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무시하다가 치료시기 놓친다 우울증은 성인의 약 11%정도가 한번쯤 앓았을 정도로 매우 흔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보통 우울증하면 주로 여성의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가정환경적 이유등으로 중년 남성들의 우울 증상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울증은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증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 연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 교수는 말했다.
♤우울증 치료 적기 놓치기 일쑤 우울증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편견 및 올바른 정보의 부족으로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전우택 교수는 “정신질환별 입원환자의 비율변화를 살펴보면 알콜중동이나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나오는 많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높은 질환임을 감안 할때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마음이 여려서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잠시 나타나는 증상정도로 생각해 치료할 생각이 없거나 혹은 다른 방법을 찾아 전전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분이 울적하다고 해서 다 우울증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적을 받는다면 한번쯤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과 진단을 받기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당부하고 있다.
♤환자의 10%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일단 우울증이 생기면 슬픈 느낌이 들고 계속 의욕을 상실하며 삶에 재미나 즐거움, 흥미가 없어지고 모든 일을 짐처럼 여기게 된다. 또 만성 피로감과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같은 신체증상이 나타나며 그 밖에도 식욕부진, 변비, 두통, 팔다리 저림, 근육통, 성적 욕구감소, 불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증의 특징은 그 증상에 최고조에 다다르는 시간이 오후보다 아침에 일어날 때가 가장 심하고 힘이 드는데 이는 오늘 하루의 시작을 맞아 자신의 무력감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의 10%에서는 자살충동은 물론 피해의식, 망상, 환청, 환각이 동반되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행된다. 1990년대 초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와 위스콘신 의대의 연구결과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들에 비해 41배 더 높다고 보고하고 있고 자살자의 약 70%에서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맟춤치료로 사회생활 도와 서울의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는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 해서 자칫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질환임을 간과하는 수가 있는데 우울증은 뇌의 질환이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우택 교수는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은 같아도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이 있고 또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다양한 치료방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과거 다소 획일적인 약물치료에 의존함으로써 환자 중에는 일시적으로 상태가 좋아지거나 졸림, 변비, 손떨림 등의 약물 부작용으로 약을 끊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개인의 다양한 특성과 임상적 요소를 평가해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하는 ‘맟춤치료’와 우울증 발병원인의 하나인 환자의 불편한 대인관계를 풀어주기 위한 ‘대인관계 치료법’을 도입해 우울증 재발을 막고 치료기간을 줄이며 환자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돕고 있다.
마음의 독감 ♤우울증, 유쾌하게 맞서라 얼마 전 자살한 홍콩의 스타 장국영이 아니라도 현대인은 누구나 ‘우울’에 갇혀 산다. 정도의 문제일 뿐 “나는 ‘우울’과는 정말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으면서도 왠지 낯설어 보이거나 막연하게 두렵기도 한 우울증을 해부한 책 ‘왜 나만 우울한 걸까?’가 나왔다. 지은이 김혜남은 성장 과정에서 혈육과의 사별로 상처를 받은 우울증의 포로였으며, 지금은 신경정신과 원장 겸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우울을 못견디거나, 우울을 무기로 삼는 이 시대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라고 글 서두에 말하고 있다. 그가 ‘우울’과 ‘우울증’을 따뜻한 연민의 손길로 어루만지고 있는데 그것은 의사로서 우울증의 끝을 확신하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도 ‘우울’ 혹은 ‘우울증’을 겪었던 명사들이 적지 않다. 루소와 도스토예프스키, 빅토리아여왕, 에이브러햄 링컨, 차이코프스키, 헤밍웨이...등 셀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겪는 바로 그 우울증의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만큼 우울증은 흔하다. 인류의 5분의 1이 우울증을 체험했거나 앓고 있으니 그래서 우울증을 ‘마음의 독감’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10가지 가운데 네 번째 오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오죽했으면 우울증의 고통을 직접 체험한 링컨은 “나는 현재 가장 비참한 사람이다.”고 고백했다. 책의 저자는 만사가 귀찮은 사람, 끈임 없이 뭔가를 먹는 사람, 아예 먹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 외모 가꾸기에 목숨을 거는 사람, 취미라고 중독처럼 뭔가에 집착해야만 하는 사람, 늘 피곤하고 늘어진 사람, 등은 우울의 울타리 안에 있다고 본다. 