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의 마네킹을 보면서
저잣거리 쇼윈도의
머리 없는 마네킹 본다
한복 입은 마네킹은
한복 얼굴이 연상되고
양장한 마네킹은
발랄하고 청순한 숙녀 얼굴 떠 오른다
21세기 변화하는 마네킹에
노인 옷걸이가 있다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따라 바꿔지는
디자인된 옷을 입혀야
옛 옷에 채색된 자연미의 야생화를 보듯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것 같다
이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수긍해 가야지
고전만 고집 부릴 때는 아니다
날개까지 추락해가는 노부부
옛 소맷자락에 청춘바람 불기를 바라지 말자
갈바람 가고 올바람 오는
저잣거리의 쇼윈도에
유행 따라 흐르는 그 모습에도
옛 추억이 배어나도록 바꿔져야만 한다
옷에 맞춰 입는 옷걸이지
옷걸이에 맞추는 옷은 아닌 것 같다
균일한 디자인에 다량으로 쏟아지는 옷을
어떻게 맞춤형으로 변화할 것인가
색상도 품새도
입은 그대로 걸친 그대로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남은 짧은 인생 역경 속에
그런 옷도 못 입어보고 투덜대면 뭣 하겠나
원단 그대로 김밥 둘둘 말아 입히듯
인도인의 옷맵시나
굿판 무녀들이 입은 옷이면 어떻단 말인가
다양한 종족들의 다른 모습으로 사는
국제사회시대에
제 잘난 대로 보이는 그대로
펑퍼짐하게 모난데 없이
굴러다니면 편하리라
이것이 미음 다스리는
노년의 마네킹 모습이 아닐까
굳이
고가 브랜드 옷에 의지해
옷의 노예가 되어 제대로 활동도 못한다면
안 입는 것보다 못하다
머리 없는 쇼윈도 옷걸이에서
하얀 머릿카락 휘날림과
주름진 얼굴이 떠오르며
약간 굽은 허리에
뒤뚱거리는 모습이지만
자유인으로 살면
그것이 행복한 옷걸이며
일상의 지표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말끔하고 꾸밈이 별로 없는
헐렁한 옷차림
걸어 다니는 옷걸이
그런 노후여야 행복할 것 같다
현법 / 유 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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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의 마네킹을 보면서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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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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