게도 이 배우는 1980년 '13일의 금요일'에서 제이슨의 어머니로 출연하여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사한 남편 키티의 슬픔을 위로하며
키티의 아이에게 부모같은 역할을 하는 마티와 메리
장성한 키티의 아들 제임스도 아버지처럼 웨스트 포인트에 입학하고,
하지만 다시 2차대전이 발발하고 제임스도 참전하게 된다.
사별의 슬픔속에서 사는 마티에게 키티와 사병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준다.
가슴 찡한 라스트 씬
존 포드 감독이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 많아서 그러한 점 때문에 '웨스트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굉장히 감동적이고 잘 만든 영화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매끄럽게 잘 연결하여 아주 무난히 이야기가 전개되고, 배우들도 세월에 맞게 적절히 변화를 주고 있고, 특히 로맨틱 가이로서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다소 박력이 없던 느낌의 타이론 파워의 연기에 대한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낸 영화입니다. 자칫 미스 캐스팅처럼 생각될 수 있었던 배우를 아주 적역으로 만들어냈는데, 존 포드 감독과 타이론 파워 모두 역할에 만족했지만 몇 년 뒤 타이론 파워가 불의의 사망을 하는 바람에 후속작들을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어쨌든 존 포드 감독의 역량이 많이 발휘된 작품이었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미국 우파적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연계성을 거의 거부감 들지 않게 자연스러운 스토리와 감동으로 엮고 있습니다. 덜 알려진 매우 훌륭한 작품으로 꼽을 만한 고전이고, 존 포드의 대표작으로 많이 꼽는 '아일랜드의 연풍'이나 '황야의 결투'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영화라면 이 '웨스트 포인트'는 오히려 너무 저평가 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시간 20여분 동안 담아낸 한 인간의 반평생, 지루함 없이 흘러가면서 생의 여러 시간을 조급함 없이 다루고 있고, 군더더기 없이 한 남자의 생을 감동적으로 잘 이끌어간 영화입니다. 군데군데 감성을 자아내려는 장면도 지나침 없이 깔끔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존 포드, 타이론 파워 두 거물 영화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대표작이라고 재평가 할만한 수작입니다.
ps1 : 제임스 역의 로버트 프란시스,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1차 대전에서 전사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영화 개봉되던 해 그가 사고로 요절합니다.
ps2 :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을 노릴만한 수작이라고 보여지지만 그간 존 포드의 화려한(?) 아카데미 수상경력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당했다고 보여집니다. 같은 해 발표된 영화중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은 다소 평범한 영화 '마티'가 가져갔는데 공교롭게도 타이론 파워가 연기한 캐릭터도 이름이 마티 였네요.
ps3 : 실제 마티 마허는 1876년 생으로 타이론 파워보다 38살이 많은데 마티 마허를 연기한 타이론 파워가 실제 인물보다 3년 먼저 사망했습니다. 삶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타이론 파워의 사망 소식을 접한 마티 마허가 매우 슬퍼했을 것 같습니다. 마티 마허는 1961년 85세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 영화가 완성되고 6년뒤, 타이론 파워 사망후 3년뒤가 된 셈이고 아내와 사별하고 13년을 더 살았던 것입니다.
ps4 : 웨스트 포인트는 당시 이미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였으니 지금은 2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학교인 셈입니다.
ps5 : 원제 '롱 그레이 라인'은 회색 군복을 입고 서열하는 사관생도를 묘사한 제목인데 우리나라 개봉제목을 '웨스트 포인트'라고 한 것이 매우 적절해 보입니다.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한 개봉제목이었지요.
ps6 : 합창 장면이 참 많이 나오는 노래입니다. 오프닝에 나오는 생도들의 합창은 제 귀에는 분명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명곡 '러브 미 텐더'와 동일한 멜로디로 들리는데 이 영화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 정리를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표절 아니면 개사가 되는 것이죠. 해당 노래는 영화속에 몇 번 나오는데 오프닝에 나오는 장면 영상 띄웁니다. (암만 들어도 영락없는 러브 미 텐더 입니다. 참고로 러브 미 텐더 영화는 1년뒤인 1956년에 등장합니다.)
[출처] 웨스트 포인트(The Long Gray Line 55년) 타이론 파워 인생연기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