책은 우울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풀어놓아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사실 우울이 모두 병적이며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우울증에서 말하는 우울은 빨리 치료 되어야 하지만 정상적인 우울은 ‘나 지금 힘들어’하고 외치는 내면의 항변이다. 그래서 우울한 동안에는 괴로울지라도 그것은 나와 인생에 대한 통찰의 순간이기도 하다. ”우울을 두려워하기만 하면 영원히 갇혀버린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 요즘 들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사춘기에 이어 일생에 가장 큰 생리, 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인 데다, 경제위기로 사회와 가정에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은 가정과 사회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이들의 질병에도 세심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연간 600만 명의 남성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남성은 일부다. 게다가 우울증에 걸린 남성이 자살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4배나 높다. 역사를 통해 남성들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왔다. 이런 의식이 남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게다가 자존심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나 치료도 받지 않으려한다. 우울증 여성들이 ‘불안하다’거나 ‘초조하다’는 등의 자기 속을 표출하는 데 반해 남자들은 속마음을 열어 보이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아내기 쉽지 않다. 남성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자 삭이지 말고 가족과 대화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자신이 위축되고 우울감이 심해지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우울증을 기울(氣鬱)이라 한다. 기가 한곳에 맺혀 억울(억압+침울)한 심정이 발산되지 못한 채 정신,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방 치료는 기를 원활하게 풀어주는 약을 쓰는데 최근에는 긴장을 완화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아로마요법(향기요법)이 인기다.
♤우리나라 자살률 OECD 국가중 5위 살면서 한번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을 드물다. 그만큼 자살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절실하고 지속적일 경우다.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얻지 못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현실에서 자살은 삶의 벼랑 끝에 몰려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절망과 무력감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19명이 자살한다.(2001년 기준) 전체 사망률 가운데 자살이 8위를 차지한다. 자살율은 10만명당 15.5명으로 OECD회원국 가운데 5위다. 10~19세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와 암에 이어 자살이 세 번째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도 27.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청소년 자살은 주로 우울증등 정신장애, 성적 부진, 가정 불화, 이성문제, 왕따 등 때문이다. 자살 자체는 형법상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생명의 존엄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극단적인 범죄행위로 생각한다. 소외와 절망의 사막에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열 가지를 생각해 수첩이나 일기장에 적는다.
♤우울증 등 빨리 치료해야 사람들은 왜 자살할까?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현실 불만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 수 있다. 부모에게 늘 무엇인가 강요당하는 자녀가 복수심에 자살하는 경우의 예다.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거나 스스로를 벌하고 싶을 때도 자살을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기엔 가벼운 잘못을 크게 판단해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종교에 몰입하다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이 그런 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을 때 재회를 간절히 원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집단의 관계에 지나치게 빠진 사람들이 집단의 명분을 앞세워 동반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자아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다섯 가지 유형 외에도 우울증이 심할 때 자살 위험이 높다. 우울증이 지속되면 모든 일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죄책감이 심해지고, 우울한 상태가 고통스러워 결국 죽음을 택한다. 괜히 짜증을 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학업 성적이 뚝 떨어지는 청소년들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반인들도 때때로 자살을 생각하는 일이 있지만 실제로 시도하는 예는 드물다. 자살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회가 그만큼 각박하고 경쟁이 심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하지만 자살은 자신을 파괴하는 폭력행위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심리상태가 왜곡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되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울증이 심하거나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절대적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평소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듯한 징후를 보인다. 사회적으론 자살 충동이 심한 사람들을 응급 상담해 줄 ‘핫 라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