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방식으로 부부생활을 하세요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골프를 칠 때 부부간에 골프를 치는 경우가 더러 생겼습니다. 그런데 부부간에 운동을 하면 여자분들이 대개 남자들보다 골프를 잘 못하여 서로간에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분들은 여자분들대로 미안해 하고 남자들은 재미없어 하면서 그저 아내를 위해 봉사할동 하는 셈 칩니다. 혹 남편이 아내에게 골프 코치를 하다가는 코치는 커녕 싸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최근에 몇번 부부간에 골프를 칠 때 경기방식을 바꿔서 스크램블(Scramble) 방식으로 경기를 하였습니다. 스크램블 방식이란 부부 2팀이 골프를 할 때 부부끼리 한 팀이 되어 일단 티샷을 합니다. 첫 공을 치는 것입니다. 그 공들중 좋은 위치에 있는 공을 골라 같은 팀원 2명이 그 자리에서 같이 공을 칩니다. 그 후에도 계속 좋은 위치의 공을 골라 공을 치고 퍼터로 하는 퍼팅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합니다.
이 방식으로 골프를 쳐보니 재미난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못 친 공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파트너가 잘 치게 응원하면 되니까요. 파트너보다 골프를 잘 못하는 사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번 잘 쳐서 팀 성적에 기여를 하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니까요. 또 먼저 공을 친 파트너가 공을 잘 쳐놓으면 안심하고 스윙을 자신감있게 하여 자신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였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파트너가 잘못 친 경우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공을 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파트너는 정성껏 코치도 하고 진심으로 응원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파트너끼리 가르쳐주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됩니다.
사실 부부간에 무슨 일을 하면서 이렇게 오손도손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내나 남편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운전이나 골프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해.” 소리를 들으면 그날 부부간의 분위기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뻔합니다. 그런데 이 스크램블 방식으로 하면 이런 일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스코어도 놀랄 정도도 좋아집니다. 저와 아내가 이런 방식으로 골프를 쳤더니 평소 제가 치는 점수보다 10점에서 15점 정도 덜 나왔습니다. 거의 프로선수에 가까운 스코어가 나왔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골프를 잘 못합니다. 그런 아내와 같이 이 스크램블 방식으로 골프를 친 결과 아내의 기여도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만약 아내와 제가 수학문제를 같이 푼다면 잘 푸는 사람 수준을 그다지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적게임과는 다른 심리게임적 요소가 강한 골프의 경우 아내가 도와 준 것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빚어 낸 것 같습니다.
2주전 우연히 부부간에 운동할 기회가 두 번 있었습니다. 저의 제안으로 이 스크램블 방식으로 골프를 쳤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두 번 다 상대방 부부가 합작으로 이글(규정 타수보다 2타 적게 치는 것, 거의 숏홀의 홀인원에 해당하는 실력과 운이 겸해져야 이룰 수 있는 결과)을 하였습니다. 첫번째 이글은 규정타수 4타인 미들 홀에서 처음 공을 아내가 치고 두번째 공은 남편이 쳐서 홀 컵에 빨려들어가 듯 쏙 들어간 것입니다. 그것도 약 150미터를 말입니다. 그 부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였습니다. 아마도 평생 이런 경험을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혼자서는 또 이글을 할 수 있겠지만 부부가 합작으로 하기란 무척 힘들 것입니다. 두번째 이글은 규정타수 5타인 롱홀에서 처음 공은 아내가 친 공이 선택되고 두번째 공은 남편이 친 공이 멀리 날라 그린에 올라가고 7-8미터 먼 거리에 남은 공을 남편이 퍼팅한 것이 신기하게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부합작으로 이글한 것도 이글로 쳐주는지 궁금하여 캐디가 골프장에 문의하였는데 골프장 측에서 이글로 인정하고 이글증서를 만들어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글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이글메이커 노릇을 두번씩 하였습니다. 한번만 더하면 이글메이커 증서를 받아야겠다고 농담하였습니다.
두사람이 좋은 공을 가지고 공을 치는 스크램블 방식, 특히 이 방식을 부부간에 하였더니 이런 놀라운 결과가 빚어졌습니다. 그저 단순한 우연이기만 할까요? 저는 이 결과를 보고 부부간의 결혼 생활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27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룬 많은 성과 중에 아내가 기여한 것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검찰에서 고검장까지 하고 퇴직하여 현재 변호사를 하고 있는 이 부분에 대해 아내의 역할이란 그저 일이십 퍼센트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이룩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스크램블 방식으로 골프를 하고 난 이후 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점수를 저와 아내가 함께 이룩하였습니다. 저희 부부의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 혼자 인생을 살았더라면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이룩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스크램블 방식에서 아내가 처음 공을 잘 치고 나면 저는 마음 편하게 샷을 휘둘러 멋진 샷을 만들어 내지요. 아내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퍼팅을 할 때도 과감하게 퍼팅을 하여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아내가 집에서 잘 받쳐주었기에 제가 밖에 나가 소신 껏 일을 하였을 것입니다. 때로는 자신감이 넘쳐 제가 먼저 친 공이 오비가 나 망치기도 하지요. 그럴 때면 아내가 저를 격려해주고 안정적인 샷으로 위기를 극복해 줍니다. 어떤 때는 두 사람이 다 실패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도 잘 못치고 아내도 실 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상의하고 격려하고 지혜를 모아 한 타 한 타 치다 보니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인생 길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좌절하기도 하였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기도 하고 검찰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리기도 하였습니다. 아내도 힘들기도 하고 병 들어 눕기도 하였습니다. 이럴 때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손 잡고 위로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어떻게 하여야 이 위기를 벗어 날 수 있었는지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만들어가는 우리네 인생은 스크램블 방식의 골프와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못한 것은 잊어버리고 잘한 것만 칭찬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만 살았을까요. 오히려 아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것을 콕 집어내어 야단치고 비난하고 화를 내고 아내가 잘한 것은 당연히 아내가 하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칭찬에 인색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스코아는 좋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스크램블 장식에서 못친 공만 골라 치는 방식이 될테니까요.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스크램블 경기방식을 머리에 떠올리며 아내가 잘못한 것은 과감하게 잊어버리고 아내가 잘한 것에만 집중하여 박수치고 칭찬하고 특히 내가 못하거나 실수하였을 때 아내가 잘해 준 것에 감사하며 경의를 표한다면 우리의 인생에서 각자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엄청난 것을 부부가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3.7.1.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4월15일부터 26주 동안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신설되었습니다. 그 동안 썼던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게 됩니다. 시간은 대략 10:40 경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