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2, 1-7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신다.
처음에 이 말씀을 접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내 머리카락 숫자까지도 다 세어두셨다면 내가 남몰래 지은 죄와 허물을
다 알고 계시고 거기에 따라 심판하시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해 보면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잘 알고 계시며,
그만큼 나를 잘 아시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비로이 받아주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판단하며 소외시킬 때 대부분 상대방에 대해서 어설프게 알거나
잘 모르고 그러는 것이다.
반대로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늘 공격적인 태도로 거칠게 말하는 자매가 있었다.
나는 그가 싫어 피해 다녔다.
우연히 그 형제와 함께 피정을 갔다가 대화를 나누던 중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가 어릴 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의 아버지는 많은 아이들을 건사할 수 없었다.
결국 형제들은 친척집과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고아원에 맡겨진 그는 다른 아이들한테 많은 시달림을 당했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세어질 수밖에 없었노라고,
지금도 그러한 성격이 남아 있기에 고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고백을 들었다.
이런 정황도 모르고 그 사람을 미워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이후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그를 싫어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자매를 이해해 달라고 오히려 변호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도 우리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를 판단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다.
나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놓은 분이시니 나를 얼마나 잘 알고 계시고 이해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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