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욜 저녁에 큰 아이가 압구정 로데오거리 어디쯤 조그만 카페에서 공연을 했다. 어릴 때 어느 시점부터 음악에 심취해서 기타,노래,작사작곡을 해왔다. 공부하는 짬짬이 했는지 이 짓을 주로 하고 짬짬이 공부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생활하면서 6개월 전부터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는데 그 전에도 몇번 공연을 했었다. 남편과 난 첨으로 이번에 아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아들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였지만 설레지도 않았고 호기심도 없었다. 단지 자식이 좋아 하는 걸 넘 오랫동안 몰라라해서 면피하는 심정으로 갔다.
아주 작은 카페.. 꽉 차야 40여명 앉을 수 있을까..
록밴드인데 이름은 가젤펀치.. 뭔 뜻인지 모르겠다. 이 녀석이 가재구이를 좋아하긴 하는데 거기가 과일 펀치를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는 뜻인가? 기타 셋, 드럼 하나. 아들은 first guiter, singer.. 중간에 key board 두들기면서도 노래했다.
두 시간 공연했는데 자작곡도 네곡 연주했다. 그 중엔 발라드도 두곡 있었다.
아들은 연주 전에 말했다. 자신들은 관객의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왜 그 바쁜 직장생활하면서 6개월이나 연습해서 공연이라는 형식을 번거럽게 취할까? 그냥 지네끼리 모여서 연주하며 놀고 말지. 미술작품등 모든 예술이 완성품이라는 걸 만들어 내듯 이들도 어느 한 순간 완성된 결과물을 공연이라 는 형식으로 추출해내고 싶었을거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두 시간 동안 내 아들이 좋아하는 걸 함께 공유한다는 게 기뻤다. 솔직히 상대적으로 잘 하는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고 걍 신기했다.
아들이 중간에 자기 아내를 위해 바친다고 뭔 노래를 했다. 내가 소리 질렀다. 엄마를 위해서는 바칠 노래 없니? 아들이 잠시 멍하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이래서 고부간의 갈등이 시작되나 봅니다. 며느리는 옆에서 좋아 죽으며 어머니 감사해요.. 주훈씨를 낳아 주셔서.. 계속 부르짖었다. 며느리에게 말했다. 그렇게 감사한데 저녁으로 고작 냉면이나 사주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은 영원히 사는 줄 알고 걍 살다가 어느 순간 아닌 걸 깨닫고 앗 한다. 각자 출렁이는 폭도 다르다. 어떤 사람을 x좌표, y좌표의 진폭을 좁게 잡고 요기서 조기로 얌전하게 안전하게 왔다 갔다 하며 만족해하고, 어떤이는 자신이 그 폭밖에 살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 또 어떤 이는 좀더 세상이 만끽할 게 많다는 걸 알고 큰 폭으로 출렁이다 간다. 뭐 어떤 삶이 더 낫다는 정답은 없다. 자신이 만족한 삶을 살아내면 될 일.. 허나 난 좀 더 출렁이면서 많을 걸 만나고 가고 싶다. 내 아들도 그러고 싶은 욕구와 에너지를 가진 것 같다.
첫댓글 마음이 시원해지는
자매님 글...
아드님 멋지세요
가젤펀치..
출 렁 이는 파도소리
들 리는 거 같아유..
재밋게 읽었습니다.
자신이 만족할만 한 삶을 사는사람은 행복한 사람...
감사합니다.
내 자손에 행복
결코 내 행복
젊어서 왜 사나?
내가 뿌린 씨 걷으려
좋은 공연 행복 하셨겠읍니다
가젤은리기를 잘 하는 영양의 이름인데요... 가젤의 숫놈들이 싸울 때 앞발로 서로 펀치를 날립니다. 그런갑다후
펀치는 펀치이고...아
아마 그런 뜻일까욤
암튼 나름 특이 합니다. 그래도 행복하셨겠네요.
우리카페에 뚱뚱이님이라고 계셨는데
요즘 바쁘신지 못 들어오고 계시는데...그분 글이 아주 감칠맛이 납니다.
그런데 그분 대신인듯 김순란씨의 글도 일상 얘기로 아주 감칠맛이 납니다.
자주 올려 주세염, 또 지둘릴께요
아드님 멋집니다.
감 했습니다,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 애틋하고 아름답습나다.
훌륭한 공감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